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도입 RS제도, 경영승계 악용 소지 있을까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기업회계] 대리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응책 ‘RS제도’ 주인 아닌 사람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또 하나의 임직원 성과보상 시도에 주목한다 경영승계 악용 소지는 지나친 우려일 수 있어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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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어떤 보험사에서 생긴 일

어느 보험사 이야기. 새로 온 CEO는 골수 영업통이었다. 전임 CEO가 경쟁사의 공격적인 시책에 기반한 영업 강화로 월납초회보험료 뿐 아니라 계속보험료에서 뒤처지는 바람에 임기를 1년 넘게 남겼음에도 경질이 되며, 긴급 수혈된 사람이었다.

당연히 취임하자마자 연일 이어진 전략회의. 그 결과, 상품개발부문에서 그럴싸한 상품을 고안했고, 영업부문에선 월납초회보험료를 50%이상 늘릴 공격적 시책안을 제안했으며, 기획부문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예상매출과 손익을 정리했다. 다만, 계리·리스크관리 부문은 고안된 상품의 구조가 공격적인 프라이싱으로 마진이 박하고, 충분한 경험률과 위험률을 반영한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상품판매 후 수 년이 지나 본격적으로 보험금청구가 시작되면, 큰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 영업쪽이 제시한 시책안이 너무 공격적인지라, 불완전판매의 가능성도 높다는 점도 덧붙였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계리·리스크관리 부문의 의견은 의견으로 남고, 상품은 출시되었다. 대대적인 광고와 영업시책, 매력적인 상품구조와 가격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타회사에서 유사상품을 우후죽순 격으로 출시하기 전까지 2년 넘게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무리해 보였던 영업목표는 무난하게 달성되었고, 영업부문은 엄청난 보상을 받았다. 상품개발부문은 두둑한 성과급 뿐만 아니라 사장상(賞)을 비롯해 승진까지 챙겼다. 가장 큰 승자는 CEO였다. 전임 CEO처럼 임기가 1년 넘게 남았었으나, 이번엔 경질이 아니라 그룹임원으로 승진하여 회사를 떠났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항상 불길한 예감은 틀리질 않는다. 판매 후 4~5년이 지난 후, 본격적으로 보험금 청구가 몰려들며 악몽은 현실이 됐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발병률로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도 한 두 해로 끝나지 않고, 끝없이 청구가 들어왔다. 부랴부랴 상품 판매를 중지시켰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아주 길고도 두터운 손실(long & heavy tail)이 기다리고 있었다.

위의 사례는 픽션이지만, 이런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은 무척 많을 것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몇 년 후 벌어질 일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경험은 결코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물론, 솔직히 입장을 바꿔 전문경영인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목표 자체가 단기적으로 설정되는 데 어떻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전략을 세워 경영을 할 수 있을까도 싶다. 필자가 그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단언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주인(창업주)가 아닌 고용인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더 와닿는다.

사실 이런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 이야기는 새롭지가 않다. 어느 업종이든 회사든 겪을 수 있는,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대응책 마련은 쉽지 않은 대표적인 경영이슈라고나 할까. 그래서, 고용인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게 할 수 없더라도, 주인과 유사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고안되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스톡옵션’이다.

회사가 잘되면, 기업가치(주가)가 높아지고, 그럼 주인인 주주의 부(富)도 늘어난다. 따라서, 전문경영인에게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면,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2021년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을 마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을 마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cene #2 카카오페이에서 생긴 일

카카오페이는 지난 2021년 11월 3일에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으며, 단번에 시가총액이 20조원이 넘었다. 2021년 매출 4500억원, 영업이익은 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성만으로 이런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상장 후 한달여 뒤인 12월 10일에 스캔들이 발생했다. 카카오페이의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으로 받았던 주식을 대거 매각에 나섰던 것이다. 류영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8명들이, 시간외매매에서 20만원 수준에서 44만주나 지분을 정리했던 것이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5000원에 매수한 카카오페이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차익을 무려 878억원이나 남겼다고 한다.

전체 주식수 대비로 보면 1%도 안되는 물량이긴 했으나, 공모가가 너무 높지 않냐는 논란의 와중에 주요 경영진들이 일제히 물량을 던져버린 것은 당시 주가가 고점임을 자인한 셈인지라 이후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물론, 스톡옵션이라는 게 임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해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가치를 높여 그 과실을 따 먹으라는 것이고, 이들은 그 의도에 맞게 행사를 해서 큰 돈을 벌었으니 무어라 할 말은 없을 수 있겠다. 어쩌면 너무 합리적인 선택이었으리라. 하지만, 소액주주인 개미들(잊지말자. 개미들도 주주이고, 그 회사의 주인이다) 입장에선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그래서 ‘스톡옵션 먹튀’란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었다.

