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60년, 일본이 북한과 수교 나서면
[전우용의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북미관계 이어 북일 관계도 개선 가능성 일본, 원산에 ‘수출무역지대’라도 만들면 반면 윤석열 정권, 중·러 대륙과 격리 자초 ‘배타적 심성’에 빠진 尹세력, 나라 위기에
일본이 북한과 가까워지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이후 본격적인 대북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하는 국제관계 전문가가 많다. 며칠 전 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는 트럼프가 일본에 오면 ’납북자 가족‘과 면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이 북한의 범죄행위를 고발함으로써 북미 관계 개선을 막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일본의 납북자 가족이 북한에 있는 친척을 하루속히 만날 수 있도록 교류 기회를 열어달라는 뜻인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의 북한 봉쇄 정책은 더 강경해지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에, ‘북일 이산가족 상봉’을 의제화하고 이를 빌미로 북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이 북한 봉쇄 정책을 완화한다면, 북일관계는 어떻게 바뀔까?
북한과 일본도 수교할까
올해는 한일수교 60주년이다. 한일수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의 경제성장에도 중대한 구실을 했다. 한국 정부가 지정한 ‘마산 수출자유지역’에서는 일본의 자본과 기술, 한국의 노동력을 결합한 상품들이 생산되어 전 세계로 팔려 나갔다. 이 역사를 잊지 않은 일본의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현 시점에서 북일수교가 60년 전의 한일수교보다 자국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일간 수교 협상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주요 쟁점들은 거의 다 타결된 상태다. 트럼프 시대에 북일이 수교한다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북일간 ‘경제 협력’이 가능해진다면, 한일수교 후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북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1876년 강화도조약 당시 일본은 ‘부산 외 2개 항구’의 개방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1880년 원산이, 1883년 인천이 개항되었다. 일본이 조선의 두 번째 개항장으로 원산을 요구한 것은 이 항구가 대륙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원산에서 북한 전역으로 통하는 철도망이 건설되어 대륙 철도와 연결되었다. 해방 후 재일동포 북송선 『만경봉』호도 원산과 일본 니가타항을 왕복했다.
북일간 경제교류가 시작된다면, 이번에도 원산은 그 거점이 될 것이다. 일본과 북한은 원산항을 대대적으로 개발할 것이고, 그 인근에 ‘마산 수출자유지역’ 같은 공단이 생길 것이다. 원산에서 신의주와 청진으로 이어지는 철도도 ‘현대화’하여 원산 공단에서 생산된 물건들을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은 물론 유럽까지 실어나를 것이다.
또 혹여 북일수교가 된다면, 일본은 한일수교 당시 ‘청구권 자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북한 정부에 지불해야 한다. 북일관계 개선은 어떤 방식으로든 ‘핵 문제’의 해결을 전제하기 때문에, 이 돈은 핵 개발이 아니라 전력, 도로, 철도 등 SOC 개발에 쓰일 것이다.
틈새 낀 한국은 어떻게 될까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난 상태에서 원산 인근에 일본 기업들의 공단이 생기고 원산이 유라시아 철도의 동아시아 종점이자 기점이 된다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당장 한국 철도만 유라시아 철도에서 단절된다. 유라시아 대륙의 육상 물류 거점은 원산이 될 것이고 부산은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처지가 된다.
지도를 펴놓고 보자. 북한-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중동으로 이어지는 철도 운송망에서 한국만 배제된다. 북한 고립이 아니라 한국 고립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 김정은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남조선’이라는 호칭도 ‘대한민국’으로 바꿨다.
평양에 있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도 철거했으며, 최근에는 상징적으로나마 연결되었던 남북간 철도와 도로까지 파괴했다.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는 등 윤석열 정권의 무력 충돌 유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라고만 해석할 일은 아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맺은 사실상의 군사동맹도 북한이 남북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국제관계를 기대하고 모색한 결과일 수 있다.
일본이 북한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과연 한국 정부가 막을 수 있을까? 한일수교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완전히 배제되었던 과거는, 북일수교 협상에서 한국이 완전히 배제되는 미래를 정당화한다. 게다가 일본으로서는 남북관계가 파탄난 상태에서 북한과 경제교류를 본격화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 바다에 면하지 않은 광대한 대륙 시장에서 경쟁 상대인 한국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원산공단에서 생산된 사실상의 일본제 상품들이 철도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져 나가는 동안, 한국은 바닷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생산비는 물론 속도면에서나 비용면에서나 그런 상품들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

고립 자초한 윤석열 세력, 재앙 부르고 있어
물론 극단적인 상상이다. 하지만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한국은 국제관계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관계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이 유라시아 철도망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일본이 그에 접근한다면, 한국 경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렇다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남북간 철도와 도로를 다시 연결하자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의 구실로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내세웠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을 퍼뜨리며 반중, 혐중 몰이에 여념이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북한과 모든 교류를 차단하고 중국을 적대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저들의 신념에 적극 영합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표면적으로 트럼프의 대화 제의를 묵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와 북일수교를 간절히 바란다는 점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는 북미관계가 개선되어도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석열 정권은 한국을 유라시아 육상 교통망에서 격리된 나라로 만들어놓았고,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이 상태가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 윤석열 정권이 자기 지지세력의 마음속에 심어놓은 ‘배타적 심성’이 이 나라를 어디로 이끌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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