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안전의 격’은 있는가 ①
경주 APEC, “Safe Korea”의 시험대 내진안전대책 확실한가?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안전대책 점검
옛날에는 하늘의 뜻(天命, Divine Will)이 인간의 정치에 반영된다는 믿음이 일반적으로 퍼져 있었다. 그래서 지진, 홍수, 가뭄, 일식⋅월식 등의 천재지변은 정치적 신호로 해석되었고 때로는 정권교체를 합리화하는 명분이 되는 등 왕의 통치와 거취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합리성⋅과학성을 표방하는 현대에서는 천재지변의 정치적 해석과 영향이 많이 감소되었지만, 대규모의 재해나 인명사고가 일어날 경우,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정치적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거나 정치구도를 급속히 변화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최근 30여년 정치사는 그런 현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김영삼 정부 때는 온 사회가 경악할 정도의 큰 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1993.7.26.),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1993.10.10.), 성수대교 붕괴사고(1994.10.21.),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1994.12.7.),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1995.4.28.),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6.29.) 등 대형 참사가 계속 이어져 민심이 흉흉해지고 정부의 안전대책에 대한 의구심이 높았다. 김영삼 정부는 임기 말에 IMF 외환위기까지 닥치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때와 노무현 정부 때에도 다양한 사고들이 있었다. 사회적 충격이 컸던 2008년 2월 10일 숭례문 방화사건과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사망 192명, 부상 151명)이 발생했다. 이 사건들이 특정 정권의 흥망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한국 사회를 크게 뒤흔든 사건·사고와 재해가 여러 건 있었다. 용산 참사(2009.01.20.), 포항 영일만 부두 크레인 붕괴사고(2009.12.28.), 천안함 침몰사건(2010.3.26.), 연평도 포격사건(2010.11.23.), 칠곡 가스탱크 폭발사고(2011.6.30.), 우면산 산사태참사(2011.7.27.)에 더하여 2009년 태풍피해와 2010년의 대규모 수해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횡령 및 배임, 뇌물수수, 조세포탈 등 16개 혐의로 구속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기이던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부실대응으로 250명의 안산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하여 총 304명의 사망을 막지 못했고 이후에도 책임회피로 일관하더니, 2015년 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질병재난에 대한 대응에 실패했다. 이어 2016년 9월 12일 경주시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큰 지진을 넋 놓고 보다가 탄핵으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6개월 후인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여 곤란을 겪었으나 임기 후반기인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세계적인 질병재난상황에 각종 방역대책을 총동원, 효과적으로 대응해 5년 임기를 제때 마칠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반년도 안 된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데이 때 이태원 좁은 골목길에 약 10만명의 인파가 일거에 모이면서 끔찍한 압사사고가 발생하여 159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를 겪었다. 당시 시민들의 중첩적인 경고와 신고에도 중앙⋅지방정부 및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고, 군중관리에 적절한 계획이나 준비가 전혀 없었으며, 관계기관 간 통신체계 등 응급체계의 활용이 미흡하여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12.3 불법계엄으로 국정이 파국을 맞았고 이어 무능한 권한대행체체제에서 12월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의 제주항공 비행기 추락사고, 2025년 3월 영남권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하더니, 결국 윤석열정부는 3년만에 단명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제 정상회의 행사
이재명 정부는 2025년 6월 4일 출범한 직후 장마철 수해로 전국적인 피해를 겪었지만, 이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안전대책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이슈”가 국가나 정권의 흥망성쇠와 연결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올해 10월말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진이 잦은 경주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람이 누구보다도 절실하다.
대한민국은 2005년 부산 이후 20년만에 의장국이 되어 APEC 정상회의를 주최하게 됐다. APEC 정상회의 장소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해 타국의 정상들 중에 피해가 생긴다면, 이는 곧바로 엄청난 외교적 참사로 기록될 우려가 높다.
국회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난 2024년 12월 20일에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를 제정했는데, 주최국인 대한민국을 위시하여 미국, 중국, 일본 등 21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에 앞서 테러나 화재, 지진 등에 대한 “안전대책”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충고와 지적이 비등한 실정이다. 필자는 특히 지진이 염려스럽다.

경주 대형전시시설 내진 시공 실태는
우선 우리나라는 지진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님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평균 70회 이상 발생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매년 10여회나 된다. 그 중에서도 2016년 경주지진(규모 5.8)과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은 수십 명의 부상자와 수백건의 시설피해, 수백억 원의 재산피해와 다수의 문화재 손상피해를 발생시킨 바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12일에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발생했던 리히터 규모 5.8의 큰 지진은 기상청의 지진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다음해인 2017년 11월 15일 인근의 포항시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지 약 1개월 후인 12월 19일에 경주시에서는 리히터 규모 2.0의 지진이 이어졌다. 근래에는 2023년 11월 30일에 4.0 규모의 지진, 올해 5월 7일에 규모 2.0, 2.5의 두 차례 지진이 발생하는 등 매년 여러 차례 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지진이 잦은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니 걱정이 되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한편, 경주 APEC 정상회의는 경주시 신평동 보문단지 내에 있는 화백컨벤션센터(HICO ; Hwabaek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라는 전시시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전시시설(Exhibition Facility)’이란 전시회 및 그 부대행사의 개최에 필요한 시설과 관련 부대시설을 말하는데, 대통령령으로 정한 규모 이상의 대형 전시시설은 전국적으로 COEX(서울), KINTEX(고양), BEXCO(부산), HICO(경주), 김대중센터(광주) 등 18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궁금한 점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 HICO 등 대형 전시시설들이 내진설계기준에 적합하게 설립⋅설치되어 웬만한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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