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체제가 한반도의 미래인가?
‘남과 북의 슬픈 올림픽 셀카 놀이’ 외무부 “스마트폰 지급, 유엔 제재위반” 항의 ‘두 국가’로 지내자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가 한반도 주변국들 일제 환영할 ‘두 국가론’ 불가능한 주장 대신, 평화통일 노력 더 펼쳐야
남북한 셀카 장면의 희비극
2024년 여름은 역대급 폭염으로 괴로웠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올림픽 소식으로 즐거웠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파리 올림픽은 100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개막식 행사부터 준비 미흡, 그리고 알량한 프랑스의 오만이 노출되면서 파리 올림픽은 실망감으로 시작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규모가 가장 적었고, 금메달 목표도 5개 정도여서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회 첫날부터 우리 선수들이 깔끔한 매너와 월등한 기량을 과시하면서 올림픽 열기는 금세 뜨거워졌다. 결국 금메달 13개를 포함해 메달 32개를 획득하는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종합 메달 순위는 8위로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으로서 위상을 과시했다.
대회 초반, 우리 선수들의 눈부신 몸짓과 함께 비상한 주목을 받은 장면 중에는 남녀 혼성 탁구 종목에 출전했던 남과 북의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셀카를 촬영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번 대회 메달리스트는 시상식 과정에서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이 지급한 최신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다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이 적용된 것이다. 남쪽 임종훈 선수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시도했고, 중국 선수는 물론 북한 선수들도 밝게 웃으며 촬영을 마쳐서 올림픽의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혔다.

이게 유엔 제재위반이라니!
그러나 이 장면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삼성은 모든 선수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 경제 제재로 북한 선수에게 스마트폰 전달은 금지 사항이었던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제재 위반이라는 점을 올림픽 위원회에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해서 비극의 주역이 됐다.
한국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에는 북한 선수단 참석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유엔 안보리 제재 면제를 적극 추진한 사실이 있다. 한국 정부는 6년 만에 정반대 태도를 보인 것이다. 북한 선수들은 결국 삼성폰을 가져가지 않았다. 북한 선수들 스마트폰에 저장됐을 사진 파일도 파리에서 폐기됐을 것이다.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두 분단국이 올림픽 현장에서 잠시나마 평화적 공존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준 감격적인 장면은 남과 북의 적대적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비통한 순간으로 전변했다.
사진 파일 폐기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한국 언론에서 관련 소식이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냉전이 종식된 1991년 이후 한국 언론인들은 올림픽이 열리면 북한 선수단 동향을 보도하고 남과 북의 선수단의 교류 또는 조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과 북은 하나의 깃발을 휘날리며 공동 입장을 해서 올림픽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적도 있다. 그러나 24년이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는 함께 찍은 사진조차 공유할 수 없고,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남북 대립이 장기화하고, 북핵 문제가 악화하면서 남쪽에서는 북한에 대한 혐오감과 북한 문제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2022년 5월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강조하면서 남북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1월 공개된 발언에서 “남과 북은 동족의 나라가 아니라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헌법에서 남과 북의 통일 관련 논의를 모두 삭제할 것을 지시한 것은 한반도 분단 역사상 가장 아픈 순간 중에 하나였다. 파리 올림픽에서 확인한 남과 북의 대립 구도는 김 위원장이 제시한 ‘두 국가론’을 현실로 보여준 셈이다.
완연해진 ‘한반도 두 국가론’
‘한반도 두 국가론’은 과거에는 남과 북 양쪽에서 금기였지만 최근에는 지지하는 사람이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아졌다. 대북 강경론자를 중심으로 북한이 싫어서 따로 살자는 사람들이 있고, 대북 온건론 중에는 어정쩡하게 붙어 있는 것보다 명쾌하게 분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두 국가론’은 편안한 일상과 통일 기회 확대를 가져올 것인가? 미래에 벌어질 일인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검토하면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말끔하게 두 국가로 분리되지 못한 조건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부작용에 시달릴 것이다.
