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참가로 뜨거워진 경주 APEC
양 정상 2시간 통화..10월말 참가확정 내년초 트럼프 방중, 시주석도 방미 3개월만에 두 정상 “미중관계 중요”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말 한국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는 것은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처음이자,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이다. 미중 정상의 만남으로 ‘판’이 커진 이번 APEC 정상회의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모두 APEC에서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세계 안보와 무역의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미중 정상의 만남이 예정됨으로써 세계가 주목할 올해 최대의 외교 이벤트로 급부상하게 됐다.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의 만남이 정식 회담이 될지, 약식 회동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나,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양자간 대면 소통이 한국에서 이뤄지게 됐다.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가 내년 초(in the early part of next year·통상 내년 1∼3월을 지칭)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오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방중은 8년여 만에 이뤄진다. 이보다 앞서 시 주석은 2017년 4월 미국을 방문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경주 대좌’와 내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미중 간 ‘관세 전쟁’, 반도체와 희토류 등의 상호 수출 통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잠재한 군사적 충돌 우려 등과 관련한 타협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종식 필요성, 그리고 틱톡 매각 승인을 포함한 많은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기가 시 주석과 거의 2시간을 통화했다면서 “매우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했다면서 “난 그(시진핑) 또한 종전을 정말로 원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난 그가 이제 우리와 협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러시아의 무기 공장에 필요한 원자재와 이중용도 품목(민수용과 군수용으로 병용될 수 있는 품목) 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에서 사실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난 시 주석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는 신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틱톡의 알고리즘을 누가 소유하냐는 질문에는 “다 해결해 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우 강한 지배력을 가질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틱톡 문제에 있어 중국 입장은 명확하다”면서 “중국 정부는 기업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기업이 시장 규칙에 부합하는 기초 위에 상업적 협상을 잘하고, 중국 법률·규칙에 부합하고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해결 방안에 이르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틱톡 매각과 관련해선 오라클 등 미국 투자자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80%가량 지분을 보유하는 법인을 설립해 사업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다.
WSJ은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1명을 포함한 미국인 주도의 이사회를 통해 틱톡을 경영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틱톡은 모회사가 중국 바이트댄스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개인정보 탈취나 해킹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으며, 이에 미국 의회는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금지하는 ‘틱톡 금지법’을 작년 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틱톡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이 법의 시행을 유예하는 한편 틱톡의 대주주 지분을 미국 기업이 인수하는 방향으로 중국 측과 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을 마무리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6일 ‘틱톡 금지법’의 시행 유예 기한을 오는 12월 16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고 밝혔으며, 시 주석도 “미중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중 양측은 공동 번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긍정적·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패권 경쟁의 장이 될 전망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위태롭게 할 요인들이 많다면서 “합의점(landing zone)을 찾으려면 양국 모두 앞으로 수주, 수개월간 실무, 장관, 정상급에서 집중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초 집권 2기 첫 중국 방문을 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힌 만큼 이번 APEC 계기 미중정상회담은 내년 중국에서 열릴 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 성격 내지 분위기 조성 성격의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정상이 한국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그간 미중 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중립 지대’인 한국이 회담 장소를 제공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초강대국들 사이에 “가교”(bridge) 역할을 시각적으로나마 구현하게 된 셈이다.
물론 미중 회담은 순전히 당사국 간에 결정된 사안이며, APEC 정상회의는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하는 몇 안되는 다자외교의 장이라는 점에서 이전에도 미중 정상의 만남 장소로 활용됐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미중 간 우발적 충돌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2023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하고 군사 대화 채널 복원과 펜타닐 대응 등에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미중 정상의 방한을 계기로 미중 양국의 공조가 절실한 북핵 문제에서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과 각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통상 다자회의를 계기로 하는 정상회담은 약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시 주석과 통화에서 논의했다고 밝힌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 종전 등의 현안이 양국에는 북한보다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북중러 3국의 결속 움직임 속에 약화한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과 관심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면 한국 정부로선 의미있는 성과로 자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도 관심을 모으지만 현 정세상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 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 김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는 것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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