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미동맹의 짐을 내려놓을 때
美 “주한미군은 우리 이익” 오랜 시각 우린 ‘한미동맹 강화’ 주술에...퍼주기만 왜 아직도 외국 군대 주둔시켜야 하나? ‘미국 없으면 죽는다’는 관념 내려놓자
미국이 생각하는 한미동맹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4년 11월 17일(워싱턴 시간) 발효된다. 이승만은 조약의 효력이 ‘무기한 유효하다’는 조항을 넣을 것을 끝까지 우겨 미국의 승낙을 받았다. 그는 조약의 체결 직전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혜택을 받게 될 것이고, 이 조약으로 우리는 앞으로 번영을 누릴 것이다.” 한국은 자자손손 미국으로부터 혜택과 번영이라는 은혜를 입은 나라가 된 것이다.
“한미동맹은 미국의 이익에 기여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한국을 움직이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다.” 미국이 스스로 평가하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가치다. “보다 실행가능하고 전략적인 한미동맹의 비전 2020”(2020 VISION OF A MORE VIABLE AND STRATEGIC U.S.-ROK ALLIANCE)이라는 비밀 문건에 나오는 얘기다. 2008년 1월 7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전문이다. 2011년 9월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다.
2023년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은 미 의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입니다.”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들고 시위하는 개신교 단체와 성조기 부대들은 이렇게 외친다. “대한민국의 뿌리는 미국이다.” 사랑제일교회의 목사 전광훈 같은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의해 건국됐고 해방됐다.” 그는 애국가를 제창한 후 미국 국가를 부른다.
한국 말고 성조기를 휘날리며 시위하는 세계에서 유이한 곳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이 얼른 그들을 미국의 51번 째 주로 인정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한국의 성조기 부대도 똑같은 생각이다. ‘대한미국’이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굴종과 맹종의 시대는 지나고 있다. 조지아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체포·구금되어서만이 아니다. 우리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미투자를 현금으로 강요받고 있어서만도 아니다.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 한국을 장차 있을지 모르는 역내 분쟁에 끌어들여 우리를 총알받이로 만들려 해서만도 아니다. 전부 다다. 트럼프 시대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항상 한국을 갈취해 왔다. 이제 국민들이 눈을 뜨고 있다. 생각이 바뀌고 있다.
미국은 그들이 원하는 용산기지 이전의 비용을 한국에 전액 부담 지웠다. 주한미군은 주둔할 권리를 받고서도 한국에 일절 기지 사용료를 낸 적도 없다. 미 대사관은 지난 45년 간 191억 원의 부지 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한미 FTA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뜯어내는 합의서였다. 11월 14일 발표된 10월말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공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사실상 이미 죽어 있던 한미 FTA가 살아나 미국이 챙길 이익을 극대화했다.
미국 잘못이 아니다. 그걸 허용한 우리가 잘못이다. 굴종이었다. ‘그놈’의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주술적인 마취에 걸려 눈을 감고 국익을 도외시했다. 과거에 “한미동맹의 강화”란 미국이 하자는 대로 전부 퍼준다는 뜻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눈을 뜨고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저 유명한 나르키소스가 아니다. 호수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자신의 모습이다.
나르키소스가 호수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껴안으려다가 물에 빠져 죽는다. 숲속의 온갖 동식물이 미소년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 중에서 가장 깊은 슬픔에 잠긴 이는 호수였다. 친구들이 왜 그토록 슬퍼하는지 물었다. 호수가 대답한다. “나는 매일 우리 나르키소스님이 나를 들여다 볼 때,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행복했었거든요.”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얘기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아야 한다.

9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을 성토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한미동맹의 “절대적 가치”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모든 것을 던져서 지켜야할 지고지선이라는 말이다. 과연 그러한가? 한미동맹을 위해 한국은 망해도 좋은가? 아니다. 한미동맹은 수단일 뿐 지상과제가 될 수 없다. 몹쓸 고정관념이다. 서울시장 오세훈은 광화문 광장에 한미동맹을 떠받드는 석조 상징물을 세우려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세뇌당해야 하는가.