우선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 체제를 수용하기에는 기존의 통일 노력이 크게 빈약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남북 분단 역사는 79년이지만, 냉전 기간을 제외하면 33년 정도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시기에 포용 정책이 전개됐지만, 정권 교체 등의 요인에 따라 10년 이상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교정한다는 강경 정책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도 대북 강경 정책을 추진했지만, 국내외적인 정책 변경 압박 등의 요인에 대응하면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경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권 재창출 여부, 그리고 차기 대통령 성향에 따라 정책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북 통일을 위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통일을 포기한다면 자기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둘째, 남과 북은 법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헌법에서는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므로 북한도 한국 영토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자유 민주주의 기치 아래 평화적인 방법으로 남북 통일을 추진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헌법을 개정하면 문제가 풀리겠지만, 새로운 헌법이 한반도 북반부를 포기한다는 내용이라면 이에 찬성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헌법에서 통일 관련 논의를 삭제하겠다고 하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헌법 이외에도 국가적 중요성을 갖는 문서가 많고, 북한 전역에 통일과 관련한 박물관과 자료실, 교육 시설이 많아서 그 모든 흔적을 지우려면 10년도 부족할 것이다. 남과 북이 법적으로 분리되지 못하는 환경에서 ‘두 국가론’은 오히려 남과 북 양쪽에서 심각한 정치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남한내 보수세력도 감당 못할 논리
셋째, 정치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 ‘두 국가론’을 실상 ‘영구 분단론’과 내용적으로 동일하다. 북한의 경우는 어떤 정책이든 유일한 독재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결정하면 국가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인 남한의 경우는 대통령이 결심한다고 해도 유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국가 정책이 될 수 없다. 북한을 적대시하고 규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영구 분단을 수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보수 진영의 처지에서 한반도 영토 절반을 북한의 김씨 일가에게 할양하는 모양새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진보 진영에서도 평화 통일의 대업을 포기한다고 공식 인정하는 정치인은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넷째, 군사적 긴장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남과 북의 국력 격차가 2023년 수치로 약 80대 1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남한의 명목 개인 소득이 4만 달러 정도인데, 북한은 1,000달러 정도로 약 40배고, 인구 차이는 두 배다. 김정은 위원장 처지에서 본다면 앞으로 30년 이내에 남한을 경제적으로 추월할 수 없기 때문에 빈약한 권력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해 군사적 도발에 의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전략이 된다.
국제적 지지는 ‘한반도 영구 분단’
다섯째, 남과 북의 영구 분단은 국제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고, 다시는 통일을 기대할 수 없는 장애물을 형성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어느 나라도 남과 북의 통일을 환영하지 않는다. 남북 통일이 가져올 수 있는 국가 관계 재편과 국제 질서 재조정이 나라마다 유리한지, 불리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스스로 두 국가론을 추진한다면 모든 주변국은 쌍수를 들어 적극 동조할 것이다.
‘두 국가론’이 부적절하다면 우리 과제는 명확하다. 힘들고 괴로워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을 설득해서 평화적 통일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따라 1단계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을 제도화하는 노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국력이 남한의 80분의 1에 불과한 북한 처지에서는 남한에 강경하게 대항하는 자세를 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남한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 정책은 당연하고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다.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은 당장 보수 진영을 결속하는데는 좋겠지만, 결국 북한의 버릇을 고칠 수 없고, 한반도 긴장은 고조되고, 남북 통일은 멀어지는 옵션이다.
오히려 남과 북의 대화와 교류를 권장함으로써 올림픽에서 만난 남과 북의 선수들이 반갑게 셀카를 찍고 집으로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모두에게, 특히 우리에게 유리한 방법이다. 통일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국내 정치 차원에서 보수 진영은 ‘영토 완정’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이고, 진보 진영에서도 평화 기지 확산 차원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국가적으로는 자유와 민주,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선진국 진입을 의미한다는 차원에서 좋고, 국제적으로도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하면서도 약소국을 도와주는 친근한 강대국이 새로 등장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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