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산 3000억달러 몰수한다?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미, 러시아 자산 몰수해 우크라 지원? 1,2차 대전때도 적국 자산 몰수 안하는데 국제금융 질서에 ‘글로벌 반혁명’ 충격 러도 이미 서방국 자산 리스트 확보해 결국, 3000억-2880억=탈달러화 할까
우크라이나 지원법 통과의 이면
미국 하원에서 미국이 압류한 러시아 국가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지난 22일 통과됨으로써, 현대 세계사에 유례없는 일대 ‘혁명’ 같은 일이 일어났다. 미 민주당이 주도해 360대 58로 통과된 『우크라이나 경제번영과 기회의 재건법(REPO)』은 ‘혁명’인 동시에 ‘대러 경제 선전포고’라고 불러도 좋겠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약 600억 달러 규모의 지원도 결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미국이 지원했던 자금의 선례에 비추어 볼 때, 이 돈 중 약 90%는 그냥 미국 내에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민들의 세금을 거둬 미 군산복합체에 지불하는 식으로 신무기도 개발하고, 구형 무기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에 복구자금으로 주자는 말은 이전부터 해오던 얘기다. 작년 유럽연합(EU)에서도 이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고작 동결자산에서 나오는 러시아의 이자수익을 따로 떼어내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줄 무기를 사자는 정도가 최근의 흐름이다. 하지만 미·영은 EU가 아니기에 얼마든지 자국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남이 맡겨 둔 자산을 내 맘대로 쓰겠다’는 것이니, 바야흐로 미국이 입만 열면 말하는 ‘규칙기반 국제질서’가 무엇인지를 교과서적으로 시전하는 셈이다.
적국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혁명적 사고’
전시에도 적국 자산을 임의처분하지 못한다. 1차,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전후에 조약 등 형식을 빌어 ‘배상금’으로 처분했다. 그리고 자국의 해외자산을 동결하고 석유 공급 루트를 차단하자, 일본은 미국의 진주만을 폭격해 2차 세계대전을 개시했다. 그만큼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재산은 불가침의 것으로 ‘신성’하기조차 한 것이다. 이제 미, 영이 이 시대를 끝내고 싶은 모양이다.
국제관계사에서 2차 세계대전이후 뉘른베르크, 도쿄 전범재판은 미국이 주도한 일종의 ‘혁명’이었다. 교전권은 그 때까지 모든 국가의 고유한 권리였다. 하지만 그 전범재판을 계기로 이제 전쟁은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얼마 전 ‘미국의 이스라엘’은 이란의 시리아 외교공관을 공공연히 폭격함으로써 또 하나의 ‘혁명’을 이룩했다. 이제부터 어떤 나라든 수 틀리면 자국내 외교공관을 폭파하고 외교관을 인질로 잡으면 된다.
그래서 이번 미 하원의 결의는 또 하나의 국제관계사상 ‘혁명’이다. 기분 나쁘면 미국은 자국내 외국 투자나 자산을 압류하고 몰수하면 된다. 특히 미국 경제가 어려울 수록 이 유혹은 커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약한 나라의 팔을 비틀어 양자간 ‘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음에도 말이다.
미국이 뺏으면, 러시아도 뺏는다
러시아의 해외자산은 2022년 1월 기준 6300억 달러라고 러시아 측이 공개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는 더 이상 이런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중 대러 제재국가에 압류된 자산이 약 3000억 달러(약 440 조원, 4월 23일 기준)다. 러시아의 가장 많은 해외 자산은 중국에 있다. 그 다음 프랑스, 일본, 독일, 미국, 국제금융기관, 영국, 오스트리아, 캐나다등 순이다.(아래 그림 참조) 그래서 주로 서방선진 7개국(G7)등 소위 ‘집단 서방’에 잠긴 러시아 자산을 압수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림> 러시아의 해외자산 (2021년 6월 말 기준)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압류자산 대부분이 EU에 있는데 이에 대해 압수의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이미 결론이 났다. 그리고 자산 대부분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법치국가에서 몰수의 적법성은, 일반 법리상 그 돈이 범죄수익이거나 아니면 범죄에 이용되었을 경우에 법원의 판결을 거친 경우에 한정된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해외 자산은 대개 가스나 석유등 에너지 판매 대금이다. 그리고 이 돈은 러시아 중앙은행 소유이고 그러한 한에 있어 러시아 국민의 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은 약 6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보이는 미국내 자산을 몰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약 40억 달러대인 것으로 보이는 영국내 러시아 자산도 곧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영과는 달리 EU입장에서 딜레마는 러시아 자산을 몰수했을 때 뒤따를 러시아의 보복으로, 미·영보다 자신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데 있다.
미국 ‘달러로 세운 경제패권’ 무너지는 소리
미국의 경제패권은 기본적으로 금융에 기초한다. 그런데 스스로 나서 이 금융시스템의 기초를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 등 서방이 압수하면 러시아도 자국내 서방자산을 압수한다는 말이다. 이미 러시아내 입법절차가 완료되었다. 문제는 2022년 말 현재 러시아 내 서방자산 즉 EU, G7, 호주, 스위스 등이 러시아에 직접투자한 자산이 약 2880억 달러 이상이 된다는 데 있다. 서방내 러시아 자산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러시아는 서방의 이런 움직임을 ‘노골적인 도둑질’이라고 성토하면서 이미 자국내 해외자산의 리스트를 작성 완료해 둔 상태다. 그리고 러시아내 직접투자한 해외자산의 인출을 저지하기 위해 자국내 거의 모든 해외기업의 출구 계획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대러 투자자산이 이에 해당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 의회의 이번 입법조치는 미국 패권의 기초인 국제금융시스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함으로써 자본주의 세계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심지어 미국과 EU는 전쟁당사국이 아닌 제3국이다.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 주도 ‘규칙기반 국제질서’인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금융 시스템의 대외신인도를 하락시켜 ‘탈달러화’를 가속화하지 않을 지가 가장 우려된다. 해서 새롭게 도출된 경제전쟁 방정식은 이러하다.
‘3000-2880=탈달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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