2007년 4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은 전날 타결된 한미 FTA에 대해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고 말했다. 자주적인 생각을 가졌지만 한미동맹의 굴레는 결코 벗어나지 못한 대통령이었다. 11월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팩트시트 확정에 대해 “한미동맹은 안보와 경제, 첨단기술을 포괄하는 진정한 미래형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심화하게 됐다”며 “양국이 함께 윈윈하는 한미동맹의 르네상스 문이 활짝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한미동맹의 발전·심화”란 미국에 전부 퍼준다는 의미의 과거 용법과는 다른 말인가? 이 대통령은 우리 국익에 반하는 협상은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이번 팩트시트는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가 아니다. 이 대통령 말대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버틴” 결과이겠지만 손실 최소화도 아니다.
훨씬 더 버텨야 했다. 이렇게 다 내주었으니 한미동맹의 르네상스가 열리는 것인가? 이 대통령도 한미동맹이 절대적 가치라는 고정관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미동맹은 오래된 짐이다. 이젠 내려놓아야 한다.

주한미군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자
미국은 원치 않겠지만 우리는 이제 내보내야 한다. 주한미군 말이다. 한미동맹의 결과물이다. 무겁디무거운 짐이다. 우리는 스스로 국방을 할 수 있다. 한국의 연간 국방비는 북한의 총생산액보다 훨씬 크다. 왜 아직도 외국 군대를 끼고 살아야 하는가. 이 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정신적 굴종이다. 그렇다고 당장 한미동맹까지 폐기할 것까지는 없다. 군대주둔 없는 동맹도 얼마든지 많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위협은 고스란히 북한의 몫이다. 미군을 내보내면 남북한의 대화와 협력은 급진전되게 되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의 “한 치도 양보하지 말라”는 자서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북한 위협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총부리는 늘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 이제 평화를 만들어야 할 때다.
옛날에 경허스님이 젊은 여인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너 내려주었다. 여인이 얼마를 드리면 되겠냐고 물었다. 스님은 여인의 엉덩이를 찰지게 갈겼다. 한참 후에 스님을 수행하던 사미가 물었다. “스님은 불자가 되어 젊은 여인을 등에 업고 엉덩이까지 치셨는데 그래도 되는 것인가요?” 경허가 말했다. “방하저!”(放下着: 着은 붙을 ‘착’이 아니라 명령 의미의 조사 ‘저’로 읽는다.) “내려놓아라! 나는 이미 그 여인을 내려놓았는데, 너는 아직까지 등에 업고 있구나!”
이런 얘기도 있다. 9세기 중국의 엄양(嚴陽) 스님이 조주선사(趙州禪師)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조주선사가 말한다. “放下着!” “아니 스님,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뭘 내려놓으라는 겁니까?” “그럼 도로 가지고 가거라.” 중국 불교의 선어록(禪語錄)인 “종용록”(從容錄)에 나오는 일화다.
자주독립국으로서 단호해야
내려놓을 때다. 우리는 이제 우리 방어를 우리가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러니 미군은 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말해야 한다. 미국이 순순히 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마음도 내려놓을 일이다. 그 마음은 미국이 우리를 보복할 것이라는 전망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 두려움도 내려놓아야 한다. 보복이 무서워 타인을 안방에 영원히 모실 수는 없는 일일 터. 보복을 하거든 한미동맹의 폐기를 결단해야 할 때다. 이제 우리는 한미동맹의 절대가치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放下着!
과거 한미동맹의 절대적 강화를 강조하는 숭미 대통령 앞에서 외무장관이 이렇게 말한다.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는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대통령 왈, “풀어놓아 보시오!” “아니 각하, 하나도 없는데 뭘 풀어놓으라는 겁니까?” “그럼 도로 가지고 가서 다시 장만해 오시오.”
이제 放下着해야 한다. 고정관념을 내려놓는 것이다. 미국에 다 퍼주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은 내려놓아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반론할 텐가? 현실이란 주어지기도 하지만 만들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2018년 남북이 찬란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을 때 우리는 미국이라는 현실의 압력에 굴복해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발족시켜 남북협력에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그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바라는 현실을 만들어 가려면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나르키소스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호수의 시선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동자에 비친 우리의 진짜 모습은 아름다운 자주독립국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