LG그룹 상속 분쟁, 빠른 해결이 답이다
LG그룹 80년 역사에 첫 상속 분쟁 ‘유감’ 소송과정서 좋은 ‘기업 가치’ 잃을 수 밖에 ‘인화’· ‘기업가정신’ 약해지고 임직원 상처도 당사자들, 우(愚) 범하지 말고 신중한 선택을
LG그룹 역사상 첫 상속 다툼
구본무 전 LG 회장이 세상을 떠난지도 만 5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의 양자이자 후계자인 구광모 회장은 가족간의 재판이라는, LG 가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씨와 여동생 구연경(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변론준비기일이 이번 재판에서 무슨 큰 의미가 있다거나,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다. 다만, 이번 재판이 구광모 회장 뿐만아니라 LG그룹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고, LG그룹과 그 가족들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선택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LG그룹 내부에서 일어난 법적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인회 창업주에서 구자경 전 회장(1970년), 구본무 전 회장(1995년), 구광모 회장(2018년)으로 세 차례 총수 교체가 이뤄지는 과정, 그리고 1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LG그룹은 다른 그룹과는 달랐다. 그 근간에는 “남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신용을 얻는 사람이 되어라”는 구인회 창업주 부친의 가르침이 있었다. 그리고 이 가르침은 LG그룹의 창업 정신 ‘인화’(人和,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법적분쟁 때문에 LG그룹의 ‘인화’가 시험대에 놓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원고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부인과 두 딸
먼저 이번 소송의 쟁점을 살펴보고 결과를 한번 예측해보자.
소송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소송을 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은 매우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누기 힘들다. 회색이 대부분이고, 흑에 가까운 짙은 회색, 백에 가까운 옅은 회색이 있을 뿐이다. 10년에 가까운 변호사 경험이 있는 필자도 소송 결과의 예측은 매우 어렵다. 소송결과 예측이 매우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LG 그룹 상속소송의 결과를 예측해보는 것은 분쟁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기에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 소송의 명칭은 ‘상속회복청구’인데, 정당한 상속인이 ‘참칭상속인’으로 인해 상속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침해된 권리의 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참칭’이라는 용어는 쉽게 말해 ‘거짓’의 반대말인 ‘참’임을 칭한다는 의미이다. 즉, 상속권이 없는데도 상속재산을 점유하고 있거나 자신의 상속분보다 더 많은 지분을 상속하여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참칭상속인’이 된다.
그리고 상속재산분할의 원칙은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된다면 협의분할로, 협의가 안되면 법정 상속분대로 분할하는 것이다. 구본무 전회장의 상속인은 김영식씨와 세자녀이다. 이들은 협의분할을 하였으며,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법적으로 협의분할은 상속인 모두가 날인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합의)가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이렇게 협의서가 작성되었지만, 그 내용이 결과적으로 법정 상속분에 많이 못미치는 경우, 한쪽에서 억울함을 느끼고 다시 분할하자는 얘기가 나오곤 한다.
실제로 상속된 재산을 따져보면,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은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 주식 지분 11.28%를 포함해 약 2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고, 이중 구광모 회장은 (주)LG 지분 11.28% 중 8.76%를 받았다. 딸인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주)LG 주식 2.01%와 0.51%를 받았고, 여기에 더해 김영식 씨와 두 딸은 금융투자상품과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 유산을 받았다. 김영식 씨는 이미 (주)LG의 지분 4.2%를 가지고 있다.
결과로만 보면 1.5(배우자): 1(자녀): 1(자녀): 1(자녀)인 법정 상속분에 못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억울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원이 동의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존재한다면 그 내용을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이 협의서는 ‘처분문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개념이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나, 법률적으로 ‘권리(상속권)’를 ‘처분’하는 문서이기 때문에 각 당사자는 그 작성을 신중하게 해야 하고, 처분문서이기 때문에 작성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과 그 내용에 강한 추정력이 인정된다.
기망에 의해 상속협의서가 작성됐을까
이런 연유로 원고들은 협의서 작성이 ‘기망’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고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 없음에도 유언장이 있는 것처럼 기망을 하였고, 이를 전제로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난 7월 변론준비기일에서 원고 변호사는 방대한 분량의 가족간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 있다고 발언하였다. 결국, 원고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녹음된 내용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상속재산 분할 협의와 집행에 관여한 주변인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할 것이다. 법원은 모든 내용을 보고 기망에 의해 협의서를 작성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다만, 상속재산분할협의서(합의)를 뒤집기 위해서는 기망의 내용이 중대하고 그 증거도 확실해야 한다.
