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성’을 천남성이라고 부르면 안된다고?

[조민제의 식물 이름 이야기] 한의학 서적에 기록된 약재식물 둥근줄기의 ‘천남성’ 이름 놓고 혼선 현대 분류학 따라 이름 바꿔야하다니

천남성의 전체 모습(경기도)
천남성의 전체 모습(경기도)

천남성은?

천남성<Arisaema amurense Maxim.> -‘둥근잎천남성’과‘천남성’을 별도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 글은 둘을 통합하여 국명을 ‘천남성’으로 하는 견해에 따름-은 천남성과 천남성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반도 전역과 일본, 중국 동북 및 러시아 극동지역에 분포한다. 높이 15~30㎝ 정도로 자란다. 육수꽃차례(꽃대가 굵고, 꽃대 주위에 꽃자루가 없는 수 많은 작은 꽃들이 피는 꽃차례-편집자주)는 4~5월에 핀다. 꽃차례부속체는 곤봉형이고, 꽃을 둘러싼 불염포(꽃 발생시 꽃을 완전히 감싸는 특징을 갖는 커다란 변형 잎-편집자주)는 윗부분이 모자 모양이다.

잎은 1~2개로 3~5개의 작은잎이 달린다. 편평한 구형의 둥근줄기(구경)가 있고 윗부분에 수염뿌리가 있다. 독성이 있는 땅속 둥근줄기를 약재로, 새싹을 구황식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같은 속 식물로 두루미천남성(A. heterophyllum), 무늬천남성(A. thunbergii), 섬남성(A. takesimense), 점박이천남성(A. serratum) 및 큰천남성(A. ringens)이 있다.

천남성의 유래와 옛이름

천남성이라는 이름은 한자어 天南星(천남성)에서 유래한다. 중국 명나라 때에 간행된 『본초강목』(1598)은 “남성은 뿌리가 둥글고 희어 노인성 모양과 같기 때문에 남성이라 하였다”라는 취지로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천남성은 약재로 사용하는 둥근줄기가 하늘에 떠 있는 별(노인성)을 닮았다고 하여 유래한 이름이다.

한편 『향약구급방』(1236~1251)과 『향약집성방』(1433)에는 이두식 차자표기로 우리말 이름을 기록했는데 그와 유사한 명칭이 『동의보감』(1613)에는 한글로 ‘두여머조자기’로 나타난다. ‘두여머조자기’는 고유어로 머리 혹은 구슬 모양의 덩이줄기를 가진 풀이라는 뜻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러 『광재물보』(19세기초)의 ‘쳔남셩’과 『한불자전』(1880)의 ‘텬남성’과 같이 한자를 발음대로 읽은 표현이 자주 등장했고 이후 ‘두여머조자기’ 등의 이름은 소멸되어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두루미천남성의 모습(경기도)
두루미천남성의 모습(경기도)

두루미천남성이 천남성?

두루미천남성(Arisaema heterophyllum Blume)은 천남성속의 식물로 높이 50㎝가량 자라고, 잎은 1개인데 잎자루가 길며, 작은잎이 13~19개로 많이 달리고, 꽃차례부속체가 길게 자라는 특징이 있다. 일본, 중국 및 한국에 분포한다. 중국에는 중부지역을 포함하여 널리 분포하지만 한반도에는 경기, 충남 및 전북 등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두루미천남성이라는 이름은 『조선식물명집』(정태현 외, 1949)에서 처음 보이는데 전통적 명칭 천남성을 기본으로 하고,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두루미’를 접두어로 추가하여 『조선식물명집』에서 새로이 만든 이름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고려시대에 저술된 『향약구급방』에 약재로 기록된 ‘天南星’(천남성)의 분류학적 실체(?)는 A. heterophyllum이라는 종으로 간주되는데, 이시도야라는 일본인 학자로 인해 불일치가 발생했으므로 A. heterophyllum을 천남성(또는 두여머조자기)이라 수정해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신현철, 『향약구급방에 나오는 고려시대 식물들』, 소망출판사(2024), 242쪽 참조. 이하 “『고려시대 식물』”]. 이 견해에 따르자면 우리가 천남성이라 하였던 A. amurense를 더는 천남성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름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향약구급방』의 천남성 부분에는 이름과 더불어 “맛은 쓰고 시며 독이 있다. 2월과 8월에 뿌리를 채집한다. 감처럼 생긴 뿌리가 좋다”는 취지의 문구뿐이다. 어떤 종의 식물을 뜻하는지는 문헌의 기재만으로 알 수가 없다. 그러자 『고려시대 식물』은 조선시대에 저술된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을 살핀다. 그러나 『동의보감』에도 약성과 쓰임에 대한 기재만 있을 뿐이고, 『향약집성방』에는 형태의 설명이 일부 있으나 구체적으로 종을 식별하는데 충분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높이를 1척 정도(30㎝ 내외)라고 함으로써 천남성(A. amurense)을 일컬었다고 볼 여지를 남기고 있을 뿐이다.

