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미국의 카드로 속이는 게임이다

[박상기의 협상강국 만들기] 백면서생 관료들 협상력 있을까 진정성, 성실로 협상 나서면 안돼 결렬시 “위기 올 것” 위협할 줄 알아야 트럼프 ‘가짜’ 승리로 만족할 카드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

나보다 힘이 훨씬 강한 물리적 상대를 힘으로 제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압도적 우위의 협상력으로는 손바닥 안의 공기돌처럼 제어할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압도적 우위의 협상력이다. 현 우리정부의 협상팀이 갖고 있지 않은 것. 바로 협상역량이다.

진정성이 중요할까? 협상에선 의미가 없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상대는 더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꼭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으로 합의하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협상의 목표는 무엇일까? 미국의 제조업의 부활일까? 미국 노동자의 제조업 일자리 확대일까? 무차별 관세 폭격을 통한 미국의 이익 극대화일까?

트럼프에게 제일 절박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확실한 과반을 넘지 못하는 즉시, 즉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의 신임을 확보하지 못하는 즉시 발생하게 될 정권의 무기력화, 즉 정권 초중반부터 시작되는 심각한 ‘레임덕’ 상황이 온다. 트럼프가 내심 두려워 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무기력에서 멈추지 않는다. 극렬한 미국내 분열상황. 이미 그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의 첫번째 대통령 임기 말에 촉발되었던 미국의 내분은 두번짹 임기에서 그 절정을 치닫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정권의 확고한 지지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공화당조차 내분의 조짐이 있은 지는 이미 오래다.

즉 내년 중간선거에서 압도적, 아니면 최소한 절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트럼프는 조로의 레임덕에 걸린 무기력한 대통령에 그치지 않고, 여당인 공화당으로부터의 불신임 및 비협조에 의한 탄핵 정국까지도 터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트럼프 그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탄핵은 어찌 피한다 하더라도 권력을 잃어버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칼날은 더 한층 서슬이 푸르게 벼려질 것은 자명하다. 결국 중간선거가 최대의 관건이다. 과반이 절대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선거 전망은 현재 어둡다. 불을 밝혀야 한다. 자신에게 표를 던질 많은 유동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그 표는 보수 공화당 진영이 아니다. 민주당 서민 노동자들의 표를 끌어 모아야한다. 즉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정치적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무차별 관세 폭탄이며, 그것이 바로 강탈적 투자유치다. 우리 대한민국이 바로 타깃이다.

일본처럼 ‘다 주었다는 듯 해야’

중간선거까지 트럼프는 현재의 기조를 가열차게 몰아칠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트럼프의 이 협상목표에 주목해야한다. 그리고 만족시켜줘야 한다. 다만, 진짜가 아니라 표면적으로 혹은 대외적으로 트럼프가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생산해주는 것을 말한다.

일본이 정확하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를 최고의 협상가로 최대의 성과를 몇마디 말과 위력 과시로 일구고 전대미문의 국익을 거둔 대통령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하게 장단을 맞춰줬다. 실제 이면 합의에서는 오히려 추가 성과를 가져가는 협상의 절기를 보여준다. 일례로 자동차 관세를 보자. 표면적으로도 일본 자동차의 관세는 15퍼센트로 내려갔다. 우리는 한미FTA에 의거해 무관세였던 데서 25퍼센트로 죽음의 관세를 얻어맞고 있다.

3500억 달러를 투자 하라면서 ‘생돈’을 다내라고 억박지르고 있다. 일본은 최근 이면합의 내용을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투자의무가 거의 제로란 것이 밝혀졌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 협상팀은 뭘하고 있냐며 성토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관세 및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사진=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에서 관세 및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사진= 연합뉴스

우리 제안을 거부하면 위기온다’ 인식시켜야

먼저 원인을 직시하자.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력이 약해서이거나, 못 살아서이거나, 군사력을 미국한테 의존해서, 또는 미국이 최대 해외시장이라서라는 말은 맞는 말이든 그른 말이든 일단 접어두자. 협상만 보자.

누누이 얘기해 왔다. 미국과 일본은 진짜 협상전문가들이 협상전략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다각적인 협상 시나리오를 준비한 후, 가공할 개인적 그리고 팀협상력으로 외교통상 협상에 나오는 반면, 우리는 백면서생 관료들이 협상을 준비하고 협상장에 나온다. 애당초 게임이 안된다. 진정성? 성실함? 동맹관계? 아직도 이런 걸로 협상을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철저하고도 광범위하며 다각적인 정보와 상황 분석이 필요하다. 그에 기반한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한 치밀한 논리기반의 협상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상대의 힘을 약점으로 전환시키는 반전의 협상전략 생성 역량, 우리의 제안을 최선의 선택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궁극의 협상진행역량이 절실하다. 우리의 마지막 제안을 안 받아들이면, 상대 협상팀과 트럼프가 맞게 될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 그런 위기의 도래를 생생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차분하지만 엄중하게 들려줄 수 있는 언변과 강단을 모두 갖춘 외교통상협상가가 필요한 대한민국이다.

“협상은 상대의 카드로 하는 게임이다.(Negotiation is playing with opposit side’s cards)” 이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카드로 하는게 아니라 상대의 카드를 읽어서 하는 것이 협상이다.

글쓴이

박상기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박상기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와 삼성SDI에서 해외영업과 마케팅 및 대표이사 비서로 근무 후, 미국 위스컨신 매디슨 주립대학교에서 MBA를 졸업하고, 숭실대학교에서 협상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국내 주요대기업들의 국제협상을 컨설팅해 오고 있다. 최근 국제비즈니스협상 전략AI ‘네고메이트(Negomate)’를 개발, 출시했다. 현재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으로 ‘대한민국 국제협상강국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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