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설비 내진안전대책이 문제다②

대형전시시설 구조물 내진설계 문제없어 비구조물에 대한 내진대책은 ‘무관심’ 주차장 전기사고 발생시 피해 커질 수도 전기안전관리법 등 관련법개정 시급

지난 15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경주 APEC 정상회의 주요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15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경주 APEC 정상회의 주요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18.1.2 중요도계수
  • (1) 비구조요소의 중요도계수 는 1.0으로 한다. 단, 다음에 해당할 경우를 1.5로 한다.
  • ① 소화배관과 스프링클러 시스템, 소화수조 등 인명안전을 위해 지진 후에도 반드시 기능하여야 하는 비구조요소. 또한 피난경로상의 계단, 캐노피, 비상유도등, 칸막이벽 등 손상시 피난경로 확보에 지장을 주는 비구조요소와 대형 창고형 매장 등에 설치되어 일반대중에게 개방된 적재장치
  • ② 규정된 저장용량 이상의 독성, 맹독성, 폭발위험 물질을 저장하거나 지지하는 비구조요소
  • ③ 표 2.2-1의 내진특등급에 해당하는 구조물에서 시설물의 지속적인 기능수행을 위해 필요하거나 손상시 시설물의 지속적인 가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비구조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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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편에 이어서

구조물은 내진설계, 비구조물은 내진에 ‘무관심’

경주⋅포항 지진 발생 직후인 지난 2018년도,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행정입법들이 줄줄이 제⋅개정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가 지진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과 인명을 보호할 목적으로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는 시행령(국토교통부령 제555호)을 공포해 건축 비구조요소나 기계⋅전기 비구조요소에 대한 내진설계 적용을 의무화했다. 또 [건축물 내진설계기준 KDS 41 17 00](2022년, 국가건설기준센터)을 만들어 내진설계 및 시공 실무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런데 경주⋅포항 지진 이후 큰 지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자, 건축현장에서는 [한국전기설비규정(KEC; Korea Electro-technical Code)]과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 KDS 41 17 00] 등 전기설비 개선이 포함된 각종 기준들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채, 강화되기 이전인 2011년도에 작성된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 체크 매뉴얼’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 체크 매뉴얼’을 개정⋅활용하는 것과 ‘건물의 사용전 검사 기준’에서 전기설비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를 ‘확인’ 항목에 포함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공(公)사(私)를 막론하고 뿌리깊게 퍼져있는 견고한 안전불감증에 말문이 막힐 정도이다.

현재 건설현장의 공종(工種)별 내진 적용 및 운용 실태는 아래 표의 내용과 같다.

전국 전시시설의 내진설계 적용은 어떨까

이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최근에 경주 HICO를 포함하여 남부지방의 대형 전시시설 및 부대시설(특히 주차장)의 내진설계기준 적용 실태를 내진전기설비업계 민간전문가들과 협력해 비공식적으로 확인해 보았다.

다행인 점은, 적어도 건축물의 구조요소는 모두 내진설계가 제대로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건축물 구조는 지진 대비에 맞게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구조요소 부분, 특히 전기 비구조요소의 경우 내진설계기준의 적용이 미흡하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전시시설 등의 관리자들은 안전에 대한 설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화재예방과 사후관리적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이들 시설의 주차장의 경우 조명시설을 천장구조에다 단단히 고정시키는 방식이므로 조명설비의 내진설계를 별도로 고려하지는 않고 있었다. 울산전시컨벤션센타(UECO)만 내진설계에 적합한 ‘와이어웨이(Wireway)’ 조명설비가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 전시시설 및 부속 주차장들은 일반 비내진형인 ‘레이스웨이’ 조명설비로 시공되어 있다. 지진으로 인해 전기재해가 발생할 만일의 사태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새롭게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에 맞춰 조명설비를 변경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적극적 시설개선을 하는 것에는 대부분의 전시시설 운영자들이 매우 소극적인 모습이다.

또 전기분야 설계 및 시공관련 기준과 규정들의 관리단체인 대한전기협회에 “건축전기설비를 포함하여 기계⋅소방⋅건축분야 비구조요소들의 내진설계를 [건축물의 내진설계기준 KDS 41 17 00]에서 정하고 있으니 전기분야 설계 및 공사 분야도 이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하지만 대한전기협회는 “소관단체가 아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전기비구조요소 내진제품 개발컨설팅도 수행하고 있는 곳인 협회가 내진설계기준 적용 여부에 대해 책임을 피하는 것은, 뿌리깊은 안전불감증의 또다른 모습으로 느껴진다.

경주 APEC정상회의를 앞두고 공사 중인 국제미디어센터.
경주 APEC정상회의를 앞두고 공사 중인 국제미디어센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환태평양 21개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2025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시는 지진이 잦고 주변에 원자력발전소와 방사능폐기물처분장(방폐장)도 있는 곳이라 아무리 강도높은 사고예방대책을 실시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 자체는 인간이 막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해의 범위와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갖추는 데 최대한 정성을 쏟아야 한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 등의 적극적인 행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법치행정의 원리’ 즉 법률로 강제해야한다. APEC 정상회의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입법대책 중 시급한 과제를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전기안전관리법」 개정 필요