Scene #3 상장 바이오업체에서 생긴 일

얼마 전 상장 바이오업체를 다니는 후배를 만났다.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이었던 이 회사로 옮겨 회계와 재무뿐 아니라 투자유치나 IPO까지도 깊이 관여하며 온갖 고생을 다했다고 한다. 결국 상장에 성공을 했고, 소문으로는 스톡옵션을 받아 상당한 돈을 챙긴 것으로 들었다. 만나자마자 축하의 말부터 건넸는데.

“선배님, 그렇게 많이 벌지 못했습니다.”
‘뭔 소리지?’

그는 의아해하는 나의 표정을 보며 말을 이었다.

“상장 전에 공모가보다 낮게 좀 받았는데, 몇 주 못 받았구요. 상장 후 추가로 받았는데, 상장 이후 주가가 고꾸라져서 행사가격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게다가 당장은 행사도 할 수 없는 기간이구요.”

하기사, 최근 들어 바이오 쪽 주가흐름이 좋지 않다.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것일까? 스톡옵션 받고 상장시켜서 인생 ‘골든벨 ‘치겠다고 낮은 급여를 감수하며 그 고생을 했는데, 많이 안타까웠다.

“뭐 그래도 옵션은 남아 있잖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
“글쎄요. 행사가격이 2만5000원인데, 지금 주가가 1만2000원대에요.”
“…”

할 말이 없었다. 만남 이후, 그 후배는 다른 업체로 이직했다. 회계와 재무, 상장 준비에서 상장까지 다 경험해 본 재원인지라,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상장이 끝이 아니라 아직 갈 길이 먼 이전 회사 입장에선 대체 인력을 찾기 힘든 큰 손실이었을 것이다. 듣기로는 비단 그 후배 뿐 아니라 몇몇 핵심인력들도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반토막 난 주가 때문에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이 된 스톡옵션을 들고 희망고문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스톡옵션에 대비되는 RS제도의 특징

두 번째나 세 번째 사례는 스톡옵션의 한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100년 이상 승승장구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은 주인(주주)의 염원(?)을 충족시키는 성과보상체계를 구축하는 게 그만큼 어려운 것이리라. 그래서,요즘 들어 스톡옵션에 대한 대체재로서 부쩍 회자되는 제도가 있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보상(Restricted Stock, RS)이 바로 그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스톡옵션이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인데 반해, RS는 일정 조건을 걸고 주식을 직접 부여하는 장기보상 제도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양도에 제약 내지 조건이 걸린다. 즉, 행사제약기간 내에는 주식의 매매가 금지되고, 동 기간 내에 회사와 약속된 조건이 이행되지 못할 경우 주식 지급은 무효가 된다. (필자 주- Restricted Stock제도도 몇가지 종류가 있는데, 여기에선 상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 외에 스톡옵션 대비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리=임방진 회계사
정리=임방진 회계사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스톡옵션은 회사의 주식을 일정가격에 살 수 있는 선택권이다. 예를 들어, 미래 일정시점에 주식 1주를 5천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인데, 주식의 시가가 1만원이 된다면, 1만원짜리 주식을 5천원에 살 수 있으니 5천원의 이익을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시가가 3천원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스톡옵션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진다.

만약 주식을 받는 RS라면 어떨까? 그냥 1주를 받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5천원을 줘야 살 수 있는 것이지만, RS는 회사로부터 무상으로 받는 것이다. 만약 주가가 1만원이 되면 1만원만큼 이익이고, 3천원이 된다 해도 0원이 아니라 3천원짜리 주식이 내 손에 남게 된다. 주식을 받게 되는 시점은 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이를테면, 3년 근속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면 3년을 견뎌야 그 주식을 받게 된다.

