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를 어떻게 이용할까?
[권효재의 에너지 바로알기] 알래스카 주지사 방한, 논의 본격화 가격 측면에서 우리에게 이점...’긍정적’ 기존 수입線 카타르 등에 협상 레버리지 알래스카도 다급...실용적 지혜 발휘해야
최근 미국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가 화제다. 지난 2월 6일 알래스카가 지역구인 설리반 상원의원이 미국의 동북아시아 우방국들이 중동이 아닌 알래스카 LNG를 사용해야 한다는 발언이 시작이었다. 이후 3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고, 이어진 한미 장관급 회의에서도 알래스카 LNG 개발 협력이 논의되었다. 3월 24일과 25일에는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가 방한하여 관련 미팅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4월부터 미국에서는 상호관세를 15개국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고 하는데, 한국도 포함된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은 이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월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알래스카 LNG 개발 협력을 약속했고, 대만은 지난 3월 20일에 이미 알래스카 주지사와 투자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한국, 일본, 대만 모두 자동차와 반도체 등으로 대미 무역흑자가 상당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를 달랠 수 있는 미국산 물품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알래스카 LNG는 개발 불확실성이 커서 쉽게 투자 결정과 LNG 수입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거부하거나 미룰 수도 없어 보인다.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는 어떤 기회와 속사정이 있으며, 어떻게 이를 활용해야 할까?
LNG 수입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회
한국은 연간 4000만~5000만톤 규모의 LNG를 수입하고 있다. 수입 가격은 550~700 달러/톤 수준이다. 열량기준으로는 10~13 $/MMBtu인데, 미국 천연가스 가격보다는 4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우리만 비싸게 LNG를 수입하는 것은 아니며 일본, 한국, 대만의 수입가격은 비슷하다. 동북아시아 3국 모두 LNG 수입 이외 천연가스를 조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천연가스가 자국 내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미국, 러시아 등의 국내 가격 대비 2배이상 비싸게 수입하고 있다.
LNG 수입 비용으로 한국은 연간 50조원 규모의 외화를 지출한다. 2022~23년처럼 전세계적으로 LNG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 이 비용은 급등한다. 2023년의 경우 LNG 수입 비용으로 100조원이 소요되었고 가정용 난방비, 산업용 열요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원유를 수입해 정제후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 석유와 달리 LNG는 수입을 최대한 안하거나 비용을 줄여야 우리에게 유리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래스카 LNG 사업을 통해 기존보다 낮은 가격으로 LNG를 수입할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알래스카 LNG는 사업 구조가 방대하다. 알래스카 북쪽 북극권 지역인 노스슬로프에는 폐유전들이 있고 그 안에 원유 시추 과정에서 발생한 천연가스 40 TCF 이상을 밀봉시켜 둔 상태다. 40 TCF는 LNG로 환산하면 8억톤 규모이니 엄청난 양이다. 밀봉해둔 천연가스를 뽑아내어 프루도 베이에 위치한 가스처리공장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1차 처리를 한다. 이후 1300㎞ 가스관으로 알래스카 남부 니키스키 지역의 LNG 액화시설로 이송하고, 특수 LNG선에 옮겨 담은 후 한국까지 가지고 오는 것이다.
현재 확보된 것은 폐유전 내 보관된 천연가스 뿐이며 가스처리공장, 1300㎞ 가스관, 니키스키 LNG 액화시설, 특수 LNG선 모두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보관중인 천연가스는 동북아 3국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구매자가 없기 때문에 협상력을 발휘할 여지도 충분하다.

미국 동남부, 호주, 카타르 등 기존 LNG 프로젝트들은 동북아, 동남아, 남미, 유럽 등 다양한 국가들에게 LNG를 판매할 수 있으므로 구매자와 판매자간 협상은 복잡하며 시황에 따라 계약 조건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나라는 현재 카타르에서 가장 많은 LNG를 수입하는데, 계약을 체결했던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내 초반은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전세계적으로 LNG 수요가 공급량을 초과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카타르 LNG는 상당히 비싸게 수입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설이 어려운 지역에 위치하며, 항로 특성으로 인해 유럽, 남미, 동남아로는 판매가 어렵다.
