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 전쟁을 막는다”는 미 교수의 북핵론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미어샤이머 교수 강연이 논란된 배경은 북한 비핵화 강제할 힘, 어디도 없는 현실 ‘차가운 평화’가 핵전쟁보다 낫지 않을까
북핵이 한반도에 안정을 가져온다?
최근 읽은 가장 충격적인(?) 기사는 한국 통일부가 제공해준 것이었다. 2023년 8월 30일 개최된 ‘북핵, 인권, 그리고 통일’이란 주제의 <2023 한반도국제포럼>이란 자리였다. 특히 통일부 장관의 이념 성향을 놓고, 즉 극우인지 아닌지에 대해 시중의 논란이 있는 터라 더욱 더 흥미로운 발표였다. 온라인 기조 발표자는 미 시카고대학 석좌교수인 존 미어샤이머 교수였다.
미어샤이머 교수의 발표내용에 관한 언론보도 중(<노컷뉴스> 8월 30일자) 특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대다수가 북한의 핵무장이 동북아 지역 불안정의 원인이라고 여기지만 이는 틀렸다”며, “북한의 핵 보유가 오히려 광범위한 관점에서 한반도 안정을 가져 온다”는 주장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과거 미소 냉전시대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핵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을 때 한반도의 전쟁 발발 확률이 낮아지고, (그래서) 북한의 핵 보유가 비핵화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어샤이머 교수는 “상당수가 한국이 핵무기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북한이 강압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즉 핵 위협을 통해 한국이 행동을 바꾸도록 강요하여 수세에 몰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핵무기는 궁극적인 억지 수단이기는 하지만 평시에 적을 강압하는 데에는 쓸모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대목은 특히 미어샤이머 교수의 지론 가운데 하나다. 핵무기는 ‘억제(deterrence)’수단이기는 하지만 그 사용가능성이 사실상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강요하는 ‘강압(coercion)’수단은 아니라는 주장 말이다. 쉽게 말해 북핵 보유를 이유로 북이 남으로 하여금 주한미군 주둔에 반대한다든지, 군비확장을 중단하게 만드는 그런 정책적 강제수단이 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사례는 찾아 볼 수 없음도 강조한다. 따라서 북핵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전쟁억제수단으로서만 기능한다는 의미다.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북한 안보
둘째는, 북한의 군사적 대중(對中) 의존문제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중의 한반도 충돌 가능성이 낮은 이유를 북핵에서 찾는다. “미중 양국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대만인데, 한반도의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북한이 자체 핵 억지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안보 제공에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중국의 대(對) 한반도 군사개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핵무기 없는 북한은 취약한 상태가 될 텐데, 북한의 생존은 중국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어샤이머 교수의 두 번째 테제 역시 매우 논란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미 공히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물론 한미관계를 북중관계에 과도하게 투사한 측면이 크다. 한국의 대미 군사적 의존에 비추어 북한도 중국에 군사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하는 그런 통념 말이다. 나아가 북한경제의 ‘목숨 줄’을 중국이 쥐고 있으니 중국이 경제적으로 압박하면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는가 하는 상당히 나이브한 가설도 여기서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미어샤이머 교수의 테제는 첫째, 북핵은 한반도 전쟁억제 요인이다. 둘째, 북한의 군사적 ‘자주’노선도 마찬가지로 한반도 전쟁억제에 기여한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불변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비핵화보다는 현재의 북핵 보유하의 균형상태가 오히려 나은 선택지라는 말이다.
‘차가운 평화’는 위험한 걸까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을 따라 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그의 평소 ‘국제체제론’과 만나게 된다. 국제체제를 ‘균형’과 ‘극성(polarity)’을 기준으로 분류해 보자면, 양극과 다극으로 나뉘는데, 다극은 다시 균형 다극과 불균형 다극으로 나뉜다. 그래서 결국 ①양극 ②균형 다극 ③불균형 다극 이렇게 3가지 양식으로 국제체제는 존재한다. 그런데 균형 양극이 평화적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①의 경우), ③이 가장 위험하며 ②는 중간이다. 실제 미·소 냉전기 유럽의 평화체제가 ①의 경우이다.
