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에 의도 있다? 우리 판단에 오류 있다
남한 민간, 평양에 무인기 띄운 듯 남북 강경 발언, 사실상 남한이 먼저 맞대응하는 북한, 발언 수위 끌어올려 ‘의도 분석’ 아닌 ‘반응 분석’으로 이해해야 심리전, 北에 유리...南 따라갈 필요없어
남북 강경으로 치닫는 ‘말폭탄’ 전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인기 침투 논란과 관련해 국방-안전협의회를 소집하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북한 매체 보도로 한반도 안보 상황은 한층 더 엄중해졌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가 국경 부근 8개 포병 여단에 완전 무장 상태로 사격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는 뉴스는 더욱 불길하다. 그들이 발사하는 포탄은 휴전선을 지키는 우리 장병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탄이 한번 발사되면 전쟁의 불길이 한반도를 뒤엎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섬뜩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예민한 반응은 효과적인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포탄 발사 준비 위협이 곧바로 전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난 무기 체계와 병력이 집결돼 있고,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한반도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대응이 가장 효과적인지 정밀한 계산을 해야 한다. 그중에 첫째 요소는 북한 행보에 대한 평가와 의도 분석이 될 것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북한의 포탄 사격 협박은 며칠 전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주장한 평양 상공 ‘무인기’ 관련 대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 북한의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이 내부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위기 국면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평양 무인기 누가 띄웠나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의도 분석’과 ‘반응 분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의도 분석’은 북한이 특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에는 북한의 교란 책동에 말리지 않고, 오히려 북한 의도를 역이용하기 위해 고도의 대응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반응 분석’은 북한이 단지 외부 자극에 맞대응하는 의미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전략 게임 차원에서 다루기보다는 북한을 자극한 요소를 분석해 북한의 기세를 완화하는 조치가 더 효과적이다.
이번 사례를 차분히 돌아보면 의도 분석보다는 반응 분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북한은 포병부대에 사격 준비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11일 평양 상공에서 포착된 무인기 침범 사실을 거론했다.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무인기 출현에 반응한 것이다. 다만 북한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인기 침범 논란과 관련한 남과 북의 ‘말폭탄 전쟁’ 양상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의 협박 공세를 유발한 평양 상공 무인기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 1차적으로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이 감당해야 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보다는 남쪽에서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합참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만약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주장처럼 우리 군의 작전이라면 해당 작전을 수행한 책임자들은 허술한 일처리와 관련해 문책 대상이 될 것이다. 아마도 남한의 민간 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 차원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남한의 민간 단체가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 살포를 넘어 무인기 살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북한이 지난 5월 이후 지겹게 날려보내는 오물 풍선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수천 개의 오물 풍선을 날려보냈고 곳곳에서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대북전단 살포를 옹호하는 세력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들 민간단체나 이들을 후원하는 각종 기관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차원에서 보복조치로 무인기 작전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윤 대통령은 왜 대북전단 막지 않나
윤석열 정부는 왜 문제의 발단이 되는 대북전단을 막지 않을까?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남북 통일이 독립운동의 완결이고 북한에 자유를 확산하는 것이 제대로 된 통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흡수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고,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대북 전단 살포가 확대된 배경으로 지목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한 전향적 태도 요구가 아니라, 북한 흡수 통합과 자유의 확산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3·1절 기념사 한 달 반 전에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눈에 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과 올해 1월 중순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 등을 통해 “남과 북은 동족관계가 아니고,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라고 규정했다. 이어 헌법에서 통일 관련 문구를 삭제할 것, 그리고 전쟁이 발생하면 남한 지역을 평정해서 합병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아마도 북한의 과격한 협박 공세를 보고 더욱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기싸움을 하는 구도로 정리할 수 있다.
김정은은 왜 ‘적대적 두 국가론’ 펴나?
김정은 위원장은 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했을까? 그것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정상 간에 지속된 티격태격 기싸움의 연장선이다. 싸움의 시작은 2022년 1월 윤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발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는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선제타격 언급도 제기했다. 북한 반응은 그해 6월에 나왔다.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대적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 결정 이후 꾸준하게 표현의 첨삭 과정을 거쳐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정리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선제타격 발언에 대한 북한 반응은 그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나왔다. ‘대남 핵무기 선제타격 교리’를 법제화한 것이다.
2023년 7월에는 윤 대통령은 통일부 주요 임무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내렸다. 북한을 대변하지 말고 북한에 자유를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2023년 12월 북한은 대남 담당 부서 전면 폐지로 대응했다. 2023년 11월 남한이 남북 군사 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선언하자 북한은 이틀 뒤에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면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린 것이고 여러 가지 중요한 조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북한에게 유리한 ‘말초적 기(氣)싸움’
결국 지난 2, 3년 사이 남북 관계를 분석하면 북한의 협박 발언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남한에서 대북 강경 발언이 나왔을 때 더욱 강경한 발언으로 대응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남한과의 티격태격 기싸움에 집중한 결과라면 북한 의도를 분석해도 제대로 답이 나올 리가 없다. 북한은 단지 말초적인 기싸움에 충실했다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할 대목은 남한과 북한의 티격태격 말싸움은 북한에게 유리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남한은 북한에 비해 종합 국력이 월등히 앞서는 만큼 북한에 대해 다양한 협상 지렛대를 활용하는 방식이 유리한데, 막무가내 기세싸움에서는 지렛대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의도 분석에서 문제가 발생한 결과, 대응 전략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처럼 극단적인 협박을 포함하는 심리전을 전개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군사적 대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대화를 요구하고 압박하면서 국내외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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