녹음의 존재 여부도 중요하지만 녹음의 시기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협의서에 따른 상속과정은 2018년 11월에 마무리 되었는데, 4년 이상이 흐른 후 원고들이 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면, 당시에 소를 제기를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원고가 녹음을 시작한 시점이 협의서 작성 이후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협의서 작성 이전에 한 녹음이라면 협의서 작성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으나, 협의서 작성 이후의 대화 내용은 협의서 작성 과정의 기망 유무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사후의 대화 속에는 ‘카더라’와 가족간에 적지 않은 유도신문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망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협의서 작성 이전에 존재하고 있어야 하고, 그 내용도 확실해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녹음이 증거로 제출되더라도 여러모로 원고측이 불리한 싸움으로 보인다.

LG그룹의 가치 ‘인화’, 그리고 ‘기업가 정신’
분쟁은 없을수록 좋다. 경찰서나 법원은 되도록이면 안가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사귀고 잘 다루어야 한다. 분쟁의 대부분은 사람이 발단이 되기 때문이다. ‘인화’라는 풍토는 지금까지 LG그룹을 지탱하는 가치이고, 다른 기업에는 없는, 좋은 문화를 가졌다는 것은 LG 그룹의 매우 큰 자산이다.
혹자는 ‘인화’가 허상에 불과하고, 결국에 가족간, 그룹 임직원간의 화합은 돈이라는 모래성 위에 위태롭게 유지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총수 일가 26명이 지주회사인 (주)LG 지분 41.7%를 나눠 가지고도 그룹의 지배권을 단일하게 유지해 왔다는 점은 ‘인화’라는 문화가 실제로 존재하고, 제대로 작동해 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화’는 LG그룹의 동업과 그 분리 과정, 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확고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GS그룹과 분리될 때에도, 수많은 계열사들이 분리되어 나갈 때에도, 그리고 3번의 LG그룹 승계과정에서도 조금의 잡음도 없었다. 이런 LG 만의 전통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화’가 실제로 LG라는 브랜드의 가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수치로 확인하기는 힘들다. 다만, 좋은 기업 문화는 구성원들의 협업과 창의성 증진을 통해 그룹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겠지만, 일부에만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 일부가 LG그룹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100년 가까이 유지된 ‘인화’라는 전통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것은 지극히 비합리적인 선택에 해당한다.
그리고 ‘인화’의 전통은 ‘기업가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들어 ‘기업가 정신’이라는 말이 다시금 회자되는데, ESG경영이 관심을 받으면서 ‘기업가 정신’이 재조명되는 듯하다.
기업을 경영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기업가 정신’을 폄훼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운영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안다.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리스크를 부담하여 혁신적 활동을 수행하는 것, 기회를 포착하고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집요하게 행동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의 창조, 창의, 도전 정신, 혁신 등이 기업가 정신을 나타내는 키워드이다.
사람들은 그룹 회장의 권한과 누리는 혜택을 쉽게 부러워하지만, 그들만이 가진 고충과 고민들, 수많은 선택과 이어지는 책임감을 공감하기는 힘들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이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경영권에 따르는 그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는 경험해보기 전에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아마도 LG그룹의 회장이라는 자리는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르는 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후계자에게 지분을 몰아주고 그에 따르는 책임도 지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LG그룹은 일찌감치 후계자를 정하고 책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트레이닝 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송을 걸어온 가족들이 바라는 것이 LG의 ‘인화’ 와 기업가정신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LG그룹과 가족이 해야할 선택지는
LG의 기업가 정신과 ‘인화’는 그룹 회장이라는 사람이 혼자서 만든 것도, 임원진이 결단해서 만든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정립되어 왔고, 그 바탕에는 많은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배려가 있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LG그룹이 지금까지 이런 좋은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에 가족간의 화합, 공통의 이해, 그리고 수많은 양보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LG라는 기업을 사랑하는 필자와 같은 국민들의 응원도 있었다.
현재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단계이므로 원고들에게 여러가지 선택지가 주어져 있다. ‘기망’을 입증하기 위해서 가족 간의 사적인 대화가 포함된 녹음을 녹취록으로 만들어 법원에 제출할 수도 있고, 수십 년을 LG그룹을 위해 헌신한 임직원을 법원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수도 있다. 나아가 이런 내용을 근거로 하여 소송 당사자간에 헐뜯고 생채기를 내는 준비서면이 오갈 수도 있다. 그러다 감정이 서로 격화되고 골이 깊어지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진행되면 결국 누구도 원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른다.
소송의 실제 승소 확률, LG그룹이 그간 유지해온 유무형의 가치 등을 생각하면 이번 소송을 지속하는 것은 LG가문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한번 무너져 내린 기업의 문화와 가치는 복원하기 매우 힘들다. 자명한 것은 소송이 계속될수록 LG라는 가치는 급격하게 무너져내릴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들과 LG그룹의 경영권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이 재미를 볼 수는 있다.
국민들의 응원으로 지켜온 LG그룹의 문화, 선대 회장들의 포용과 가족들의 희생으로 지켜온 LG가문, 모두 오래도록 지켜져야 할 것들이다. LG 가문은 다시 화목한 가족으로 돌아가고 LG그룹은 기업의 문화와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그룹 임직원과 외부인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번 소송이 원만히 마무리되기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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