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美에너지 정책 어떻게 될까①
[권효재의 에너지 바로알기] 밀어부칠 화석연료 산업 지원 美 에너지 산업 경쟁력 최고 트럼프 2기 생산량 급증 없을 듯 환경단체 반발, 에너지기업도 시큰둥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20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미국 에너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과거 화석연료 산업 지원에 중점을 두면서도 재생에너지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에너지 정책의 변화와 함의에 대해 알아보자. (분량상 part 1에서는 화석연료 산업 관련 부분을, part 2에서는 재생에너지 산업과 기후정책 관련 분야를 다룬다.)
1. 원유와 LNG 슈퍼 파워로 변신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동안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산업은 빠른 성장을 보였다. 규제 완화를 통한 셰일 석유/가스 투자 산업 활성화 유도와 국공유지에서의 시추 확대 정책이 주효했다. 결과적으로 해외 원유 수입과 자국내 천연가스 고갈 문제가 해결되고, 미국의 에너지 가격은 하향 안정되었다. 휘발유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 전기 가격 등 핵심 에너지 소비자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자국내 수요 충당을 넘어 석유와 천연가스의 해외 수출까지 이어지면서, 미국은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이로 인해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낮아졌고, 미국이 중동에서 점차 발을 빼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촉진했다. 이를 통칭해서 “셰일 혁명”이라고 하며, 트럼프 1기는 2008년부터 시작된 셰일 혁명이 완성된 시기로 볼 수 있다.
그림 1을 통해 2008년 전세계 원유 생산량 비중이 7% 수준이었던 미국이 2020년 15%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전세계 1위 원유 생산량을 자랑한다. 미국내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 증가는 미국 화석연료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대폭 강화시켰다. 그 결과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2016년 60만 배럴/일(b/d)에서 2020년 320만 b/d로 급증했다. 미국내 원유 생산량 증가와 수출량 증가 모두 셰일 석유의 생산량 확대에 기인한다.
셰일 석유는 그 원리상 상당한 천연가스가 유정에서 함께 생산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미국내 천연가스의 생산량 확대와 더 나아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증대로 이어졌다. 실제 LNG 수출량 역시 2016년 약 570만 톤에서 2020년 약 6,840만 톤으로 증가했다. 미국은 각각 연간 8,000만톤을 수출하는 호주와 카타르와 함께 LNG 3대 수출 강국이 되었다.

2. 바이든 시기에도 미 화석연료 산업 경쟁력은 유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과 재생에너지 산업 지원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지만, 미국 화석연료 산업의 경쟁력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더욱 강화되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LNG 수출량은 2023년 약 9,120만 톤에 도달하여 호주와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되었다. 원유 수출량 또한 2023년 하루 평균 405.8만 b/d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13% 증가했다.
원유 생산과 수출, 천연가스 생산과 수출 모두 바이든 행정부 때 지속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화석연료 산업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2008년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를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미국은 급속한 기술 혁신과 대규모 자본 조달을 통해 유가스전 개발의 최저 수익 기준선을 지속적으로 낮추었다.
국제 원유 시장을 좌우하는 3대 생산국은 미국, 사우디, 러시아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의 급격한 원유 생산 확대와 수출량 증대로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자 2014년말부터 대대적인 증산 경쟁을 펼쳤다. 사우디의 밀어내기식 원유 생산 확대로 국제 유가는 2015년부터 대폭 하락했고, 실제로 그 여파로 2015년과 2016년에는 미국 셰일 오일, 셰일 가스 업계가 타격을 받아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음을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초대형 사우디 유전의 낮은 원가에 경쟁할 수 있는 건 구소련 시절 생산시설을 구축한 러시아 정도로 평가했으며 미국은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 더 이상 경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치열한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미국 셰일 오일의 생산 원가는 사우디, 러시아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2년의 치열한 원유 증산 전쟁은 결국 미국의 승리로 마감되었다.

미국 셰일 오일의 원가는 40 $/bbl(배럴) 수준, 셰일 가스의 원가는 3 $/MMbtu(1백만 Btu)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제 유가가 원가 이상이면, 미국은 일일 1400만 배럴(bbl)의 생산량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함께 생산되는 천연가스 역시 국제 최저가 수준이다. 정리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비록 화석연료 산업에 유리한 편은 아니었지만 산업 자체의 혁신과 국제 경쟁을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 셰일 혁명의 속사정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정책에서 탈피하여 화석연료 산업 중심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기간 “Drill, baby drill” 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이는 셰일 오일, 셰일 가스 시추공을 더욱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이다. 이런 표현을 사용한 이면에는 미국의 화려한 셰일 혁명의 속사정이 있다.
셰일 오일 혹은 셰일 가스는 점토가 굳어 형성된 사암층에 갇혀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프래킹’(fracking)이라는 방식으로 채굴한 것이다. 지하 깊숙이 사암층에 갇힌 원유와 천연가스를 땅위로 뽑아내려면 사암층에 균열을 내야한다. 한국어로는 ‘수압파쇄법’이라고 부르는 프래킹 기술은 땅 속에 수평 관정을 판 후 인공지진을 일으켜 인위적으로 사암층에 균열을 낸다. 균열이 생기면 압력 차이로 원유와 가스가 땅위로 올라오게 된다.
