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아랍을 이길 수 있을까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신세계질서② 전쟁범죄 저지르는 이스라엘에 아랍국들 단결하는 모습...중·러·BRICs도 우려 목소리 네타냐후, 군사 부담 외에 ‘외교 고립’ 부담도 바이든 “가자 침공은 대실수” 언급한 의미는

지난 14일 가자 지구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 푸마 장갑차(APC)가 일렬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AFP/ 연합뉴스
지난 14일 가자 지구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 푸마 장갑차(APC)가 일렬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AFP/ 연합뉴스

완벽한 ‘감시 사회’ 만든 시오니스트

①편(칼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누가 더 잔혹한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의 현재는 이스라엘 군에 의한 56년간의 군사적 강점의 연장선에 있다. 그런 뒤 16년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군사적으로 봉쇄했다. 그리고 서안 지구에서는 이른바 ‘정착민 식민주의’를 통해 영토를 잠식했다.

이른바 ‘정착민(settler)’은 실상 이스라엘 극우 시오니스트 민병대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폭력으로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또 그들을 다시 가자 지구에 강제 수용했다. 가자 지구 230만 주민은 이렇게 자기의 땅에서 유배되어 불법적으로 억류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다.

그리고 아래의 <그림1>에서 보듯 가자 강제수용소에서 아무런 재판없이 ‘구금된’ 230만 명은 남북단의 검문소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콘크리트와 강철로 된 장벽에 가로막혀 24시간 최첨단 감시카메라와 센서에 의해 감시되고, 장벽을 가운데 두고 제초처리되어 좌우 일정 거리에 이격 설치된 감시탑에는 무인기관총이 설치되어 있다. 이들 230만 명의 유무선 모든 통신과 전자우편 역시 완벽히 검열되고 있다. 당연히 이들 수용자내부에도 첩보망이 심어져 있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230만 명 모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일찍이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덤이 고안했던 ‘팬옵티콘(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 감옥- 편집자주)’의 이상을, 나치독일도 이룩하지 못한 감시사회의 완벽한 이상향을 구현한 유일무이한 나라였다. 이 모든 것이 ‘자유’와 ‘민주’의 이름으로 수행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이상향’에 부적응한 모든 남녀노소는 별도의 또 다른 감옥에 이송되어 더 혹독한 감시와 고문에 적응해야 했다. 현재 어린이들을 포함해 약 5200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민족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예외상태 혹은 계엄의 완벽한 일상화는 시오니스트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업적이었다.

<그림1> 가자지구의 개념도(출처: 르몽드)

<그림2> 하마스 알카심여단의 로켓탄전력(2021)

하마스의 전쟁 목표는 3가지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라고 클라우제비츠가 말했다. 과연 그렇다면 하마스의 전쟁 목적은 무엇일까. 서방을 비롯한 한국 언론 역시 영유아 참수사건 등을 조작하느라 너무 바빠서 그랬는지 가장 본질적인 이 질문을 누구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이다. 하지만 당장 이것이 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전쟁 발발 수일 뒤 하마스의 리더 오사마 함덴은 이번 작전의 목표와 관련, 이렇게 밝혔다.

“저항군은 준비되어 있고 부대는 정위치해 있다. 적이 지상진입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저항에 봉착할 것이다. 지난 이틀간 협상과 관련, 저항군의 입장을 체크하기 위한 접촉이 있었다. 저항군의 입장은 정착촌 건설 중단과 성전 모독의 중단 그리고 가자 포위망 철수다. 저항군의 공동상황실은 이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팔레스타인 포로 석방 협상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는 전투 중에 협상할 수가 없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침공이 저항군을 지지하는 나라들의 입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우리는 시리아의 역할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즉 저항군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스라엘의 극우 시오니스트들은 이른바 유대교 제3 성전을 짓기 위해 끊임없이 무슬림의 ‘알 아크사’ 모스크를 침탈하고 신성모독해 왔다. 하마스의 이번 작전도 무슬림의 제3 성전인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시오니스트의 침탈을 구실로 삼아 개시되었고, 그래서 작전명도 ‘알아크사 홍수’라고 되어 있다. 알아크사 침탈은 어쩌면 아랍권뿐만 아니라 2022년 기준 전 세계 인구 25% 약 19억 명으로 추산되는 무슬림 전체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상처낸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첫 번째 전쟁 목표는 서안 지구의 정착촌 건설, 즉 시오니스트 민병대에 의한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영토 침공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자지구 포위 해제는 16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장벽을 해체하고 팔레스타인 난민과 주민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 모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56년간에 걸친 이스라엘의 군사적 강점의 종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마스의 이번 전쟁의 목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아래 그림3의 이스라엘 장벽 폭파는 고도의 상징성을 갖는다.

