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난한 사람에게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하나?

금리체계를 단순화하고, 상생금리계정을 만들자 고신용자에 0.1~0.3%P 금리 더 받아 저신용자에 나누면 은행은 손실 없어 용도별 대출과 서민금융 결합해야

현재 정책 서민금융 상품 중 최저신용자는 연 15.9%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재 정책 서민금융 상품 중 최저신용자는 연 15.9%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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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이른바 ‘금융계급제’가 된 것 아닌가.”

지난 11월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6대 구조개혁을 발표하며 던진 이 질문은 지금 대한민국 금융의 구조적 취약성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6대 개혁 가운데 금융 개혁이 핵심 축으로 포함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다.

취약계층이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그 금리가 다시 취약성을 증폭시키는 현실은 오래된 경제학적·사회정책적 쟁점이며, 지금 구조개혁의 핵심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 공부의 초기에 가졌던 단순한 의문-“왜 가난한 사람에게 더 높은 금리가 부과되고, 그 금리 때문에 더 가난해지는가”-은 여전히 유효하다.

금융 등 6대분야 구조개혁을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 사진=MBN캡처
금융 등 6대분야 구조개혁을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 사진=MBN캡처

위험 가산 금리가 위험 더 키우는 역설

이론적으로는 위험이 높으면 금리가 높아진다는 설명은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실제 금융시장에서 이 구조는 역설적으로 작동한다. 높은 금리는 상환 부담을 증가시키고, 상환 부담은 연체 가능성을 높이며, 연체는 다시 신용 하락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 신용 하락은 더 높은 금리를 초래한다.

결국 위험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높여온 금리가 오히려 새로운 위험을 생산·확대하는 구조인 것이다. 구조개혁의 논리가 겨냥하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하다. 위험을 줄이기보다 증폭시키는 현 금융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금융안정과 가계건전성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금리의 선별 기능’이 만드는 구조적 취약성

위험 가산 금리는 단순한 위험 가격이 아니라, 은행이 대출 수요를 선별하기 위한 사실상의 필터다. 대출 가능한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신청자는 훨씬 많다. 정보 불완전성이 큰 상황에서 은행은 금리를 ‘저비용 심사 도구’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위험 자체가 금리를 올리는 직접 이유이기보다, 금리 차등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뒤늦게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금리는 위험을 반영하는 척하면서 사실상 구조적 선별 장치로 기능하고, 그 장치는 약하거나 불안정한 사람을 더 가파르게 배제한다.

이번 6대 구조개혁의 금융 분야가 “취약계층에게 금리가 더 가파르게 적용되는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러한 근본적 구조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금리 단순화, 금리 ‘경사’ 완만하게 하기

오늘날의 금리 산정 방식은 지나치게 복잡하며, 신용점수 몇 점 차이가 과도한 금리 차이로 이어진다. 구조개혁의 금융개혁안이 강조한 것처럼, 세밀한 위험 반영이라는 명목 아래 만들어진 ‘가파른 금리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어야 한다.

신용 구간을 단순화하고, 구간별 금리 상·하한을 설정하면 금리는 위험을 반영하되 ‘제도적 규칙’ 안에서 작동할 수 있다. 금리의 가격표 기능을 축소하고 사회적 규칙으로 재설계하는 접근이다. 이는 구조개혁이 말하는 “불합리한 금융 관행의 개선”과 직접 연결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생금리계정, 구조개혁 가능케 하는 재원

금리 단순화만으로는 은행의 수익 구조가 훼손될 수 있다. 저신용 구간에서 금리 차이가 줄면 은행은 대출을 줄여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 메커니즘이 ‘상생금리계정’이다.

고신용자의 금리에 0.1~0.3%포인트를 얇게 추가해 공동 계정에 적립하고, 그 재원으로 저신용자의 금리를 같은 폭만큼 낮춘다. 고신용자에게는 체감이 거의 없고, 저신용자에게는 실질적인 완화 효과가 있으며, 은행은 회계상 손실이 없다. 무엇보다 세금을 투입하지 않고 금융 내부에서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구조개혁의 원칙인 “지속 가능한 개혁”과 정확히 맞닿는다.

서민금융 확대와 용도별 대출...’금리 중심 심사 구조’ 분산시키기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금리가 사실상 유일한 선별 도구가 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금리 외의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생계·의료·주거·교육 같은 필수 영역의 경우 대출 용도가 명확하므로, 금리가 아니라 ‘용도 기반 심사’를 통해 선별 기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서민금융 확대, 정책금융 강화, 목적 기반 대출 확대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금융안정·사회적 위험 분산을 위한 제도적 투자다. 정부가 이번 개혁안에서 “약자를 지키는 금융 개혁”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의 역할을 다시 설계할 때

오늘날의 금융 구조에서 금리 차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금리는 위험 가격이자 정보 불완전성 속에서 대출을 선별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필터가 지나치게 가파르면, 금융은 취약한 사람의 삶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그 사회적 비용은 결국 모두가 부담하게 된다.

금리 단순화는 이 경사를 완만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이며, ‘상생금리계정’은 그 장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재원 구조다. 여기에 서민금융과 용도별 대출이 결합되면, 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균형 있게 기능할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6대 구조개혁이 표방하는 목표- 구조적 취약성 해소, 약자 보호, 경제의 체질 개선-은 금융개혁을 단순한 규제 손질이 아니라 금리의 역할 자체를 재구성하는 문제로 확장시킨다.

금리는 위험을 정당화하는 장치에서 벗어나,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넓히는 제도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금융의 목적을 구조적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면,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글쓴이

유승경 전 경기경제과학진흥원 원장

유승경은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원장을 역임하며 산업정책과 혁신 생태계 조성에 힘쓴 바 있다. 현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수석연구위원으로서 화폐와 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와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수학했다. LG경제연구원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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