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누가 더 잔혹한가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신세계질서① “팔人에 대한 이 전쟁은 75년 전에 시작돼 인종차별과 강점, 美의 공모가 폭력의 원천” 16년간 팔人 6407명 사망...이스라엘 308명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 주변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맞서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 주변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맞서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얼마나 더 죽이려는가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가 최대 5000발에 달하는 로켓탄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설치한 가자 지구 장벽을 폭파하고, 또 패러글라이더를 날려 이 장벽을 넘어 공격을 개시했다. 수십 군데 이스라엘의 군사기지와 시설들이 공격받았다. 수십 년 이래 최대 규모로 이스라엘이 공격받았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보복을 선언했다. 가자의 수도와 전기 등은 이스라엘이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단전, 단수, 식량공급 중단을 지시했다. 그리고 “모든 전쟁 규칙을 철폐하겠다. 우리 병사들은 그 어떤 것에도 책임질 일이 없을 것이다. 군사법정도 없어질 것이다”라고 한다. 여기에 팔레스타인인을 가리켜 ‘인간동물(human animals)’이라고 불렀다.

과거 독일 나치들은 유대인을 가리켜 ‘운터멘쉬(Untermensch)’라고 불렀다. 인간도 아닌 ‘개돼지’급이라는 말이다. 실제 나치들이 유대인들 가리킬 때 가장 많이 사용했던 말이 ‘돼지’였다. 그러니 맘껏, 양껏 죽이라는 말이었다. 이제 나치들의 ‘운터멘쉬’ (인간말종)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인간이 아닌 ‘짐승들’이라고 호명했으니, 만일 나치들이 본다면 이 전쟁은 짐승들끼리 하는 것이 되는 셈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이려고 저러는 걸까.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은 굶겨 죽이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 나치들은 폴란드에서 독일군이 한 명 죽으면 폴란드인 열 명을 굶겨 죽였다. 물도 끊었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이제 가자지구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집단처벌’삼아 굶겨 죽이려고 하는 모양이다. 저 중 40%이상이 미성년자, 곧 어린이들인데 말이다.

전쟁은 75년전에 시작됐다

미국에 ‘진보적인’ 반시온주의(Anti-Zionist) 유대인조직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가 있다. 이 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이 전쟁이 일어난 배경 내지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6년 동안의 이스라엘에 의한 군사적 봉쇄 뒤,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전사들이 전례없는 공격을 감행했고 그 결과 수 백의 이스라엘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민간인들이 납치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을 선포했고, 공습을 개시했고 그 결과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습니다. 민간인 거주지를 폭격했고 포위된 가지 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전쟁범죄를 협박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제 막 선전포고를 했다고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은 이미 75년 전에 시작된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인종차별(apartheid)과 강점(强占)- 이 탄압에 대한 미국의 공모-이야말로 이 모든 폭력의 원천입니다. 현실은 당신이 시작할 때부터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지난 과거,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인종주의자, 근본주의자, 극우 정부는 강제 추방과 가정 파괴, 대량 살상, 난민캠프에 대한 군사적 공격, 끝없는 포위작전 그리고 일상적인 모욕으로 점철된, 유대인의 우월성이란 미명하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적 강점을 무차별적으로 확대시켜 왔습니다. 지난 몇 주간에는 이스라엘 군이 반복적으로 예루살렘의 이슬람사원에 난입했습니다.

16년에 걸쳐 이스라엘 정부는 2백만 명의 사람들을 감금하고 굶기고 의료지원을 거부하면서 가혹한 공중, 해상 그리고 육상의 군사적 봉쇄 하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질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학살했고, 가자에 사는 10살짜리는 누구든 그 짧은 인생에 이미 7차례에 걸친 대규모 포격전에 상처받아야 했습니다.”

그렇다. 이 전쟁은 75년 전인 1947년에 시작해서, 56년 전인 1967년부터인 이스라엘군의 군사적 강점(强占)을 거쳐, 16년 전인 2007년부터의 가자 지구 봉쇄의 연속인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복잡하지 않다. 이스라엘 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 즉 인종차별, 인종분리, 인종청소– 와 군사적 강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미국의 ‘공모’가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 모든 폭력의 뿌리는 ‘억압’인 것이다.

아래 <그림1>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땅의 역사를 보여준다. 1947년, 1967년 그리고 현재까지이다. 1990년대 오슬로 협정에 따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경계는 아래 지도상 1968년이 기준이다. 이른바 ‘2국체제’안이다.

<그림1>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영토변화

출처=MSNBC
출처=MSNBC

아래 <그림2>는 팔레스타인의 영토가 가자 지구(현재 230만 명), 서안 지구(약 3백만), 동예루살렘(약 35만 명) 그리고 이스라엘 영토내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190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이중 가자 지구는 거의 전부가 팔레스타인인으로 구성된다. 반면 서안 지구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로 야금야금 잠식당한 상태다. 2016년 안보리결의 제2334호에 의거,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으로 법적 무효가 선언된 상태다.

<그림2> 팔레스타인의 파편화와 인구

그림 제목 '아파르트헤이트는 파편화를 말한다'
그림 제목 ‘아파르트헤이트는 파편화를 말한다’

17년간 폭력은 어디로부터 왔나

양국의 관계사는 곧 전쟁의 역사였다. 단지 지난 16년 즉 2008년~2023년 사이만 놓고 보더라도 양국의 무력 충돌로 인한 사망자를 보면 팔레스타인이 6407명, 이스라엘이 308명이다.

