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번에는 홍해에 빠지는가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홍해전쟁과 ‘강감찬’호① ‘후티 반군’이라 불리는 세력의 실체 미국은 왜 선전포고를 했을까 약하지 않은 그들, 미국은 이길 수 있을까

'후티 반군'으로 알려져 있는 인사르살라 정부군.
'후티 반군'으로 알려져 있는 인사르살라 정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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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에 부는 전쟁 공포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인에 대한 제노사이드(집단살해)와 인도(人道)에 반한 범죄의 중단 등을 요구하며 예멘의 안사르알라 정부가 홍해항로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원래 <국제형사범죄법>에 의하면 위의 죄를 범한 범죄자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유죄판결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기로 되어 있다.

안사르알라(Ansar Allah 알라를 따르는 사람들이란 뜻) 정부를 흔히 별칭을 사용해 서방에서는 ‘후티 반군’이라 부르지만 자신들은 안사르알라라고 불러주기를 원한다. 터키를 튀르키예, 키에프를 키이우라고 불러 달라고 했을 때 한국언론이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응당 그렇게 하듯이 이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불러주는 것이 좀 더 공정공평하고 열린 태도라고 나는 본다.

엄격히 말해 현재 예멘은 여전히 내전중이다. <그림1>에서 보듯 안사르알라 운동이 수도 사나를 장악한 상태에서 이들에 반대하는 제정파가 사우디 주도하 연합군을 결성,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한 이후 약 8년이 넘는 전쟁이 계속되었다. 이 전쟁은 중국이 중개한 사우디-이란 화해(rapprochement) 이후 비로소 정전 상태에 들어갔다.

현재 안사르알라 정부가 인구의 약 80%를 통치하고 있고, 남부에는 축출된 전대통령파가 아덴을 중심으로 일종의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친사우디 연합에 소속된 수니파 이스라당, 전전대통령이면서 친후티 성향인 살레파 그리고 사막지대에는 ‘친미!’알카에다가 할거중이다. 사우디 연합군은 아랍에미레이트,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모로코가 한 편이 되고 그 배후에 미, 영, 불, 캐나다 그리고 한국도 일부 가담해 있다. 그리고 안사르알라 측은 살레 파와 국제적으로 이란의 후견을 받고 있다. 북한도 지원한다는 설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오랜 내전과 국제전을 겪고 분쟁이 ‘동결’된 시점에서 발발한 가자 전쟁을 안사르알라 측이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나서자 역내여론이 이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안사르알라 세력이 싫지만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나선 점에는 광범위한 지지를 표명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지원하는 사우디 편에서 싸웠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공동의 적이 되는 셈이다.

'그림 1' 예멘의 현 정치상황
‘그림 1’ 예멘의 현 정치상황

미국이 홍해 상황을 심각히 보는 이유

안사르알라 정부는 가자전쟁의 초기부터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살해) 중지를 요구하며 이스라엘에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최남단 항구도시인 에일라트(Eilat)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밥알만뎁 해협을 통과하는 이스라엘발(發) 혹은 이스라엘향(向), 그리고 이스라엘이 소유한 컨테이너선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현재 이 사태로 아래 <그림2>에서 보듯이 전세계 무역량의 12%, 전세계 해상운송 석유의 12%인 일일 880만 배럴, 전세계 LNG무역량의 8%인 LNG 41억 큐빅피트/일, 그리고 3억8천만 톤의 화물이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 특히 유럽의 정유수입량의 21.5%, 원유수입량의 13%가 홍해를 통과한다. 러시아 천연가스가 공급중단된 뒤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이 홍해전쟁으로 또다시 에너지 및 물류대란이 예상된다는 말이다.

홍해위기의 결과 대부분의 글로벌 해운사들이 로테르담-싱가폴 항로기준 기존 수에즈운하의 8440해리보다 40% 늘어난 희망봉을 우회하는 1만1720해리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그림 2' 밥 알만뎁 해협과 글로벌 에너지 물류. 출처= 알자지라
‘그림 2’ 밥 알만뎁 해협과 글로벌 에너지 물류. 출처= 알자지라
'그림 3'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 항로의 비교
‘그림 3’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 항로의 비교

이러한 초유의 사태에 직면, 지난 12월 18일 미 국방부가 장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 홍해위기는 구체화되었다. 예멘의 안사르알라 정부에 대해 이른바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이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 즉 안사르알라 정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항, 다국적 연합군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선전포고’다.

이로써 미국등 서방은 안사르알라 정부의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 중지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듯,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해 온 관례에 따라 이들로부터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위한 국제연합함대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통합대양해군(CMF; Combined Maritime Forces)산하 CMF 153 태스크 포스군을 파병하겠다고 나섰다. 처음 여기에는 미, 영을 비롯,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쉘과 스페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인근 아랍국 가운데 유일하게 바레인만 포함되어 있다. 이는 아마 CMF 군사령부인 동시에 미 제5함대 사령부가 바레인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이쉘이라는 인도양의 인구 8만의 섬나라가 포함된 것은 아마 해군기지 제공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발표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페인은 사전 동의가 없는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언급했고, 이탈리아 역시 이 작전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프랑스는 홍해상 현위치의 함정이상의 지원을 거부했고, 덴마크, 네덜란드 그리고 노르웨이도 해군장교 일부를 파견하는 수준의 최소한의 지원에 그쳤다. 바레인을 제외하고 역내 아랍국가 어디도 적극적으로 참전 의사를 밝힌 곳이 없음은 아주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연말 미해군 헬기의 공격을 받고 안사르알라 해군소속 소형 고속정 3척이 침몰했고, 탑승한 예멘해군 10명이 전사했다. 안사르알라 측은 이들이 ‘종교적, 인도적, 도덕적 의무’를 수행중이었음을 들어 미군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선언했다. 요컨대 미국이 하마스는 물론이고, 헤즈볼라에 이어 이들 안사르알라 정부,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이란까지 모두를 제거할 결심을 했다면 이는 곧 세계 3차 대전을 의미한다. 즉 가자전쟁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서서히 서아시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에 의한 대(對)팔레스타인, 레바논 전쟁은 사실상 미국의 대리전쟁 양상이다. 우크라이나전쟁처럼 말이다.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미국의 강력한 후원을 받아 온 이스라엘 군은 어떤 의미에서 미국의 글로벌 패권유지를 위한 서아시아에서의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이 불법적으로 설치한 시리아의 미군기지와 현재 이라크 정부로부터 철수를 요구받고 있는 이라크에서의 미군기지를 둘러싼 시아파 무장단체와 이 지속적인 군사적 충돌과 예멘 전쟁은 미국이 직접 전쟁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가자 전쟁과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 ②에서 계속

글쓴이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 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이후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1세기한국정치학회 이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 전공자로서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통상,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를 썼다. 지은 책으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등이 있으며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등에 공저자 및 편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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