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대미 투자, 시원하게 하려면
핵잠· 전작권 협상 잘한 것은 분명 관세협상도 무난했지만 아쉬운 점도 “투자 주체는 한국” 이 점을 자각해야 투자위원회에 개입하고 사업 간여해야 화끈한 사업 발굴해 상황 반전시켜야
대미 관세협상, 선방했는가
10월 29일 오후에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었다. 다들 ‘극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인다. 합의될 것으로 기대 내지는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수의 평론가들이 그 결과에 대해 ‘선방’(善防)이라고 말한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 그만하면 잘했다는 뜻이다. 지난 8월 25일 첫 정상회담도 선방이었다.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늘 선방이 최선인가?
‘선빵’(先빵)을 날릴 수는 없다. 미국에 그럴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중국도 러시아도 안 된다. 우리라고 그걸 생각할 수는 없다. 그거 못하면 자주국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런데 선빵은 아니더라도 ‘션방’은 날릴 수 있다. ‘시원한 한방’ 말이다. 트럼프가 애걸복걸하는데도 김정은이 ‘노답’을 한 것은 션방이다. 미국이 추가관세를 100% 부과하겠다는데 맞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션방이다.
김정은의 노답은 속빈 객기가 아니다. 치밀하게 계산한 협상의 기술이다. 김정은의 침묵에 트럼프는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호칭했고 김정은이 자기를 만나면 북한은 제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그래도 김정은은 노답으로 일관했다. 왜인가? 트럼프가 판을 키우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것으로 분명히 예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한낱 장사치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는 북한이 원하는 바를 내놓게 되어 있다.
김정은 찬양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나라가 뭐라고, 김정은이라는 자가 대체 뭐라고, 트럼프가 그토록 목을 매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로지 ‘자존’ 하나로 세계 최강국에 맞서는 나라이고 그 지도자다. 미국에 물리적으로야 아니더라도 ‘상징적으로’ 위협을 가할 각오로 뭉쳐 있는 나라다. 그러니 남들의 시선을 극도로 의식하는 트럼프로서는 북한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구애의 대상이다. 김정은은 이를 잘 알고 있고 최대한으로 써먹고 있다.
李 대통령 협상 잘한 것 맞다
정부와 여당은 ‘대박’의 결과라고 자찬하고 있지만, 이번 한미 관세협상을 선방이라는 정도로 냉정하게 평가한다 하더라도, 정상회담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김정은과의 만남이 무산된 데 대한 트럼프의 낙심에 이대통령이 행한 발언은 극찬을 받을 만했다. “아직까지는 김정은 위원장님이 대통령님의 진정한 내심의 뜻을 잘 수용을 못하고 이해를 못 한 상태라서 불발되기는 했지만 ...”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진정한 내심의 뜻”을 갖출 것을 주문하고 있고, 김정은을 향해서는 그런 뜻이 느껴지면 대화에 나서라고 종용했다.
그리고 생방으로 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핵잠 연료의 공급을 위한 트럼프의 ‘결단’을 요구한 것도 백미의 하나다. 하루 후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써 올렸다.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에 관한 미국의 허용 의사도 재확인되었다. 우리의 국방예산을 3.5%까지 증액한다는데 합의하면서도 이에 방위산업 투자액도 합산하는 것으로 동의를 받아낸 것도 의미 있는 결과다.
전작권 전환에 관한 합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오래 전에 회수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것을 한국으로부터 뭔가를 더 뜯어낼 카드로 써먹으려 해왔다. 이 대통령의 임기 중에 환수한다는 것이 합의지만 가능한 조속히 회수할 일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이번에 협의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피차 언급을 피하고 넘어간 것도 같다. 미국으로서는 11월 초에 예정된 한미 안보협의(SCM)에서 휘몰아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절대 동의하면 안 된다.
다시 본론인 ‘선방’으로 돌아간다. 선방 맞다. 3500억 달러 투자액을 전액 현금으로 선금 지불하라는 트럼프의 당초 요구사항에 비교하면 그렇다. 전액 아니고 2000억 달러만 현금이다. 선금 아니고 대략 10년에 걸친 분납이다. 매년 200억 달러를 상한액으로 정했다. 우리의 달러 보유고를 감안할 때 매년 150억 달러면 외환시장 충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요한 경우 나머지 50억 달러는 미국 현지에서 우리 채권을 팔아 조달할 생각이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쉬운 투자협상 결과물
총 투자액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마스가(MASGA) 사업에 투자한다. 여기에는 보증, 선박금융이 포함된다. 그리고 현금 투자분 2000억 달러는 정부의 사업이지만 마스가 1500억 달러는 민간주도의 투자다. 백악관은 29일 발표한 설명 자료(fact sheet)를 통해 한국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 및 구매 계획을 열거했는데,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기업들의 손익계산에 따른 자발적 결정이다. 3,500억 달러 투자에 관한 전격적인 합의로 미국의 대한국 관세는 15%로 유지되고 자동차는 25%에서 15%로 인하된다.