<그림3> 양국의 무력분쟁과 사망자

<그림4> 양국의 성별, 연령별 사망자

<그림4>는 이 사망자의 성별, 연령별 통계이다.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6407명 중 여성이 626명, 어린이 1437명(22.4%)이다. 반면 이스라엘인 사망자 308명중 여성은 36명, 어린이는 25명(8.1%)이다. 이 아주 초보적인 단순 자료만 놓고 보더라도 폭력이 주로 어느 쪽에서 나오는 것인지 자명하다. 사망자만 놓고 볼 때 같은 기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4.8%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여성의 사망률은 팔레스타인 여성의 5.8%, 이스라엘 어린이의 사망률은 팔레스타인 어린이에 비해 1.7%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 서방언론이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폭력’을 주로 문제삼기에 언급하는 것이지만, 이스라엘 여성은 팔레스타인 여성의 5.8%, 어린이는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비교해 1.7%의 사망률을 보였다. 이는 양국간 전력의 극단적인 비대칭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이다. 여기에다 2008년 이전의 통계까지 합산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림 3>에 나와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별 사망자를 보면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52명, 팔레스타인 5360명, 서안지구는 이스라엘 138명, 팔레스타인 1007명이 사망했다.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서안 지구보단 5배 이상이다. 그리고 가자 지구에서 사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율은 100배 차이가 넘는다. 그만큼 2008년이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분쟁의 중심은 가자 지구에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림5>는 연도별 가자지구를 둘러싼 양국간 무력충돌을 나타낸 그림이다. 봉쇄가 시작된 직후인 2008년, 2012년, 2014년의 무장투쟁과 2018년의 비폭력 ‘귀환대행진’(<그림6>)에서 보듯이 총 팔레스타인 측 사상자는 수만 명이 넘고, 파괴된 가옥은 7만 채에 육박한다. 특히 비무장 평화투쟁이었던 귀환대행진의 부상자만 3만 명이 넘고 있다.

<그림 5>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사상자

<그림 6> 2018년 가자지구 ‘귀환대행진’ 사상자

하마스를 ‘무장단체’라 부를 수 있나

이 전쟁은 하마스가 주도하고 있다. 하마스를 한국 언론은 ‘무장단체’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오슬로 협상을 거부하는 강경파로 알려진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 다수석을 차지한 집권당이었다. 즉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정권을 장악한 합법 정당이었다. 이후 팔레스타인에선 단 한 번도 새 총선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따지자면 지금도 다수 집권당이다. 원래 2021년 총선이 계획되었는데 무기 연기되었다.

위키리크스는 2007년 6월 13일자 이스라엘의 군정보사 사령관 야들린과 당시 주이스라엘 미대사 리처드 존스와의 대화록을 존스가 미 본국에 보고한 비밀전문을 공개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의 일상적 협의 네트워크와 그 속살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자세히 읽어 보면 매우 흥미로운 문건이다.

지난 2006년 팔레스타인 입법부 총선에서 하마스의 승리는 곧 미/이스라엘이 미는 파타당(Fatah: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파타는 미/이스라엘과 협력해 서안 지구에서 하마스의 정부 구성을 저지했다. 그리고 가자 지구의 하마스를 약화시키기 위한 공작에 들어간다. 실제 이스라엘은 가자를 봉쇄하고 2008년 12월 가자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한다. 이 문건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사사령관 야들린은 하마스가 가자에 정부를 세우는 것은 “자신들에게 아주 ’해피(happy)’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마스와 파타간의 반목과 경쟁의 틈을 벌려 파타는 포섭하고, 하마스는 배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마스를 ‘적대 단위(hostile entity)’로 선포해서 억압한다. 전형적인 ‘디바이드 앤 룰’ 개념이다. 야들린의 발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이란이다. 다음으로 시리아, 레바논의 헤즈볼라, 그 마지막이 가자 지구다. 그는 가자에 공항이나 항구가 없는 한 이란의 역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자는 ‘당분간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가자 봉쇄는 대중들이 곧 하마스의 집권능력을 의심케 만드는 작전이었다.

하마스건 파타건 그 내부에는 다수 정파와 군사조직들이 존재하고 이 모두를 양당이 통제하는 것도 아니다. 내부의 틈을 최대한 벌려 서로 싸우게 만들고, 나아가 공간적으로 분리된 가자와 서안 각각에 정부를 세우게 만드는 것이 이스라엘의 이익이다. 적어도 이 비밀문건에 근거해 보자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작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위에서 본 것처럼 왜 가자에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집중되어 있고 또 이스라엘의 공격도 가자에 집중되는 지 그 이유가 설명된다. 그리고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전쟁이 개시되었는데도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 파타당이 별도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국내정치적 역학과 연관되어 있다. 심지어 오슬로 협정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무장공격을 받을 시 팔레스타인 정부, 즉 파타당 정부는 이스라엘과 협의, 곧 협조하게끔 되어 있다.

가장 최근인 7월 말에도 파타와 하마스가 ‘통일정부’ 구성에 대한 회담을 열었지만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 2007년 양당의 내전이후 압바스는 18년째 대통령이고, 양당을 비롯 제정파간에 근 16년에 걸쳐 수많은 화해 시도와 협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통일된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

이번 전쟁은 한편으로 다극화 신국제질서 하에서 서아시아의 지정학적 힘의 관계를 테스트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팔레스타인내의 정치지형에도 상당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②에서 계속

글쓴이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이후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1세기한국정치학회 이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 전공자로서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통상,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를 썼다. 지은 책으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등이 있으며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등에 공저자 및 편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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