현행 「전기안전관리법」 제2조제2호에 따르면 ‘전기재해’란 ‘전기화재, 감전사고 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과 재산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이르는데, 인적⋅물적 피해를 일으키는 전기재해의 원인이 무척 다양한데도 법률에는 전기화재와 감전사고만 명시되어 있다. ‘전기재해’의 양태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만약에 지진이나 화산활동이 발생하면 「전기사업법」 제2조제16호에 따른 ‘전기설비(발전⋅송전⋅변전⋅배전⋅전기공급 또는 전기사용을 위하여 설치하는 기계⋅기구⋅댐⋅수로⋅저수지⋅전선로⋅보안통신선로 등)’가 파손되면서 직⋅간접적으로 크고작은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건축현장에 엄격한 내진설계 기준이 적용되도록 하고, 특히 해당 건축물의 내진설계기준과 동등하게 ‘전기 비구조요소’(건축물에 설치하는 기계 및 전기 시스템과 이를 지지하는 부착물 및 장비)의 내진설계가 완비되도록 하는 것을 선도할 목적으로, 현행 「전기안전관리법」상 ‘전기재해’의 양태에 관한 규정에 ‘전기화재, 감전사고 등’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지진으로 인한 전기설비의 손괴’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함께 명시하는 개정도 필요하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 필요

현행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14조제1항에서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재해를 경감하기 위하여 관계 법령 등에 내진설계기준을 정하고 그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시설들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는데, 지진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의 대부분은 건물의 파손에 기인하므로 “「건축법」에 따른 건축물”을 제1호로 가장 먼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법」을 보면, ‘건축물’과 ‘건축설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건축설비’란 건축물에 설치하는 전기⋅전화 설비, 초고속 정보통신 설비,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가스⋅급수⋅배수(排水)⋅환기⋅난방⋅냉방⋅소화(消火)⋅배연(排煙) 및 오물처리의 설비, 굴뚝, 승강기, 피뢰침, 국기 게양대, 공동시청 안테나, 유선방송 수신시설, 우편함, 저수조(貯水槽), 방범시설,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설비를 말한다.

이와 같은 ‘건축설비’가 파손될 경우에도 ‘건축물’이 파손되는 경우 못지 않게 인적⋅물적 피해가 크며, 막상 실제 상황에서는 건축물의 파손과 건축설비의 파손이 혼재되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이에,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진 발생 시 재해를 입을 우려 때문에 관계 법령에 내진설계기준을 정하고 그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시설 중에는 「건축법」상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건축설비’도 함께 규정하는 것이 옳으므로 그 방향으로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14조제1항의 개정이 속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상청의 지진관측 이래 가장 큰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시는 원자력발전소 월성 2·3·4·5·6호기가 양남면에 가동 중이고, 저준위⋅중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도 있기에 ‘지질안정성’에 대해 늘 예민하게 관리⋅분석하고 있는 실정이다.

APEC 정상회의의 주회의장인 HICO(화백컨벤션센터)는 「전시산업발전법」상의 ‘전시시설’에 해당된다. 현행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14조제1항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관계 법령 등에 내진설계기준을 정하고 그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대상에 전국의 대형 전시시설들도 명시하여 포함시키는 입법도 필요하다.

「전시산업발전법」 개정 필요

현행 「전시산업발전법」은 전시산업(Exhibition Industry)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 발전을 도모하여 무역진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8년도에 제정됐다.

이 참에 APEC 정상회의의 主회의장인 경주 HICO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형 전시시설 중, ‘구조요소’는 물론이고 ‘비구조요소’에도 내진설계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기준에 맞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하여금 전시시설 전반에 대하여 내진설계 기준을 정하는 등 지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입법적 노력이 시급하다.

행정입법의 제⋅개정 필요하다

특히 관련 행정고시들도 새롭게 정비되어야 한다.

① 건축물의 전기 비구조요소의 경우, 이미 제정 고시된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KDS 41 17 00 ; 2022년)”에 따라 해당 설비에 내진설계를 적용해야 한다.

② 비구조요소의 내진설계는 건축단계에서 허가도서에 적용개요를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착공신고 때 “실시설계도서”에 내진설계가 예산과 함께 적용될 수 있으며, 시공자도 기준에 적합한 품질로 시공할 수 있을 것이다.

③“「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 체크 매뉴얼”의 개정과 활용의무화가 시급하다. 이 매뉴얼은 2011년 제정 이후 지자체 등에서 별도의 업데이트 요청 등이 없었다는 이유로 실제 현행화되지 않았다. 현행 관련법과 기준에 맞게 매뉴얼이 개정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④ 한국전기안전공사 실무지침인 “건물의 사용전 검사”에서 준용하는 “건물의 사용전 검사 매뉴얼”에 전기 비구조요소의 내진설계 확인 항목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대한전기협회가 관리주체로 되어 있는 “전기설비기준(KEC)”, “전기설비기술기준 및 판단기준”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⑤ [건축물의 내진설계기준 KDS 41 17 00]의 본문 중에서 “18.1.2 중요도계수” 내용 중 논란이 있는 부분이 있어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위의 ①호의 내용 중에서 ‘비상유도등’이라는 용어의 개념이 모호하여 시장에서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비상유도등’은 “국가법령정보센타”에 등록되지 않은 용어이다.

[건축물의 내진설계기준]은 매 3년마다 개정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지난 2022년에 1차 개정이 있었으니 올해가 개정연도가 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와 국가건설기준센타 및 대한건축학회가 논의하여 속히 제대로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이준 전 국회의원 보좌관

이준 (주)OGF 이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3년간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을 하며 10명의 국회의원을 보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비서실, 김덕규 국회부의장실, 홍재형 국회부의장실에서 일했다. 2002년 12월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캠프 현장유세반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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