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아래 숨어있는 ‘전략적 퍼즐’
[권효재의 에너지 바로알기] 중-러, 美 장악 안된 항로 ‘전략적 이익’ 러 원유와 가스, 중국 운송에 ‘유리’ 한국은 북극항로 전략적 이익 ‘불분명’ 美와 MASGA하고 러와는 북극항로? 한국,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기후변화에 관심 대두된 북극항로
요즘 북극항로가 화제입니다. 새정부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북극항로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북극항로란 유라시아 대륙 북단, 시베리아와 북극 사이의 해로인데, 보통 여름 몇 달, 해안가만 얼음이 녹아 선박 운항은 한 철 만, 그것도 특수한 사양의 배만 가능했습니다. 기후변화(위기)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겨울에도 얇아지면서 쇄빙선이 얼음을 깨주면 1년 내내 상선 운항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북극항로는 베링해협에서 나뉩니다. 베링해협에서 알래스카 북부-그린랜드-서유럽으로 가능 북서항로와 시베리아 북부-노르웨이-서유럽으로 가는 북동항로로 나뉩니다. 현재 상선 운항은 북동항로에서 시행중이며, 흔히 말하는 북극항로는 북동항로를 지칭합니다.

항로에는 중간 기착지나 보급항이 필요합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 북측 해안 곳곳에 기착지와 보급항을 건설한 것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 이 항로의 물동량은 3500만톤 규모이며 2030년까지 1억톤으로 늘리는게 러시아의 목표입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극동에서 유럽까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때 보다 이동거리가 30~40% 정도 줄어듭니다. 연료비를 아끼고, 같은 선박으로 더 자주 운항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간 기착지에서 화물을 내리거나 추가로 실을 수 없고, 쇄빙선 비용이 추가되고, 서비스를 받거나 위급 상황시 대처가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이익
이 항로를 키우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입니다. 북극항로는 두 나라에 전략적 가치가 있습니다. 우선, 중간 기착지가 없는 화물,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원유의 경우 항로가 짧으면 당연히 좋고, 이 항로의 대부분이 러시아 영해여서 이를 통한 러시아-중국간 원유 거래를 물리적으로 막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수상 전투함은 이 항로에 진입 자체가 어렵기도 합니다.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원유 수출을 금지해도 러시아가 북극 항로를 이용하여 원유를 수출하면, 완전히 차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북극항로 중간 지점에 러시아의 야말, Arctic-2 LNG 플랜트가 있습니다. 연간 합계 LNG 생산량이 4000만톤이 넘습니다. 현재는 생산량의 절반은 유럽, 절반은 중국으로 판매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판매량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겨울철에도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다면 LNG선의 운항거리가 ⅓ 이하로 줄어들게 되므로 판매자나 구매자나 큰 이익입니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은 명확합니다. 에너지 수출입에서 미국과 미해군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해로를 확보하므로 단순히 물류비가 싸다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중국의 에너지 안보와 러시아의 경제에 핵심 수단이 될 것입니다.
수에즈 운하나 중동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는데, 이러면 기항지가 중간에 없더라도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게 컨테이너 물류에서도 상업성이 발생합니다. 유럽에 막대한 물건을 파는 중국으로서는 꼭 확보해야 하는 대안입니다. 현재 중국-러시아의 전략적 연계의 핵심은 북극항로입니다.
미국-한국-러시아, 손잡을 수 있을까
한국에 북극항로가 어떤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 줄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90%정도의 북극항로 물동량이 중간 기착지가 불필요한 벌크(bulk) 화물이고 북유럽/러시아-중국 사이에서 직교역 됩니다. 부산항을 북극항로 컨테이너 허브 항만으로 만들어도 경쟁력이 있을지, 러시아산 에너지의 허브 항만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세부 전략이 필요합니다.
북극항로를 한국의 큰 발전 기회로 이용하자는 주장은 2021년에 구체화되었습니다. 미-중 패권의 희생양이 되지 말고, 유라시아 대륙의 강국인 러시아와 한국이 전략적으로 적극 협업하여 기회를 모색하자는 주장이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에 출간된 『한국의 선택』이라는 책의 부제인 “한미동맹의 새로운 동반자, 러시아”는 이러한 주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의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었고,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과 MASGA라는 대규모 한미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북극항로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은 의미있지만,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조선 역량, 해군력 더 나아가 해상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와는 다소 결이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극항로를 통한 중-러 연계를 경계하고 있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베링해협을 지나 시베리아 연안을 통과하는 현재의 북극항로(북동항로) 노선이 아닌 알래스카 북부와 그린란드를 돌아가는 새로운 항로(북서항로) 개척을 하려고 하며,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집착은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입니다. 북서항로를 개척하고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력을 미국이 강화하면, 현재의 북극항로를 통한 러시아-중국 간의 전략적 연계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 미국의 조선업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며, 미 해군력의 복원과 더 나아가 북극항로의 재편은 MASGA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의 조선 기술력과 투자가 미국의 전략적 계획의 핵심 축이 된다면, 우리는 MASGA와 북극항로 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통한 성장 전략은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 및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이라는 더 큰 퍼즐의 한 부분입니다. MASGA 프로젝트 역시 대미 교역과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한 디딤돌입니다. 복잡한 국제 정치 속에서 이 둘을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디테일한 실행 방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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