미어샤이머 교수의 이 이론을 한반도에 적용하면 방금 우리가 위에서 본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일종의 ‘미니’ 균형적 양극체제말이다. 북핵 대(對) 미핵 사이 ‘상호확증파괴’라는 ‘공포의 균형’에 기초한 한반도판 양극체제는 냉전기 유럽처럼 ‘차가운 평화’의 필요조건이 된다. 물론 여기서 ‘남핵’과 북핵의 균형이어야 맞지만, 남핵은 미국이 절대 반대할 것이므로 미어샤이머 교수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남핵은 올 한미정상회담에서 별 실효성 없는 국장급 레벨의 ‘핵협의그룹(NCG)’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봉인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봉인이 해제되면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 분명한 사안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 3세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파의 대표주자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보수다. 그래서 보수적 리얼리스트라고 보는 것이 아마 그의 정체성에 가장 부합되지 않을 까 싶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네오콘 외교의 최대실책이라고 보는 점에서 1990년대 이래 미국내 리얼리스트 외교전략의 큰 맥락을 이어가고 있다. 즉 미국 외교는 러시아를 최대한 포용해야 했으며, 그런 뒤 미국의 최대 전략적 라이벌인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미국 외교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 러, 이란간의 ‘불만의 동맹’이라고 말한 브레진스키 교수하고도 일정 정도 맥이 통한다. 바이든 외교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중, 러, 이란에 북한까지 ‘불만의 동맹’쪽으로 떠밀어 버렸다.
북한 비핵화는 무엇을 위해 좋은 것인가
미어샤이머 교수의 논지를 듣기 이전에도 나 역시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핵이 있으니 그나마 2차 한반도전쟁이 안 일어나는 것이고 우리 모두의 ‘자연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곤 했다. 그리고 매년 한미, 이제는 한미일 군사연습이 시끄럽긴 하지만 나는 2차 한반도전쟁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 왔다. 북핵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글로벌 패권연장에 한반도에서의 국지 전쟁이 별 보탬이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 대러 ‘이중봉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주적은 중, 러인데, 대북 전쟁이 주적의 전략적 약화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북이 중, 러 어디에 군사적으로 심각하게 의존, 종속된 결과 북을 타격해 중, 러도 타격을 입는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즉 북이 중, 러 어디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에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현실주의(Realism)’란 일어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조성된 힘의 관계를 주관의 도덕적, 이념적 개입을 최대한 배제한 채, 평가하고 성찰하는 것이다. 북핵이 좋은 지, 도덕적으로 옳은 지, 먹으면 배가 부른지 등등은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면 될 일이다. 판단 기준은 1백만 개는 족히 되지 않을까 싶다.
작년 2022년 미국과학자협회인가에서 평가한 북의 핵탄두 수는 20개 정도다. 실제는 더 될 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평택주둔 미군은 말할 것도 없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탓에 그 파괴력이야 상상을 넘어선다. 그리고 북한이 막판에 몰려 죽기로 맘 먹으면 뭘 못하겠는가. 북한지역은 말할 것 없고, 미국 본토 일부도 참상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세계사를 통털어 유일하게 그것도 2회에 걸쳐 민간인 지역에 핵폭탄을 투하한 나라다. 지금도 그것이 과연 불가피했는지는 논란이다. 게다가 핵‘선제’사용 독트린을 가진 유일한 나라다. 미국의 선제사용은 좋은 건데, 북한이, 러시아가, 중국이, 이란이 ‘그럼 나도 미국 따라 할래’라고 말하면 성 내는 나라가 한국이다. 다시 말하지만 북핵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각자 알아서 발언하자. 하지만 그것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에 미칠 영향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현실주의적’으로 보자. 그래야 산다. ‘자연사’ 확률도 높아지고.
이번 G20, 동아시아 정상회담 등에서 정부는 아세안국가에 대해서도 북핵이 ‘실존적’ 위협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아세안과 북한이 도대체 서로 전쟁 위협을 가할 그 무슨 첨예한 이해충돌이 있었는지 나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중러는 올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서로 인식을 같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칙상’ 그렇다는 말이다.
현재 비핵화를 강제할 힘의 중심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현실에서 출발해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 정책이 되어야 한다. 설사 그것이 ‘차가운 평화’라 할지라도 ‘평화공존’이 핵전쟁보다 분명히 우위의 선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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