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은 ‘니케아 공의회’...트럼프를 잡아라

트럼프 “미국만이 진리” 우기는 꼴 미국 맞서는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북한에 ‘군사훈련 축소’ 메시지를 경주APEC, ‘美신나치좀비 침공’ 깨야 상대 존중없는 MAGA도 폐기시켜야

경주APE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개최가 예상된다. 사진= 연합뉴스
경주APE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개최가 예상된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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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아리우스 , 트럼프

예수가 하느님과 같은 존재냐 그보다는 못한 존재냐를 놓고 핫한 논쟁이 있었다. 1700년전 일이다. 못한 존재라는 논리는 이렇다. 예수는 하느님이 창조한 존재다. 그러니까 예수가 세상에 없던 때가 있었다. 그러므로 예수는 하느님보다는 낮은 존재다. 아리우스라는 거장이 그렇게 주장했고 인기가 있었다. 아리우스보다 40년이 어리고 아직 20대 후반에 있던 아타나시우스가 이에 반기를 들었다. 예수는 창조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이 낳은 성자로 항상 하느님과 함께 있었으므로 성부와 성자는 하나라는 주장이다.(아리우스 논쟁-편집자주) 서기 325년 니케아(현재 튀르키예의 이즈니크)에서 종교회의가 열려 아리우스의 주장은 이단으로 정리된다.

현대에서 트럼프는 미국만이 세상의 진리라고 우기고 있다. 마가(MAGA)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45년 전에 당시 레이건 대통령 후보가 처음 쓴 구호다. 미국은 위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독단이 깔려 있다. 그래도 그때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 트럼프의 ‘마가’는 미국만이 하느님이고 나머지 나라들은 기껏해야 미국을 파먹으면서 성장한 기생국이거나 그보다 못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극우파 파시스트들한테 꽤 인기 있는 생각이다.

마(魔)가 끼어도 아주 제대로 낀 미국 우월주의요 예외주의다. 파시즘이다. 이단으로 정리해야 한다. 인류 문명을 위함이요, 인간답고 풍요로운 삶을 위함이다. 지금 패기 찬 아타나시우스가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다.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세상의 다른 여러 나라들도 미국 못지않은 ‘신성한 존재’임을 증명할 작정이다.

한국은 경주 APEC을 니케아 공의회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시진핑이나 중국을 인류의 구원자라고 간주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중국이 있어 마(魔)가 낀 MAGA가 그 악마본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인류 문명의 퇴보를 막기 위해 MAGA를 이단으로 공식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024년 7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직후 손을 치켜들고 있다.
지난 2024년 7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직후 손을 치켜들고 있다.

신나치, 미국좀비의 침공

약탈적 파시즘의 원조인 히틀러도 아리안 족의 독일만이 하느님이라고 보았다. 국가사회주의로 번역되는 나치(Nazi)는 칼 마르크스도, 아담 스미스도 다 거부했다. 오로지 한 줌의 자본가들과 귀족들을 위하는 경제철학이 나치의 사회주의였다. 나머지 국민들은 부역자이거나 구경꾼일 뿐이었다. 나치와 비슷한 파시스트 국가 몇을 빼고는 모조리 정복하고 지구상에서 제거해야 할 인종들이었다. 독일이라는 하느님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치 않았다. 히틀러가 자기 머리에 권총을 쏘면서 파시즘도 막을 내린 것으로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치의 좀비가 지금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 이름하여 나치(NAZI: New American Zombie Invasion)다. ‘신(新) 미국좀비의 침공’이다. 잡아야 한다.

귄터 그라스(Günter Grass)가 1959년에 “양철북”(Die Blechtrommel)을 써 나치의 문명 파괴를 고발했다. 주인공 오스카는 세 살때 더 이상 추한 꼴을 안 보겠다면서 고의로 지하로 추락해 성장하기를 멈춘다. 오스카의 엄마 아그네스는 입덧에 시달리다가 도덕적 붕괴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전부 나치의 부조리와 억압적 현실이 초래한 결과들이다. 지금 트럼프의 파시즘과 신(新)미국좀비의 침공과 문명 파괴로 전 세계인들이 정신적인 붕괴를 겪고 있다. 이제 헤어질 결심을 할 때다. 신 나치를 물리칠 때다. 경주 APEC이 그럴 기회다.

소설 “양철북”을 영 화화한 작품이 197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사실은 두 작품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다른 하나가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이다. 영화에 특전사 대령 킬고어가 등장한다. 대형 스피커를 장착한 헬기 기병대를 동원해 베트콩 마을을 섬멸한다. 킬고어는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승”(Walkürenritt or Ritt der Walküren)을 최대 볼륨으로 틀고 공격한다. 적을 겁주는 데는 이게 최고라면서. 섬멸을 마친 그가 전투 비행단에 연락해 네이팜으로 마을 인근의 정글을 지져줄 것을 요청한다. 훨훨 불타오르는 정글을 바라보며 킬고어가 말한다. “난 아침의 네이팜 냄새가 좋아. 승리의 냄새지.”

사진= 연합뉴스TV
사진= 연합뉴스TV

달러 승리의 냄새를 맡게 해선 안된다

트럼프는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을 최대로 틀어 놓은 채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에 불을 싸질러놓고 말한다. “난 달러 냄새가 좋아. 뭐랄까 승리의 냄새지.” 그는 일본과 한국의 투자 약속 금액이 “선불”이라고 말했다. 턱도 없는 얘기다. 그가 발설한 “up front”라는 말은 사실은 “선불”이 아니라 “선수금”이나 “착수금”이라는 말에 가깝다. 먼저 이거 내고 나중에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인류 최악의 강도다. 우리는 그가 그런 달러의 승리 냄새를 맡게 해줘서는 안 된다. 경주 APEC에서 정리할 일이다.

