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담론, 트럼프와 윤석열의 ‘신앙 세탁’
[종교 주술화와 종교-주술-정치의 동맹②] ‘속물’ 트럼프, 보수적 복음주의와 연대 주술에 빠진 윤석열, 보수 기독교로 세탁 종교, ‘신앙’의 탈을 쓴 권력의 도구로 퇴색
‘종교 자유’ 담론의 거짓
2025년 미국 정치에서 종교는 단순한 신념을 넘어 분열과 동원, 그리고 정당화의 강력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종교 관련 정책과 언행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올해 5월 1일 ‘국가 기도의 날(National Day of Prayer)’을 맞아 발표된 ‘종교 자유에 관한 대통령 위원회(Presidential Commission on Religious Liberty)’ 설립 행정명령이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미국인의 종교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보수적인 기독교 세력의 정치적 이해를 위한 ‘종교 자유’라는 이름의 보호막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행정명령문은 최근 몇 년간 정부 정책이 종교 단체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세금 혜택 박탈, 정부 프로그램 배제 등 “차별” 사례를 열거한다. 하지만 이러한 서술은 역설적으로, 특정 종교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 논리로 작동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하려 했던 ‘종교 자유’는, 실제로는 공립학교에서의 기도 재개, 목회자의 정치적 발언 허용, 종교적 신념에 따른 차별의 인정 등을 포함한다. 특히 LGBTQ+ 권리, 낙태 권리, 정교분리원칙과 충돌하는 사안들에 대해 종교의 이름으로 ‘거부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종교 신념을 내세우면서 동성애 커플에게 웨딩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제과점에 대한 옹호, 비기독교인을 위탁 부모(foster parents)로 인정하지 않은 정부 기금 지원 종교 단체의 처벌 면제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종교 자유 정책은 사실상 ‘차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울어 있었다.
대통령 위원회 구성 역시 공정성,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명의 유대교 랍비를 제외하면, 구성원은 대부분 복음주의 개신교 혹은 보수 성향의 가톨릭 인사들로 채워졌고, 모슬렘이나 모르몬교 신자, 진보적 기독교인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는 종교 전체를 위한 자유가 아닌, 특정 종교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위원회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가짜 신앙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종교적 의제들이 과연 트럼프 자신의 신앙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8%는 트럼프의 신앙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한때 장로교 신자라고 했지만, 이후에는 ‘초교파적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보수적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표를 겨냥한 ‘정치적 자기 정체성’의 재포장으로 보인다.
그의 종교적 무지가 대중에게 노출된 대표적 사례는 <블룸버그 폴리틱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성서”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어느 구절을 가장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던 장면이다. 8개월 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시 묻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출애굽기 21:24) 구절을 들며 답했는데, 이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닮은 복수의 윤리를 반영하는 해석일 수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어린 시절부터 경쟁과 승리를 최우선 가치로 배워왔다. 그의 부친 프레드 트럼프는 “세상은 킬러와 패자 사이의 싸움”이라는 세계관을 주입했고, 트럼프의 멘토였던 노먼 빈센트 펄 목사는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며, “나는 패배를 믿지 않는다”라는 신념을 심어주었다. 펄 목사가 말하는 긍정적 생각은 매사의 긍정적 수용이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면 생각대로 이루어지기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인간의 사고력이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신념은 종교라기보다는 자기 확신, 자아 숭배(self-worship), 성공 숭배(winning worship)에 가깝다. 결국, 트럼프의 종교는 자신(self), 승리(winning), 부자 되기(being rich), 최고 되기(being the best)가 되었다.
‘신앙 세탁’으로 동맹 맺기
그런데도 트럼프는 선거 승리를 위해 ‘신앙 세탁’을 감행했다. 2015년 9월, 폴라 화이트 목사 주도로 다수의 목사가 트럼프에게 안수기도하는 사진 장면이 연출되었고, 이듬해에는 1,000여 명의 종교 지도자들이 뉴욕에 모여 그와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여기에 프랭클린 그레이엄, 제리 폴웰 주니어 등 미국 보수 기독교 거물들이 함께했다.
2017년 리버티 대학교 졸업식 연설은 이 ‘신앙 세탁’의 클라이맥스였다. 리버티 대학은 폴웰 주니어가 총장이고 얼마 전 한국에 와서 논란을 일으킨 모스 탄이 교수로 있는 학교다. 트럼프는 ‘고린도 후서(Second Corinthians)’를 ‘투(2) 고린도서(Two Corinthians)’라고 잘못 읽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정교분리로 억눌린 종교 자유를 되찾아 주겠다”라는 약속을 하며 보수 기독교 세력과의 연대를 공식화했다. 종교가 트럼프를 정당화했고, 트럼프는 그들의 정치적 요구를 들어주며 동맹을 굳혔다.

윤석열의 ‘신앙세탁’
한국판 ‘신앙 세탁’은 대선 경선 후보 윤석열에게서 있었다. 그가 부인과 함께 천공 스승 등이 행하는 전통 주술 신앙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을 때였다. 2021년 9월 15일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빈소에서 김장환 목사 등 여러 목사가 윤석열을 둘러싸고 안수기도를 하였다. 훗날 손바닥에 왕(王)자를 쓴 채로 TV 토론에 나와 논란을 빚은 윤석열 후보는 김장환 목사로부터 받은 성경을 가슴에 안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하여 주술 논란 물타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그는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자기 부인이 구약성경을 다 외운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세속으로부터 신앙 세탁을 받았다면, 윤석열은 주술로부터 신앙 세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종교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러나 ‘자유’가 특정 이념이나 종교 세력의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이 되는 순간, 그 본래 의미는 왜곡되고 만다. 트럼프가 내세운 ‘종교 자유’는 종교의 이름을 빌린 정치, 정확히 말해 신앙의 탈을 쓴 권력의 욕망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그 가면 너머의 진짜 얼굴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