그렇다면 2000억 달러의 투자 대상은 무엇인가?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 핵심 키워드가 “상업적 합리성”이다. 쉽게 말하자면 돈이 될 사업에만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우리가 투자하는 돈이 돈을 낳는 사업으로 들어가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1년에 200억이 아니라 500억인들 왜 못 넣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그 사업을 미국이 정한다는 데에 있다. 투자위원회가 꾸려지고 위원장은 미국 상무장관이 맡는다. 그 위원회에 한국인은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받을 것인가.
보장받지 못한다. 그래서 문제다. 다만 위원회 산하에 투자자문(consultation) 기구가 설치되는데 여기 위원장을 한국 산업장관이 맡는다. 그리고 승인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단계에서 사업 매니저(project manager) 역시 한국인이 맡게 되어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우리의 의사를 반영시킬 메커니즘은 갖춘 셈이다. 하지만 충분치는 않다. 투자위원회에 우리 사람이 들어가 앉아 있는 것에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도 ‘시원한 한방’을 날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길이 없지 않다.

추가협상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들
요(要)는 ‘투자의 주체는 우리’라는 점을 자각하는 일이다. 엄연히 우리 돈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합의안에 대해 미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대미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체결할 양해각서에 한국인을 투자위원회에 포함시킨다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 미국인만의 위원회 구성에 이미 합의했는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끝까지 주장해야 한다. 국회는 정부에 그것을 전제조건으로 삼아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의 주권을 받들어 미국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션방이다.
산하에 설치될 투자 자문기구를 한국인이 주도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 자문기구의 권고를 무시하고 투자위원회가 미국이 원하는 “상업적 비합리성” 프로젝트를 선정하려 한다면 다시 우리 정부가 간여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 한도는 연 200억 달러까지다. 그러니까 150억일 수도 있고 50억일 수도 있다. 아예 제로(0)면 어떤가. 요는 사업이 제대로 된 것이어야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업적으로 비합리적인 사업에는 투자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거부해야 한다. 투자 사업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주체라는 점만 기억하면 안 될 일 없다. 두 번째 션방이다.
2000억 달러를 연 200억 달러씩 단순 계산하면 10년이다. 하지만 50억 달러라고 한다면 40년이다. 돈을 낳는 좋은 사업이라면 200억을 넘겨 하면 어떤가. 요는 그런 사업이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것 같았으면 미국이 처음부터 자기가 하려고 했을 것 아닌가. 그러니 황금알 사업일랑 너무 크게 고대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충 ‘그렇고 그런’ 사업이 선정될 것임이 뻔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투자를 최소한으로 해 나가면 된다. 연 10억 달러라 하면 200년이다. 투자위원회가 액수까지 정하겠지만 우리는 시간을 끌면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세 번째 션방이다.
또 다른 ‘캐데헌’급 사업을 찾아내자
하나가 더 있다. 이왕 투자하는 거 진짜 화끈한 사업 발굴을 위해 우리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방안도 생각할 일이다. 투자자문 기구에 입력할 우리 나름의 합리성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을 투입하고 우리 대기업들의 인재들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상업성이 보인다면 마스가 사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엔터테인먼트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하나 ‘똑똑한’ 프로젝트가 만들어진다면, 그래서 그 ‘케데헌’ 사업이 황금알을 낳아 다른 시시한 사업들의 손실을 전부 커버해 준다면 대박이 나는 것이다. 가장 큰 션방이자 이거야말로 빅 ‘선빵’이 아니겠는가.
논의의 전제는 미국이 3500억 달러 전부의 선불 현금 투자를 요구한데 대비한 협상의 결과였다. 그런 전제라면 아주 잘 한 협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왜 우리가 처음부터 3500억 달러 투자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은 남는다. 그 대답은 우리가 선빵을 날릴 만큼 강하지 않아서다. 그것이 현실 국제질서다. 그렇다고 우리가 매 순간 미국에 끌려 다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존을 지키고 담대한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시원한 한방을 터뜨릴 대목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선방’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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