트럼프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다는 점만이 예측 가능하다. 지난 10월 11일 그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반발했다. 중국 상품에 10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면서 경주 APEC에서 시진핑과 만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이 쿨하게 대응했다. 12일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수출 규제 조치는 법률과 규정에 따라 신중하게 취해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고집스럽게 잘못된 길을 간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하게 대응 조치를 취해 정당한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13일 한 발 물러서 중국과 관세전쟁은 불원한다면서 시진핑과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점잖고 이성적인 시진핑을 상대로 이성을 상실한 트럼프가 판판이 깨지고 있다. 우리는 경주 APEC에서 그가 정신을 제대로 차리게 해주어야 한다.

구닥다리 하느님 관념을 체화한 아리우스처럼 신(新) 미국좀비의 침공을 지휘하고 있는 21세기 판 파쇼 히틀러, 네이팜 대신 달러의 냄새를 승리의 증표로 내세우는 킬고어 대령을 한 몸에 구현하고 있는 트럼프와 그의 MAGA 세력들은 이제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미국만 위대해져서는 인류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예수 역시 하느님이라는 아타나시우스의 교리를 새기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분신이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야 한다. 나치는 부조리요 억압이며, 결국 인류의 문명을 파괴했음을 일깨운 귄터 그라스를 또 새겨야 한다.

중국을 이용할 뿐 속국이 되자는 게 아니다

중국과 시진핑은 예수가 아니다. 아타나시우스도 귄터 그라스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모든 악을 한 몸에 체화하고 있는 트럼프의 분탕질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다. 그런 중국을 우리 모두 도울 일이다. 혹자는 말한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면 결국 중국의 속국이 되고 만다고 말이다. 그러니 감히 미국에 대들면 큰일 난다는 얘기다.

그것은 한국의 운명이란 기껏해야 미국 아니면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 말고는 없다는 사고방식의 귀결이다. 아니다. 우리는 누구의 속국도 되지 않을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지금 우리가 중국을 돕는다고 해서 앞으로 우리가 중국의 속국이 되도록 미리 허락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미국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체화하고 있는 아리우스와 히틀러와 킬고어와 신미국좀비를 버리는 것일 뿐이다.

한국에게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의 가장 큰 가시적인 성과는 한-중의 관계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이 최선의 결론을 가져온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가 요구하는 필요충분조건을 전부 갖춘 관세협상이라면 기꺼이 반길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면 이제 한-미 관세협상은 그만 폐기할 일이다. 3500억 달러 투자니 마스가(MASGA)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우리는 미-중 전쟁의 와중에 미국을 위한 총알받이가 되면 안 된다. 조중동이 지적하고 안달하는 것처럼 한미동맹이 깨진다면 그러라고 하면 될 일이다. 주한미군을 내보내야 한다면 웃는 얼굴로 보낼 일이다.

한-중 관계 정상화 중요하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저항하고 있음에 중국이 경탄하면서 성원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을 자신들 쪽으로 바싹 당겨 안을 채비도 하고 있다. 그래서 경주에 시진핑이 오는 것이다. 중국 정상으로서는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의 방한이다. 중국의 기대에 맞추어 한국도 움직여야 한다. 2017년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추가적인 사드배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을 겨냥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주장에 한국으로서는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자. 한중관계는 바로 정상화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그러니 지금 90%대 초반의 한-중 FTA의 자유화율을 한 차원 높이는 협상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브릭스(BRICS)와 상하이 협력기구(SCO)에의 가입의사를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것도 좋겠다. 미국의 고관세로 축소되는 우리의 대미수출을 다변화할 중요한 채널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아닌가. 이번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는 않는 것으로 예견되고 있지만, 한-러 양국의 고위급이 만날 기회는 있을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 물꼬도 이번에 터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APEC에 참석하면, 한중 정상회의에서 한중관계 정상화가 논의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APEC에 참석하면, 한중 정상회의에서 한중관계 정상화가 논의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에 ‘군사훈련 축소’ 메시지 보내야

한-중관계의 정상화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향한 메시지 선포다. 이번 경주 APEC 계기에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지만, 그런 도박성 예측에 목을 걸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로서는 한미연합사와 한미일 군사훈련을 축소한다는 선언을 낼 필요가 있다. 북한이 가장 반길 일이다. 물론 우리가 북한에 알랑방귀를 뀔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을 향한 알랑방귀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향한 기초공사다.

만약 트럼프-김정은 만남이 이번에 이루어진다면 군사훈련 축소 선언은 미국의 ‘피스메이킹’에 대해 우리가 ‘페이스메이킹’을 한 것으로 설명하면 되겠다. 전작권의 조기 회복 내지는 회수도 당연한 일이다. 내년까지는 회수하겠다고 선언하면 더욱 좋겠다. 전작권을 회수한 다음에는 한미연합사와 한미일 군사훈련은 전면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할 일이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전면에 필요조건으로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이러는 데에도 이자(離者)가 필반(必反)하지 않으리오.

경주APEC은 역내 자유무역과 투자를 존재의 목적으로 삼는 기구다. 트럼프의 일방주의와 무개념적인 파시즘 관세전쟁은 APEC의 정신을 갈기갈기 훼손하고 있다. 이제 그러한 무도한 행동에 종언을 가할 일이다. 이번 경주APEC에서 트럼프를 뺀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목표다. 325년 ‘니케아 회의’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향후 1700년의 세계 정신적 흐름을 정리해 놓았듯이, 2025년 경주 APEC은 지난 200여 년간의 인류 자유민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트럼피즘이 종언을 고하는 계기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경렬 전 직업외교관

이경렬은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퇴직후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이창천이란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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