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에너지 정책 방향- ① 균형

[권효재의 에너지 바로알기] 공급과 가격, 환경 모두 만족할 단일 에너지원은 현존하지 않아 에너지원별 장·단점 파악 후 균형과 공존을 다시 지향해야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3가지 에너지원은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3가지 에너지원은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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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렬 전 대통령이 해임되고, 6월3일로 차기 대선일이 확정되면서 각 당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다. 캠프들에서는 공약집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요즘 부쩍 중요성이 강조되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바람과 변경 요구들이 각 당으로 집결되는 중이다.

MB정부부터 최근의 윤 정부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정권의 교체에 따라 방향 선회가 심했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들이 컸다. 대표적으로 문 정부 때 천명된 탈원전 정책은 이후 윤 정부 때 탈탈원전 정책으로 180도 선회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대립이라는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켰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트럼프 2기로 인한 지정학적, 거시경제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떤 에너지 정책 방향을 지향해야 할까? 《균형》, 《실용》, 《개혁》이 핵심 키워드인데, 3회에 걸쳐 각각의 내용을 소개코자 한다.

에너지 ‘트릴레마’와 전기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유명한 명제가 ‘트릴레마’ 이슈이다. 트릴레마란 문제 해결을 위해 3가지 조건 달성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를 만족시키는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에너지 정책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에너지 안보), 부담 가능한 가격 수준(경제성),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친환경)의 3가지 조건이 핵심인데 현실에서는 이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단일 에너지원은 없다.

화석연료의 경우 우리나라는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므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약점이 있고, 온실가스와 매연 등이 배출되므로 친환경 측면에서도 단점이 크다. 하지만, 석탄같은 저렴한 화석연료는 가격이 싸고 저장이 용이하므로 연료 가격으로 보나 시스템 전체의 비용으로 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우수하다. 그래서, 개도국들은 가급적 자국에 매장된 화석연료를 우선 개발하여 경제 발전에 투입하며 우리나라도 70년대 강원도에서 무연탄을 채굴하여 긴요하게 사용한 바 있다.

투입 에너지 대비 사용 에너지로 평가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전기는 장점이 많고, 깨끗하며 편리하지만 전기는 1차 에너지는 아니다. 향후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소위 ‘전기화’가 넓고 깊게 진행될 것이므로, 현 시점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 이슈는 과연 무엇으로 전기를 생산하느냐이다.

우리나라는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전력 생산량의 60%를 충당하며, 30%는 원자력, 나머지 10%는 재생에너지에서 전기를 만들고 있다. 에너지 믹스는 전력 생산에서의 화석연료, 원자력, 재생에너지의 비중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산업용 열과 난방용 열 수요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화석연료 외 대안이 없고, 전기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고열 생산이 가능한 ‘히트펌프’의 보급과 같은 새로운 해결책이 등장할 것이다.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전기 생산 믹스의 장기적인 방향이다.

재생에너지의 한계

문 정부 때 본격화되어 윤 정부에서 계속 이어진 재생에너지 진영과 원자력 진영 사이의 갈등이 지속된 이유는 서로 각자의 장점은 과장하고 단점은 축소해서 주장했기 때문이다. 우선, RE100(전체 전력 소요량을 재생에너지로만 충족) 등 민간의 자발적인 운동을 국가 단위의 에너지 계획으로 가져와,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문 정부 때 장기과제로 천명되었지만, 경제성 측면의 이슈를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윤 정부 때는 반대로 원자력 만능론에 가까운 주장들이 등장했고 소위 ‘원자력 르네상스’와 전세계 원자력 시장이 1000조 원 규모이며 SMR(소형 모듈 원전)이 차세대 에너지 기술의 적자(嫡子)라는 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정치적, 경제적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두 주장 모두 지나치거나 시기상조이다. 우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 구축 혹은 국가 에너지 차원의 RE100은 기술적으로도 어렵지만, 지정학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로 다음 정부는 물론이고 그 다음 정부에서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가 기상 상태에 따라 전력을 생산한다는 본질적인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지난 4월 14일 제주도는 4시간 동안 도내 전력 수요를 도내 재생에너지 발전기로 충당했다는 ‘일시적인 제주도 RE100’을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시간에 제주도 전력망 유지를 위해 LNG 발전기 등도 가동되었고, 2개의 연계 선로를 통해 육지로 상당량의 전기를 보내야만 했었다.

제주의 전력 수요는 500~700MW 수준인데,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의 설비 용량은 900MW 수준이므로 바람이 강하고 햇빛이 좋으면 수요 대비 발전량이 더 많은 초과 발전 상황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계통 안정을 위해 LNG 발전기를 수요량의 20~30%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도 있다. 결국 초과 발전된 전기를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저장하거나, 송전선으로 다른 지역으로 보내거나, 그래도 전기가 남으면 일부 발전기는 꺼야 한다. 전력망은 수요와 공급이 매순간 일치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제주 역시 4월 14일 낮 1시 기준으로 수요의 30%에 해당하는 전기를 육지로 보내야만 했었다.