이제 『고려시대 식물』은 『향약구급방』의 ‘天南星’(천남성)이 A. heterophyllum이라고 보는 이유에 대해 「중국식물지」에서 A. heterophyllum을 天南星(천남성)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유력한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중국식물지」의 중국명은 옛 한의서의 天南星(천남성)이 곧 A. heterophyllum이라는 하나의 종을 뜻한다는 의미로 기록한 것이 전혀 아니다.

현대의 식물분류학에 따라 종 분류를 할 때, 그들에게는 A. heterophyllum이 가장 널리 분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A. amurense는 그들의 동북지역에 치우쳐 분포하므로 ‘东北南星’(동북남성)이라고 한 것뿐이다. 「중국식물지」의 A. amurense 부분에는 해당 종이 널리 분포하고 있는 동북의 라오닝(遼寧)의 경우 우리처럼 ‘天南星’(천남성)이라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명의 정착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오히려 중국에서 한약재를 규율하는 『중화인민공화국약전』은 생약명 ‘天南星(Tiannanxing)’에 대해 ‘A. amurense, A. erubescense 또는 A. heterophyllum의 덩이줄기’를 뜻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약재의 생약명은 약성이 유사한 여러 종의 식물을 포함할 수 있고 약용하는 특정한 기관(부위)만을 뜻할 수도 있으므로, 식물분류학에 따른 종(species)의 명칭과 동일한 개념이 전혀 아닌 것이다.

또한 『고려시대 식물』은 이시도야 츠토무(石戶谷勉, 1891~1958)가 저술한 『조선한방약료식물조사서』(1917)에서 A. joponicum(현재 A. amurense)을 ‘두이며조자기’라고 함으로써 오류가 발생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시도야는 옛 문헌에 대한 해석적 견해를 밝힌 것이 아니라 당시 경성(서울) 약재시장에서 천남성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던 약재 식물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를 기록했다.

부록에는 경성 약재시장에서 천남성이 1근에 20전에 거래되고 있었음이 부기되어 있다. 그래서 제목도 ‘조사서’이었다. 『고려시대 식물』은 이시도야가 A. japonicum이라는 학명을 사용한 것이 마치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학명의 오적용 사례로 국제간 정보 교류가 활발하지 않던 당시에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이후의 문헌에 확인되는 바에 따라 A. japonicum을 A. amurense로 대체하여 읽으면 이시도야가 조사한 결과물을 제대로 살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조선인 정태현(鄭台鉉, 1882~1971)이 이시도야의 작업을 확대하여 전국의 주요 약재시장을 조사해 발간한 『조선산야생약용식물』(1936)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대구, 평양 및 대전 약재시장에서 ‘天南星(텬남성)’으로 거래되는 식물이 A. robustum(현재 A. amurense의 이명)라는 점을 기록하면서, 해당 문헌의 27쪽에는 해당 약재 식물을 표본화하고 사진을 남김으로써 종의 동정이 가능하도록 조처했다. 이 사진의 표본 식물은 우리가 현재 천남성이라는 부르는 바로 A. amurense이다.

천남성의 민속적 실체 그리고...

『향약구급방』 등 옛 한의학 서적에 기록된 약재 식물은 식물분류학에 따라 종을 분류한 것이 아니다. 약재로 사용하기 위해 약성과 쓰임을 위주로 기록된 것들이다. 거기에는 당시 약재 식물의 표본 또는 그와 유사한 것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 문헌을 대상으로 현대의 식물분류학에 따른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만용에 가깝다.

여러 영역의 옛 문헌의 기록, 약재 거래의 실태, 한의학의 역사와 한약재에 대한 분류와 이해, 명칭을 통해 계승되는 언어에 대한 고찰, 계승되고 있는 옛 민속의 흔적 그리고 외국 문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어렴풋하게라도 옛 모습을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옛 문헌의 天南星(천남성)이라는 약재는 현재의 천남성과 두루미천남성 등을 포함하여 여러 종의 둥근줄기를 의미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흔했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 중국과 달리 천남성(A. amurense)이 중심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우리의 옛 민속과 전통을 다 무시한 채, 중국이 사용하는 명칭에 따라 우리말을 바꾸어야 하는가? 이러한 주장이 학문이라는 외피를 쓴들 오류를 넘어 우리의 민속과 전통에 대한 왜곡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호형호제도 아니고 숫제 홍길동(洪吉同)이라는 이름이 한자에서 비롯한 이름이기 때문에 중국어에 맞추어 홍지통(hóng ji tòng)으로 읽어야 한다는 따위의 주장을 한다면 뉘라서 이를 정상이라고 하겠는가?

글쓴이

조민제 변호사

조민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한 후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취미로 야생 식물 탐사와 옛 식물에 대한 기록을 연구하고 있다. 논문으로 ‘조선식물향명집 사정요지를 통해 본 식물명의 유래’와 책으로 ‘한국 식물이름의 유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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