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한국인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투자협상에서 미국에 본때 보여야 밀리면 안보이슈 계속 떠안게 될 것 이재명 3不 선언 다시 확인한 뒤 상호관세 “위헌” 지켜보며 시간 벌고 구금사태, 철저한 사과와 문책을 요구 일본과 달라... 절대 쫄지 말아야 한다

미래를 향해 앞으로 가자고 이끈 것인가, 굴종의 나락으로 떨어지라고 떠민 것인가. 왼쪽은 이재명 대통령,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미래를 향해 앞으로 가자고 이끈 것인가, 굴종의 나락으로 떨어지라고 떠민 것인가. 왼쪽은 이재명 대통령,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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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쫄지 않는다

“드루와, 드루와!” 영화 “신세계”에서 두목 정청(황정민)이 반대파 칼잡이 다섯 명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 칼부림하다가 피범벅이 되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내뱉는 대사다.

“고 어헤드, 메이크 마이 데이!(Go ahead, Make my day!)” 영화 “써든 임팩트”에서 형사 해리(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인질을 붙잡고 버티는 강도에게 총을 겨누며 내뱉는 대사다. 둘 다 같은 뜻이다. “덤벼 봐!” 나는 쫄지 않는다는 말이다. 해볼 테면 어디 한번 해보자는 결기다.

한국인들이 칼잡이나 총잡이는 아니지만 깡패처럼 행패를 일삼는 미국에 대해 이런 마음을 먹고 있는 것같아 보인다. 당하고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9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 모임인 “더민초”는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을 성토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을 우습게 아는 미국

미국은 한국 알기를 우습게 안다. 비단 최근 조지아 주에서 일어난 317명의 한국인 구금사태만이 아니다. 주한미군이 한국인을 상대로 벌이는 셀 수 없는 범죄행위가 있었다. 윤금이가 처참하게 살해되었고 미선이와 효순이가 비참하게 깔려죽었다. 오죽하면 한국을 가엽게 여기는 어떤 미국인 정치평론가가 미국은 한국을 식민지로 생각한다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일러주기까지 하지 않는가.(https://www.youtube.com/live/l4Xuo4Jf_lw 에서 장본인 더글라스 맥그리거의 동영상 발언을 확인할 수 있다.)

조지아 이민단속 당국은 한국인 근로자들을 중범죄자 취급을 했다. 발에는 쇠사슬을 채우고 손은 케이블타이로 결박했다. 수개월에 걸친 작전 모의 끝에 벌인 대습격이었다. 한국인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이었다. 당연히 트럼프는 알고 있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면서도 열흘 후에 있을 조지아 습격의 장면을 미리 떠올리고 있었다.

미국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망하게 할 생각이다. 경제적으로만 생각하면 한국만이 타깃은 아니지만 일본과 함께 제일 만만하게 보고 있다. 말하자면 호구다.

일본은 약속한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에 관해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대로 전부 수용해 문서에 서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LNG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이렇게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 건설 인력을 고용하고 일본에 자본을 요구한다. 그들은 돈을 보내고 우리는 파이프라인을 짓는다. 현금 흐름이 시작되면 일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미국과 일본 정부가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눈다. 미국은 5500억 달러를 만들고,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 러트닉은 한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 때 서명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지금 일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연함은 없다.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다.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명확하다. 관세를 내거나 협정을 수용하는 것이다.”

완전히 날강도다. 미국은 지금 깡패 제국주의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다. “덤벼 봐!” 좋다.

군사적으로도 한국을 망칠 미국

군사적으로도 미국은 한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다. 중국의 총알받이로 만들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동맹의 현대화”라는 것이고, 그 실상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 26일 조선일보는 “‘주한 미군은 중국 견제’ 70년 안보 기본 틀이 바뀐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은 수용해야 한다. 대만해협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그곳으로 출전할 수 있게 하고, 한국군도 따라 나가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한국은 위험해진다.” 전형적인 조중동 식의 미국 앞잡이 언사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제 이런 언사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사설에 주목한 다른 언론도 거의 없었다. 8월 8일 재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평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이틀 후 미군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한국인들이 미군감축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놀란 미국이다.

과거 미국은 미군감축이나 철수를 카드로 얼마나 자주 한국을 협박해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어내지 않았는가. 용산기지 이전도 그렇고 방위비 분담금도 그렇다. 우리가 10조 원을 들여 이전해준 용산기지는 당연히 미국이 비용 전액을 냈어야 할 사안이었다. 우리가 매년 1조원 이상을 내는 방위비 분담금이라. 사실은 미국이 주둔비용으로 한국에 납부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 제대로 볼 일이다. 쫄지 않으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3불선언’의 의미

기가 막히는 선언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1일에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외교협상의 “3不원칙”을 천명했다. 1. 이면합의, 2. 국익에 반하는 협상, 3. 공정성/합리성에 어긋나는 협상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엄숙한 선언이었다.

과거 숭미정권이 일삼아 온 행태를 이제는 절연하겠다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이며 감동적인 결단이 아닐 수 없다. 미군기지 이전,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2006년 1월의 한미 외교장관 공동선언, SOFA협정, 전작권 환수, 한미 FTA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협상이 없었다. 어느 것 하나 비밀야합이 없고 국익에 반하지 않는 합의가 없었다. 공정성/합리성은커녕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는 합의가 과연 어디에 있었던가.