프래킹 기술을 막대한 셰일 오일과 가스를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만들었으나,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땅 속에 인위적으로 만든 균열로 인해 원유가 지하수원과 지표면으로 새어나와 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균열을 통해 지상으로 흘러나오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최대한 포집하지만 생산업자들은 돈이 되는 원유는 모으고, 돈이 되지 않는 천연가스는 불태우거나 대기 중에 그냥 방출하기도 한다. 천연가스를 그냥 태워도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그냥 방출할 경우 기후 위기 문제에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셰일 가스의 주 성분은 메탄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데, 일단 대기 중에 방출된 메탄은 자연 분해되는 데 100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 과정 중 메탄이 유발하는 온실 효과는 같은 질량의 이산화탄소의 20~100배에 달한다. 즉,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의 생산량 확대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유지시키는 문제와 함께 기후 위기와 지구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프래킹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국공유지에서는 금지시키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던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의 소유권은 정부에 귀속되는 반면, 미국은 지하자원의 소유권을 지상 토지 소유자에게 부여한다. 그래서 프래킹의 환경 오염, 온실 가스 배출 문제가 있어도 사유지에서 행해지는 프래킹에 대해 정부의 규제는 한정적이다. 사유지에서 프래킹을 실시해서 생산물이 나오면 토지 소유자에게 일부를 대가로 지불하는 계약(생산물 공유 계약)을 많이 한다.
셰일 혁명 이후 셰일 오일과 가스가 나올만한 사유지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생산물 공유 계약 조건이 점차 토지 소유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채굴업체들은 국공유지에서도 프래킹을 실시하고 석유와 가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4. 트럼프 2기에 급격한 원유, 가스 생산량 증가는 어려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셰일 오일, 가스의 채굴지를 확대하고 생산량을 늘려서 궁극적으로 미국내 에너지 가격 인하를 추구한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국공유지(주로 서부 지역, 알래스카)에서의 프래킹과 시추 행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알래스카 주변 해역에서의 석유 시추는 민감한 사안이다. 알래스카 북부 연안 북극해 지역에는 막대한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데, 1980년대 초반 대대적인 개발 이후 현재까지 추가 시추와 개발이 금지되어 있다. 석유 시추와 개발 과정에서 만약 원유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자연적인 정화가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트럼프 2기는 이 지역의 추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셰일 가스를 해외에 수출하는 LNG 프로젝트의 신규 승인을 중단했었다. LNG는 화석연료 중에서는 가장 온실가스 배출이 덜하지만, 그래도 화석연료이므로 대규모 LNG 신규 생산은 ‘파리협약’ 준수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내 관련 산업계의 압력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트럼프 2기는 현재 잠정 중단된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재개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약 연간 1억톤 수준인 미국 LNG 생산량은 4년 후에는 6000만톤 증가하여 1.6억톤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2기 때 국유지에서의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개발을 대대적으로 촉진시키고 관련 환경 규정을 완화시킨다고 해도 생산량이 비례하여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이미 미국은 전세계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에서의 생산량 증가는 국제 유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미국내 채굴 업체들은 70 $/bbl 수준의 현 유가 상황에서 일일 1400만 배럴 생산을 유지하는데, 생산량을 늘릴 경우 유가 하락으로 채산성이 하락할 수 있음을 과거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또한 일단 가격이 내려가면 원가가 비싼 유가스정은 생산을 중지한다. 즉, 미국내 원유와 가스 생산량은 수요와 가격에 의해 결정되지 정부 정책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만약 임차료가 낮은 국유지를 대규모로 개방하여 국유지에서의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의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면, 사유지에서의 생산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NG 수출을 연 1억톤 규모에서 1.6억톤 수준으로 확대하더라도 미국내 천연가스 생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억톤이라는 LNG 수출량은 미국 내수 수요의 20% 수준이며, 현재의 3 $/MMbtu 수준의 천연가스 가격은 신규 셰일가스 개발을 촉진하기에는 너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EIA(연방 에너지 정보 기구)에 따르면 2025년말까지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2.5~3.5 $/MMBtu 수준을 횡보할 것인데, 이 정도로는 셰일 가스 개발이 촉진되지 않는다. 다만 LNG 수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state)와 주를 연결시키는 원유와 천연가스 배관망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시키고, 전략비축유(SPR) 규모 확대 등을 트럼프 2기 때 시도할 것인데, 이는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량 확대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5. 단임 행정부의 한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내 화석 연료 생산량 확대를 통한 에너지 안보와 지배력 강화를 추구할 것이다. 이는 파리협정의 정신에도 위배되며, 강력한 환경적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
화석연료 사용 증가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글로벌 노력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후 위기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국공유지와 해역에서의 시추 확대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환경 이슈를 중시하는 계층으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우려를 무시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환경 단체와 시민 사회는 이와 같은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책 실행 과정에서 법적 및 정치적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미 엑손모빌 등 소위 석유 메이저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파리협약 탈퇴 움직임에 대해 명백히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친화석연료 정책을 추종할 경우, 미국 외 지역의 소비자들 반발도 우려되지만 무분별한 증산으로 인한 원유와 천연가스 하락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유가스정 개발에는 2~4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4년후 대통령이 바뀔 경우 정책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6. 결론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은 자국 화석연료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량 확대가 중심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기업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미지수이다. 이미 미국은 세계 1위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국가이며 이미 천연가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싸고 풍부하게 공급되고 있다. 이는 셰일 혁명 그 자체의 경쟁력과 기술 개발에 의한 것이지만, 현재의 생산량과 가격 수준은 추가적인 증산을 가로막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 에너지 생산량 확대,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환경 보호와 재생에너지 개발을 원하는 계층으로부터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의 정책의 성공 여부는 정책의 세부 내용과 그 실행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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