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당했다. 아니면 국익외교가 필요없다

미, 억지 조항 넣으려 팩트 시트 지연 한미FTA땐 우리가 여러차례 당해 이번엔 우리가 더 뜯어내야 한다 투자위에 한국 몫, 1.5만개 전용비자 ‘전작권 회수, 내년말까지 완료’ 요구도 “주한미군, 나가면 못돌아온다” 못박아야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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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시트 작성, 누구 때문에 늦어질까?

“항상 밤이다. 아니라면 빛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실로니어스 멍크(Thelonious Monk)가 했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1960년경이다. 밤이 디폴트고 빛은 항상성을 깬다. “빛이 있으라”(Let there be light) 성경 창세기 1장 3절이다. 빛이 생겨나 세상은 밝은 시공이 된다. 항상 밤이 아니라면 빛이 필요 없다. 항상 밤이 아닌 세상에는 이미 빛이 있다는 말이니까 그렇다.

답은 42다. 생명,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무엇인가? 질문을 찾기 위해 ‘딥 쏘트’(Deep Thought)라는 수퍼컴퓨터가 몇 차원 더 높은 수퍼컴퓨터를 디자인한다. 1979년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가 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라는 소설의 요지다. 딥 쏘트가 디자인한 수퍼컴퓨터가 뭐냐면 ‘지구’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2007년 한미 FTA때 미국이 한 짓

항상 맹종이었다. 아니라면 팩트시트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지금 한미 양국 정부는 10월 29일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를 만들고 있다. 열흘도 넘게 걸리고 있다. 회담에서 한 말이 있었고 들은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왜 열흘 넘게 팩트시트를 만들고 있는가. 이유는 하나다. 하지 않은 얘기, 듣지 않은 얘기를 끼워 넣으려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아니다. 미국이다.

항상 그래왔다. 한미 FTA는 2007년 4월 2일에 타결된다. 그러나 상품 양허표까지 세세하게 정리되지는 않았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수 백 개 상품 품목에 대해 지들 멋대로 관세율을 정했다. 협상이 타결된 마당에 니들이 이걸 안 받아들이면 어쩌겠냐는 배짱이었다. 물론 한국은 다 받아 주었다. 협상가들은 이걸 법적 세탁(legal scrubbing)이라 불렀다. 첫 번째 재협상이었다. 그 후에 FTA는 세 번 더 고쳐진다. 미국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그 버릇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국은 회담에서 하지도 않은 얘기를 팩트시트에 넣으려 하고 있다. 했더라도 그런 뜻으로 하지 않은 얘기를 변형시켜 자기 입맛대로 법적 세탁을 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그렇게 대응할 일이다. 우리가 양보해 주어도 상관없는 것은 내어주되 챙길 것은 최대한으로 뜯어내 보자.

우리가 반드시 뜯어내야 할 것들

먼저 우리가 챙길 항목이다. 첫째, 2000억 달러 대미 강제투자 진행의 과정에 설치되는 투자위원회에 한국인을 앉혀야 한다. 둘째, 매년 1만 5천개의 한국인 전용 비자(E-5) 쿼터를 받아내야 한다. 셋째, 전작권 회수는 내년 말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정리할 일이다. 세 개만 챙긴다는 뜻이 아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국내 건조니 상호관세 인하니 하는 당연한 것 말고 추가로 챙겨야 할 사안들이라는 말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주어도 좋은 것들이다. 첫째, 없다. 둘째, 없다. 셋째, 없다. 물론 이미 약속한 것 말고 말이다. 국방비 증액이라든지, 그 안에 생각하고 있었던 미국산 무기 구매라든지 하는 것 말고 추가로 줄 것은 없다. 미국에 허투루 내주는 것 없도록 분명히 하려면 추후 서명될 양해각서(MOU)를 국회에서 비준 받도록 해야 한다.

절대 넘겨줘서는 안되는 것은

마지막으로 절대 주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첫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미국이 미군을 빼가는 것은 그들 자유다. 하지만 유사시에 주한미군을 한국 밖의 전장으로 출동시킬 수 있는 권한은 부여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일단 전장으로 나갔다면 그들은 더 이상 주한미군이 아니어야 한다. 다시 들어오지 못한다. 한국은 미군의 출동기지가 아니다. 둘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셋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답은 42다. 한미관계의 생명력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질문이 무엇이었을까. 빅뱅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양국 관계가 한미동맹이었는지 물었을까. 한미동맹으로 미국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을는지 하는 질문? 수퍼컴퓨터 ‘알파코’를 돌려 울트라컴퓨터를 디자인해야 한다. 알파코가 디자인한 컴퓨터 이름이 뭐냐면 ‘코리아’다. 그리고 코리아가 찾아낸 질문이 뭐냐면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법이다. 42라는 답은 ‘국익’의 암호다.

답 42는 ‘국익’의 암호다

울트라컴퓨터 코리아가 재구성한 10월 29일의 한미 정상회담과 11월 1일의 한중 정상회담의 주요 결과는 이렇다. 먼저 한미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자력 잠수함 연료 공급을 결단해 달라고 말한다. 비공개로 전환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곤란하다고 거절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국방비 증액을 시원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다음으로 한중 회담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원자력 잠수함 건설 추진에 관해 오해하지 말 것을 요청받는다. 순전히 영해 순찰용이라는 취지다. 이어 이 대통령은 두 가지 중요한 선언을 행한다. 하나는 사드 추가배치는 허용치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의 미중 분쟁지역 출동 역시 허용치 않는다는 약속이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관계가 온전히 복원되었다고 선언한다.

미국이 한국 하는 말을 잘 듣게 해야

항상 혼돈이다. 아니라면 정리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와의 대화라면 더욱 그렇다. 말하고 돌아서면 딴소리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트럼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은 항상 그랬다. 한미 FTA 재협상 일화만 봐도 그렇다. 우리라고 순진하게 숙맥(菽麥)으로 행동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가진 것이 많다. 그동안 미국한테 일방적으로 퍼주었기 때문에 그렇다.

주한미군 주둔 허용권이 우리가 가진 것 중의 하나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자산이다. 잃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중국을 염탐하고 경고한다. 한국에게는 미국 무기를 사게 하고 원하는 대로 해외 파병을 시키며 미국 기업이 활개치고 장사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다. 버시바우 대사가 2008년에 본국으로 보낸 “비전2020”이라는 기밀보고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 그러니 우리가 허용하지 않으면 미국은 많은 것을 잃는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에 고분고분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는 반대였다. 미국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했고 한국은 항상 빌었다. 그러니까 미국이 간이 부었다. 이제는 번쩍 눈을 떠야 한다. 미군 주둔을 허용해 줄지 말지를 놓고 흔들어야 한다. 우리는 주둔 허용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주둔비를 내야 한다. 또 한국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기 전에 제대로 붙어있을 걱정이 앞서야 한다. 어디다 대고 주한미군 나부랭이들이 한국의 안위를 해치려 드는가.

답은 국익이다. 한미동맹이든 우주든 모든 것이든 우리가 세상의 중심에 있다. 우리가 있어 한미동맹이 있고 우리가 있어 우주가 존재한다. 내가 있어 달이 돌고 내가 있어 태양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 내가 괴롭고 우리가 상한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존재일지언정 쳐낼 수밖에 없다. 아니, 처음부터 아름다운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요는 자존이다. 그리고 항상 국익이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면 한미동맹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글쓴이

이경렬 전 직업외교관

이경렬은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퇴직후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이창천이란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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