하마스, 시가전에서 불리하지 않을 수도

현재 하마스의 전투원은 약 3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 수가 없다. 이스라엘군은 약 3만명을 기준으로 30만 침공군을 편성했다. 이 수치는 도시게릴라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일반적인 군사교리상 진지 탈환을 위한 개활지 전투는 공자(攻者)과 방자(防者)의 비율 즉 교환비를 3대 1로 잡는다. 하지만 시가전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9대 1로 잡는다. 그만큼 공자의 소모율이 현저히 높다는 말이다. 즉 이스라엘 군 역시 가자 지구 시가전은 엄청난 인명 손실의 리스크를 안고 시작해야 한다. ①편에서 본 것처럼 가자 지구만 놓고 볼 때 지금까지 양측 사망자 비율은 대략 100 대 1이었다. 물론 팔레스타인인이 100이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의 전사자수는 두 자리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자 지구의 완전 점령을 목표로 시가전을 전개할 때 그 양상은 판이할 것이다. 2차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의 압도적인 화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당시 소련군은 초근접전을 전개했다. 가자 지구 시가전도 마찬가지 초근접전이 될 것이다. 지형지물의 숙지도는 태어나서 여기서 갇혀 자란 하마스 전사들이 월등히 유리하다. 이스라엘 군은 여기에다 미사일과 다연발탄, 생화학무기 그리고 백린탄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지금은 단박에 정리한 듯 보인다. 역대 최악의 부패 정권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심지어 사법제도조차 자신에 유리하게 변경하고자 시도했다가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다. 1천 여명이 넘는 이스라엘 비행기 예비역 조종사들은 네타냐후 정권하에서 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기까지 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초기대응에 실패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자초한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마지막까지 지휘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빈약한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를 소탕함으로써 보전하고자 할 것이다.

<그림3> 파괴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불법 장벽

위 사진은 파괴되기 전의 모습. 아래는 파괴된 후의 모습.
위 사진은 파괴되기 전의 모습. 아래는 파괴된 후의 모습.

<그림4> 2023년 10월 16일 현재 양측의 사상자

자료=알 자지라
자료=알 자지라

가장 많이 어린이 학살한 네타냐후 정권

지난 열흘 남짓 이스라엘 군은 영토면적상 가자 지구보다 1800배 큰 아프가니스탄에 10년 동안 발사한 미사일 양과 비율적으로 거의 맞먹는 6000여 발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10월 16일 현재 이스라엘 대(對)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400명 대 2723명, 부상자 3400명 대 1만700명이다. 이스라엘측 희생자 규모도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자 지구에서 1백 명이상의 희생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으니 이스라엘의 충격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제 팔레스타인측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방공망 자체가 부재한 가자 지구 민간인들은 그냥 앉아서 처형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가자 지구내 팔레스타인 인구의 47% 즉 약 108만 명이 어린이들이다. 그렇게 보자면 이스라엘은 역사상 단위 시간에 가장 많은 어린이를 학살한 정권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지 않을까 싶다.

공습 무방비도시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은 물론 지상군 진입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폭격과 동시에 단전, 단수, 식량, 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모습은 나치독일에 의한 바르샤바 게토 공격과 레닌그라드 포위를 꼭 닮은 모양이다. 이스라엘이 정당한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 자위권의 행사는 전쟁법에 근거해야 한다.

전쟁범죄 중인 이스라엘을 보는 상반된 시선

자위권 행사는 군사적 필요성, 합목적성 그리고 비례의 원칙에 입각해야만 한다. 쉽게 말해 자국민 1인이 부당하게 살해당했다는 이유로 상대국에 핵폭탄을 발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전쟁법상 규범을 이스라엘은 가볍게 무시하면서 전쟁범죄의 모든 구성요건을 거의 완벽히 충족시켰다. 여기에 심지어 미국, 영국을 비롯 나토스탄(NATOstan)국들도 이 범죄에 조력자로 기꺼이 출연했다. 유럽연합(EU)의회는 심지어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한 묵념조차 거부했다. 이 전쟁의 향방과 관계없이 네타냐후 정권의 국제형사재판소 기소여부는 국제정의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미국과 나토스탄국(國), 그리고 반이슬람적인 인도의 힌두민족주의 모디 정권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나라가 이스라엘의 전범행위와 팔레스타인 영역인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공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현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장관은 EU의 외교장관 보렐이 방중한 면전에서 이스라엘을 강력히 성토했다. 일설에는 향후 ‘브릭스(BRICs) 평화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역시 기존의 친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양측의 휴전 중개 의사를 표명했다. 서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팔레스타인 편에 빌드업되었다. 이란은 특히 사우디와의 공조를 확인했고, 이스라엘이 가자를 침공할 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하마스, 헤즈볼라 지도부를 면담하고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도 접견했다. 나아가 이라크 외무와도 회담했다. 튀르키예 역시 이스라엘을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브릭스국인 남아공과 브라질 역시 큰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만일 이스라엘이 가자를 침공할 경우 군사적, 작전적 부담은 물론이고 그 뒤를 이를 정치적 부담, 외교적 고립과 압박을 네타냐후 정권이 극복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부담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의 바이든 정권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한 이후 다시 서아시아를 불바다로 만든 조건에서 정권 재창출은 결코 유리한 흐름이 아니다. 과거 카터 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터진 이란혁명뒤 무리한 미대사관 직원 구출작전 실패로 결국 정권을 내준 경험이 있다. 한국의 광주 학살은 이 배경에서 카터정권이 선거전략상 필요로 조기진압에 나선 대표적 케이스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침공하면 지금은 ‘간’만 보고 있는 레바논 헤즈볼라가 개입할 예정이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체급이 전혀 다르다. 또 대(對) 이스라엘 전쟁 승전 경험도 있다. 시리아도 마찬가지다. 이미 아랍 각국의 이슬람형제단을 비롯, 자발적 동원에 나선 민병대의 집결 가능성도 점쳐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은 ‘대실수(big mistake)’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렇다면 바이든의 퇴각을 다극적 신세계질서의 전진으로 볼 것인가? ③편에서 계속

글쓴이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이후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1세기한국정치학회 이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 전공자로서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통상,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를 썼다. 지은 책으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등이 있으며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등에 공저자 및 편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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