이제는 안 된다. “더민초”는 한미동맹의 절대적 가치에 주목한다고 말했지만 한미동맹은 상대적 가치를 가질 뿐이다. 한미동맹은 수단일 뿐 지상과제가 될 수 없다.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향하는 특별기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일본을 건너뛰고 먼저 미국에 가 있던 조현 외교장관에게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전략적 유연성에 관해 한국이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면서 협박했다.

우리는 비록 권총은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눈으로 말했다. “고어헤드, 메이크 마이 데이!” 쫄지 않았다. 미국이 물러섰다. 그리고 한미회담이 그럭저럭 모양 좋게 나왔다. 조현이 루비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을 때 김용범 정책실장은 러트닉에게 3500억 달러 투자 문제로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나중에 일본과 서명한 문서의 방식으로 한국이 합의하고 서명하지 않으면 한미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대통령은 9월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 요구대로) 그대로 합의했다면 탄핵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칼은 안 들었지만 눈으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드루와, 드루와!” 미국이 물러섰다. 그렇다. 그렇게 하면 된다.

일단 버텨야 한다

먼저 대미 투자 문제다. 버텨야 한다.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GDP는 최대 1%(약 18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씨티그룹은 0.2%p로 아주 작게 본다. 최대한 1%로 잡아도 이는 우리의 대미 투자 합의액 3500억 달러의 5.1% 수준이다. 3500억 달러면 거의 20년은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정책 연구센터(CEPR: 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의 딘 베이커 선임연구원은 상호관세가 15%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작년 기준으로 1320억 달러에서 5%가 줄어 1250억 달러가 되는데, 관세가 10%p가 더 높으면 1250억 달러의 10%, 즉 125억 달러의 수출만 줄어드는 상황에서 도대체 왜 3500억 달러를 트럼프에게 갖다 바치려 하냐고 반문하고 있다(참조: https://cepr.net/publications/japan-and-korea-should-hand-money-to-their-exporters-rather-than-donald-trump/)

맞는 얘기다. 3500억 달러면 우리 외환보유고의 80%다. 이런 큰돈을 한꺼번에 갖다 바치고 한국경제가 살아남기는 어렵다. 그런 딜을 왜 하겠는가. 당초 우리는 3500억 달러의 5% 정도만을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지급보증과 대출금이었다. 일단 지금 진행되는 협상은 계속 진행할 일이다. 미리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호의적인 척하면서 열흘뒤 조지아주 한국인 대습격을 승인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에서 호의적인 척하면서 열흘뒤 조지아주 한국인 대습격을 승인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시간은 우리 편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 편이다. 연말이면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위헌이라고 연방대법원이 판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고관세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트럼프는 상호관세 대신 품목관세로 위헌 판결을 우회할 것이니까) 트럼프의 깡패짓은 다소 동력을 잃을 것이다. 그가 크게 관심을 가지는 마스가(MASGA) 조선협력도 물 건너가게 된다. 상호관세 폭탄에 쫄 것 없다. 국민이 겁먹지 않고 있다.

투자 협상이 우리가 만족할 결과에 이른다고 해서 순순히 우리가 투자금을 당장 송금해서도 안 된다. 조건이 있다. 첫째, 한미간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쓰디쓴 외환위기를 경험한 나라다. 한국의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킬 장치가 없이는 거액의 달러가 미국으로 나갈 수 없는 일이다.

둘째, 한국인 전문직 근로자에 대한 전용 비자(E-4)가 신설되고 연간 쿼타 2만개가 보장되는 것을 본 이후에만 실제 투자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지난 조지아 사태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공식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세 가지다. 사과, 관련자 문책, 그리고 재발방지다. 미 국무부 부장관이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했지만 충분치 않다. 트럼프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의 인권을 침해한 당사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E-4의 신설과 쿼타 설정은 재발방지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미국

조지아 사태로 워싱턴으로 날아간 조현 장관을 만난 루비오 장관은 그날(9월 1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조지아 한국인 구금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양측이 미래 지향적 의제로 한미동맹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언급했다. 인·태 지역에서의 억지력 강화, 공평한 방위 분담 확대, 조선을 비롯한 다른 전략 분야에 대한 한국 투자로 미국 제조업 재활성화,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 파트너십 증진 등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관심사만을 적어놓은 것이다.

실제로 그런 논의가 있었는지도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이런 방식이 미국이다. 여하간 이는 미국이 앞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언급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향후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별다른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트럼프 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압박해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관계자 등 500여 명이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촛불행동tv’ 캡처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관계자 등 500여 명이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촛불행동tv’ 캡처

투자협상에서 본때를 보여줘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관한 미국의 압력과 협박은 앞으로 계속 거세질 것이 뻔하다. 만약에 이번에 우리가 투자문제로 미국의 상호관세 위협에 굴복한다면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이든 방위비 증액이든 우리가 난색을 표명하면 당장 200%나 300% 관세로 협박을 가해올 것이 분명하다.

이런 방식이 트럼프다. 그러니 이번에 잘 해야 한다. 투자협상에서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에는 절대 반대해야 하고, 방위비 분담액 증액에 대해서는 기존에 당신들이 서명한 계약서대로 하자고 하면 될 일이다. 이번에 우리가 투자협상으로 길을 들여놓았음에도 미국이 다시 관세든 뭐든 가지고 우리를 협박하려 한다면 이렇게 말할 일이다. “드루와, 드루와!” “고어헤드, 메이크 마이 데이!” 브라보! 한국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글쓴이

이경렬 전 직업외교관

이경렬은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퇴직후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이창천이란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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