개인에 따라 선호체계는 다를 수 있겠으나, ‘수풀 속의 두 마리 새’ 보다는 ‘내 손안의 새 한마리(a bird in my hand)’, 즉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이 낮은 선택지를 선호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임을 감안할 때, 스톡옵션의 대체재로서 RS의 인기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RS는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부여조건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도 스톡옵션에 버금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테면, 주식을 당장 주되 최소 10년을 근속해야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건다면, RS를 부여받은 임직원도 한사람의 주주로서 10년 후 주가가 최대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더하여, 자기주식을 이용해서 주식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처럼 신주발행에 따른 희석화 현상도 없다. 주주(대주주든 소액주주든)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주식가치 희석없이, 핵심인력의 장기근속과 장기적 기업가치제고가 가능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비단 당장 돈은 없고 인재는 필요한 스타트업 뿐아니라, 비상장사나 상장사까지도 업종에 관계없이 관심을 보일 이유가 충분히 있다.

오해는 마시라. 그렇다고 RS가 임직원의 충성도와 만족도 향상, 대리인문제 최소화와 장기기업가치제고를 위한 만병통치약(panacea)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최근 들어 다른 방법들에 비해 여러가지 장점이 부각되며 각광을 받고 있는 제도일 뿐이다. 그리고, 눈치챘을 지 모르겠으나, 스톡옵션 대비 유연성은 RS자체의 특징도 있지만 비교적 신생(?)인지라 법규나 제도적 정비가 아직 덜 된 측면도 없지 않다.

RS제도가 경영 승계에 악용될 가능성은?

그런데, 최근 필자의 눈길을 끈 기사가 있었다. 2020년부터 관련 제도를 도입한 한화그룹의 사례와 함께 양도제한조건부주식보상(RS)이 재벌총수 일가 경영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10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 등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부여할 수 없도록 하는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 즉 양도제한조건부주식보상의 경영세습악용 방지법안이 발의되었다는 기사였다.

솔직히 조금 의아했다. RS가 ‘재벌총수 일가 경영승계에 악용될 우려’라… 그간 재벌 2세, 3세 등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온갖 꼼수들이 실제로 있어 왔으니, 그 어떤 움직임도 일단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런데 RS는 어떤 식으로 악용한다는 걸까? ‘경영승계에 악용’이라는 표현이 성립하려면, 아버지의 소유지분을 자식에게 넘기면서 상속세나 증여세 등을 회피하는 등 절세를 넘어서는 탈세의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RS에 탈세 여지가 있나?

관련 기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최근 재계에 RS가 확산되는 이유로 관련된 법적 규정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상법상 스톡옵션은 대주주에겐 부여할 수 없고 발행 주식 수의 10% 이내로 수량이 제한되는 제약 요인이 있는 반면 RS는 부여 대상과 수량에 제한이 없어서, 오너 일가도 얼마든지 RS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스톡옵션은 정관에 반영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RS는 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이후 개별 부여 건은 대표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등 지급 절차도 간소하다. 절세 측면에서도 유리한데, RS를 수령하면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은 45%(지방소득세 포함시 49.5%)이나, 상속증여세는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까지 감안시 최대 60%까지 올라간다는 점을 지적한다. 10%의 세율차이니 결코 작다고 할 순 없겠다.

10년 근무 조건은 회사한테 매우 유리

그런데, ㈜한화(한화솔루션 등도 마찬가지다)의 최근 공시를 찾아보니 10년간의 양도제한 조건이 걸려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보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아 모르겠으나, 만약 10년동안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주식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이라면, 오너 일가 입장에선 차라리 그냥 지금 현금으로 성과급을 받고, 그 돈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경영권 승계자 뿐만 아니라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임직원에게도 적용되는 장기적 책임경영과 성과보상제도의 일환이라면 주주(특히, 소액주주)로선 10년 제약조건의 RS제도에 반대할 이유가 적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RS를 받은 임직원들과 소액주주는 한 배를 타는 셈 아닌가! 주인에게는 2~3년 단기적 성과와 주가만으로 승부를 보고 회사를 떠나가는 임직원보다는, 보다 긴 호흡으로 장기적 기업가치제고를 최우선시하는 진짜 ‘주인의식’을 가진 임직원들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말이다.

그 어떤 제도든 완전하진 않을 것이다. RS관련 법규가 잘 정비되고, 장기기업가치제고를 위한 좋은 도구로 남길 기대한다.

글쓴이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겸 세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세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실사, 경영진단, 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교환 근무후 귀국해 SOX 404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했다. 2008년부터는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2010년이후 KDB생명보험, ING생명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회계와 세무, 기업구조조정, 경영기획 및 관리, 금융·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무지침서를 출간하고 강의로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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