천연가스 그 자체를 폐유정 내에서 다시 뽑아낼 수 있는 설비는 이미 다 갖추어져 있으므로 가스 가격 자체는 1$/MMBtu 이하이며, 남은 관건은 가스처리공장, 가스관, LNG 액화시설, LNG선의 확보 비용이다. 알래스카 LNG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공사(AGDC) 측에서는 동북아 도착 기준 LNG 판매원가를 6.5 $/MMBtu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마케팅 목적의 다소 낙관적인 가격이라고 봐야겠지만, 이윤을 포함해서 8 $/MMBtu 이하로 장기 계약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는 전세계 최저가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알래스카는 동북아와 가깝고 북태평양 항로를 이용하므로 운송 시간도 짧다. 만약 미중 갈등으로 남중국해 항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북태평양 항로는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에너지 안보 측면의 장점도 있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든 되지 않든, 우리로서는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이를 이용해서 다른 LNG 수출국과 기업들을 압박해야 한다. 미국이 사실상 알래스카 LNG의 구매를 강요받는 상황이므로 계약 만료가 임박한 여러 LNG 계약들의 갱신 혹은 재계약시 협상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타르는 현재 대규모 확장사업을 진행하면서 LNG 판매처를 찾고 있는데, 우리는 알래스카와 카타르를 경쟁시켜서 최대한 싸고 좋은 조건으로 LNG를 사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보를 모색해야 한다.
알래스카와 카타르 어느 쪽이던 매년 LNG 1000만톤을 8 $/MMBtu에 20년간 수입할 수 있다면 현 수입가격 대비 20년간 총 312억 달러, 약 45조원을 절약할 수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주(州)정부
알래스카 LNG가 개발공사 측의 제안처럼 싸게 수입 가능할지는 확실치는 않다. 환경 단체의 강경한 반대, 북극권이라는 악조건, 장거리 파이프라인 건설 과정에서의 인력 조달과 비용 통제 이슈 등이 잘 해결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한국이 싸고 풍부한 LNG가 필요한 것 이상으로 알래스카 주정부도 신규 천연가스 공급이 필요하다.
알래스카는 전체 인구가 74만명인데 70% 이상이 앵커리지와 남동부 지역에 몰려있다. 이 지역은 혹독한 추위로 가스 난방 수요가 많은데 남동부 Cook Inlet 지역에서 지난 50년간 천연가스를 채굴하여 사용해왔다. 이제는 점차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고 인근 지역에서 새로운 가스전이 발견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하다 보니 알래스카의 가스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미국 본토의 천연가스가 셰일 혁명으로 인해 최근 3~4 $/MMBtu로 가격이 내려간데 비해 알래스카 남동부의 천연가스는 계속 가격이 올라가 이제는 8 $/MMBtu를 넘어섰으며 이대로 가면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 자명하다.

대안은 두 가지이다. 프루도베이에서 잠자고 있는 막대한 천연가스를 가스처리공장과 1300㎞ 가스관을 건설해서 끌어오는 것과 LNG를 수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략 50만명의 인구가 소비하는 천연가스 수요로는 높은 고정비를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스처리공장과 1300㎞ 가스관 건설비용이 150억 달러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며, LNG 수출이 없다면 알래스카 남동부의 천연가스 가격은 11 $/MMBtu를 넘어야 한다. 같은 이유로 수요량이 충분치 않으므로 LNG 수입 인프라 건설 비용과 국제 LNG 가격을 고려하면 알래스카 남동부의 천연가스 가격은 12 $/MMBtu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알래스카 주정부로서는 LNG 수입은 세수 증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결국 프루도베이에서 가스를 끌어오되 고정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LNG 수출 프로젝트를 반드시 유치해야만 알래스카 시민들에게 싸게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안그래도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미국에서 에너지 비용 상승은 치명적이므로 알래스카 주정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
우리가 알래스카 LNG 수입을 피할 수 없다면 가스처리공장과 1300㎞가스관 사업은 알래스카 개발공사에게 위임하고, 우리는 LNG 액화기지와 특수 LNG선을 맡는 것이 좋다. LNG 사업을 하든 하지 않든 어차피 알래스카 주정부는 프루도베이에서 가스를 최대한 빨리 끌어와야 하며, 프로젝트 전체에서 일정이나 비용 통제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 가스관 건설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LNG 액화시설 건설의 세부 사항도 LNG 수입국이 주도해서 각자의 건설회사들에게 일감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LNG 액화시설을 모듈화하여 한국에서 최대한 많이 만들어 알래스카로 보내도록 하되 전체적인 일정은 가스관 공사 일정에 따라 확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알래스카 LNG의 수입 조건을 협의하면서 이를 다른 LNG 계약에서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사업 참여에 대해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앞세워 갑론을박하기 보다는 피할 수 없는 매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 실용적인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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