2025년 4월 14일 제주도의 재생e 발전비율, 단위: MWh. 출처= 제주특별자치도
2025년 4월 14일 제주도의 재생e 발전비율, 단위: MWh. 출처= 제주특별자치도

이를 전국 규모로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대폭 늘어날 경우 우리나라 전체 수요가 60~100GW이므로 적어도 20~30GW의 전력을 해외로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ESS를 20~30GW 설치하고, 그린 수소를 만들고, 해외 송전망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있으나 ESS는 투자비, 그린 수소는 경제성, 해외 송전망은 지정학적 이슈가 있다. 그래도 안되면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자주 꺼야 하고, 이는 안그래도 원가가 높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돈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 에너지 차원의 RE100을 주창할 경우 장점은 명확하다. 해외 수입 에너지가 불필요하니 돈도 절약하고, 에너지 안보도 현저히 좋아지고, 기후위기 대응도 되고, 공해와 매연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 중의 경제적 부담을 누가 어떻게 감당하느냐인데 여기에 대한 명확하고 뚜렷한 설명이 없다면 정치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원자력의 한계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가장 열심히 공박한 것은 원자력 진영일 것이다. 상당부분 일리가 있지만, 원자력 진영에서 놓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원자력은 거대 기술이다. 대형 원전 1기를 기획해서 준공하는 데는 보통 20년이 걸리고, 60년동안 운영하며, 필요하면 수명 연장을 위해 개보수 공사를 한다. 즉, 원전 기술은 개발-설치-사용의 사이클이 짧아도 50년, 길면 100년이므로 기술 개발과 혁신의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폭발적인 보급과 기술 혁신으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단순 발전원가(LCOE)는 전세계 평균을 보면 지난 10년간 ⅓이하로 낮아졌다. 풍력과 ESS 역시 지난 10년간 원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기술이 계속 개선되고 대량 생산으로 제조 원가도 떨어지고 있다. PV패널(광전지 패널)의 에너지 변환효율도 상용품 기준 과거 15% 수준에서 최근에는 22% 수준까지 올라왔고 10년 후에는 30% 이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 기술을 통해 아주 적은 양의 핵연료로 막대한 열과 전기를 생산하므로 원자력 발전소를 꾸준히, 지속적으로 건설하여 공급망을 유지한다면 발전소 건설 비용과 발전원가를 상당히 낮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과 원가 하락 속도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둘 사이의 종합적인 경제성은 비슷한 수준이 되거나 역전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시점이 언젠가는 도래할 가능성이 크며 우리나라 기준으로 10년 후는 아니겠지만, 20년이나 30년 후에는 둘 사이의 역전을 염두해야 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생산 밀도가 낮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초과발전과 계통제약 이슈를 감안한 종합적인 경제성이 미래 어떤 시점에서 원자력보다 더 나아지더라도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많은 토지를 필요로 한다.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생산)지가 작은 토지를 차지하고 연료를 해외에서 가져오는 방식이므로 관련 시스템과 제도가 대폭 바뀌어야만 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기존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문제까지 감안하면 원자력을 아주 오랜기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럼 원자력의 문제는 무엇인가?

원자력은 사고 위험과 송전망 문제가 어려움이다. 공학자들의 노력으로 중대 사고 발생 가능성을 백만 년에 한 번으로 줄였다고는 하나 다수의 원전이 인구밀집지역 근처에 몰려있는 현 상황은 위험 부담을 가중시킨다. 극히 낮은 확률이라도 상정 범위를 넘어선 이벤트는 일어날 수 있으며, 원전은 사고나 문제가 터졌을 때 피해 처리와 회복까지의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최선을 다해 잘 만들어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재생에너지 만큼은 아니지만 원자력 역시 송전망에 부담을 준다. 이 둘이 공존하기 어려운 이유도 원자력은 수요와 무관하게 일정하게 발전을 하고, 재생에너지는 수요와 무관하게 기상상태에 따라 발전을 하기 때문이다. 출력조절이 가능한 원자력 기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설비의 수명과 안전성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핵연료 폐기물 처리 논란

원자력의 아킬레스 건은 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이다. 핵연료는 한 번 투입하면 2년 정도 사용되고, 이후 빼내어 처리를 해야 한다. 원전 내부의 저장 수조에서 열을 식힌 뒤 현재는 맥스터라는 설비에서 임시 보관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부는 땅속 깊이 조성될 영구처리장에 격리 보관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이 영구처리장이 2050년 혹은 2060년은 되어야 국내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럼, 그때까지 원전에서 계속 나오는 폐기물을 어디에, 어떻게 임시 보관하느냐가 난제다. 이미 국내 원전 다수는 발전소 내 조성한 임시 보관장이 포화상태인데, 기존 원전을 빠짐없이 모두 수명 연장을 한다면 부족한 임시 보관장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포화 문제. 그래픽=연합뉴스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포화 문제. 그래픽=연합뉴스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를 지금까지 풀어온 방법은 원전을 계속 새로 지어나가는 것이었다. 신설 원전에는 저장수조(습식 저장시설)와 소내 임시 저장소 공간이 있으니 급한대로 기존 원전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폐기물을 신설 원전으로 우선 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설 원전을 계속 건설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기존 원전들의 운전이 불가능할 수 있다. 또한 임시 보관과 영구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의 양은 원전의 추가 건설과 수명 연장에 의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받아줄 지자체를 구하고 영구 처리장을 건설하는 데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적되었지만, 항상 결론은 폭탄돌리기였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폭탄을 돌릴 수 있을까?

결론

거시적으로 보면 ‘에너지 트릴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수입을 줄여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무탄소 에너지 중심의 전기화를 더 빨리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모두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이행 과정과 비용 부담, 안전성과 에너지 안보 등의 여러 문제를 풀기 어렵다. 열 수요를 감안하면 화석연료를 당장 끊을 수도 없다. 현실에서는 자동차 등의 수요로 인해 화석연료의 비중이 80%가 넘는다. 그러므로 최소 15~20년은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원자력 모두를 균형있게 사용해야만 한다.

또한 화석연료는 줄여나가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량을 늘려야 하는데 계통을 포함한 여러 난제들을 합심하여 풀어야 한다. 지금은 다른 에너지원을 비난하고, 사라져야할 대상으로 지목하여 공격할 시기가 아닌, 균형과 공존을 다시 지향해야 한다.

글쓴이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는 직장인.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의 연구를 시민들에게 정리해 제시하고, 가짜뉴스를 가리는 일이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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