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의 창의력, 우리의 희망이 될까

그가 주장하는 민주사회주의는 뭘까 사회민주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새로운 사회의 설계’라는 창의성 진보의 새 비전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뉴욕시 맨해튼 이스트사이드의 노인센터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조란 맘다니. 사진= 연합뉴스
뉴욕시 맨해튼 이스트사이드의 노인센터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조란 맘다니.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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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의 민주사회주의란?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은 단지 한 도시의 정치 지형 변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당선은 “민주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m)”라는 서구의 오래된 이념이 현실 정치의 무대 위로 돌아왔다는 신호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내세운 민주사회주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와는 미세하면서도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이 이념의 차이를 짚는 일은, 오늘날 진보 정치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회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 인정. 그 부작용을 완화하고 복지와 분배를 강화.

*민주사회주의: 복지 확대를 넘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민주화해야 한다고 주장

먼저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그 부작용을 완화하고 복지와 분배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접근이다. 북유럽형 복지국가 모델이 대표적이다. 시장의 효율성은 유지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을 세금, 규제, 공공서비스로 보완하는 그것이 핵심이다. 말하자면, 자본주의를 인간적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5일 뉴욕 퀸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5일 뉴욕 퀸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회민주주의로는 부족하다

반면 민주사회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민주사회주의자들은 단순히 복지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자체를 민주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자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소유의 형태가 공동체적이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는 관점이다. 사회민주주의가 “시장 안의 평등”을 추구한다면, 민주사회주의는 “시장 이후의 평등”을 꿈꾼다.

그렇다면 맘다니의 노선은 어디쯤 놓일까? 그는 자신을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라 밝히며, 기존의 복지 담론을 넘어 사회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임대료 동결, 대중교통 무료화, 시영 식료품점 운영 같은 공약들은 불평등 소득의 재분배를 뛰어넘는 정책이다. 이는 도시의 자원과 공공영역을 재구조화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사유재산제도나 시장경제를 전면 부정하지 않는다. “비즈니스의 창의성과 공공의 역할은 공존할 수 있다”라는 그의 발언은, 체제 전복보다는 체제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현실적 노선을 보여준다.

결국 맘다니의 민주사회주의는 사회민주주의적 실천 위에 더 깊은 비전을 얹은 형태로 볼 수 있다. 복지와 분배의 문제를 넘어, 도시의 구조를 ‘누가 결정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의 정치철학은 단순한 정책 패키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범위를 넓히려는 실험으로 보인다.

‘다른 방식의 사회’를 상상하라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전’만으로는 부족하다. 민주사회주의의 이상은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제도와 행정 속에서 구현되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 있다. 실제로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조차 복지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 압박, 노동시장 유연화의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맘다니가 제시한 모델 역시 이런 현실적 제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논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오랫동안 한국의 진보 정치는 사회민주주의의 길을 가려고 시도해 왔다. 복지 확대, 비정규직 보호, 노동권 강화 등이 중심 의제였다. 그러나 청년세대와 도시 중산층 사이에서는 이제 그 이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주거의 공공성, 플랫폼 노동의 구조 개혁,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 등은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로의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맘다니의 당선은 바로 그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더 많은 복지”를 약속한 정치인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사회”를 상상하게 하는 정치인이다. 오늘의 한국 진보가 배워야 할 점은 그 상상력이다. 사회민주주의가 복지국가를 세웠다면, 민주사회주의는 그 복지를 넘어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맘다니 당선이 우리에게 보여줄 정치적 질문은 복잡하지 않다. 우리는 체제를 인간답게 다듬는 데 머물 것인가, 아니면 인간다운 체제를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인가. 조란 맘다니의 민주사회주의는 그 두 번째 길 위를 걸어갈 것이다.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미완의 길이지만, 우리는 계속해 맘다니의 뉴욕시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글쓴이

김양훈 칼럼니스트

김양훈은 제주제일고와 고려대학교(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후배와 함께 조그만 공장을 10여 년 운영하며 험한 세상을 경험한 것이 좋은 약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 읽고 쓰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젊어서 시도 쓰고 짧은 소설도 끄적여 보았지만, 학교 교지에 몇 번 실린 것 말고는 남에게 보여준 적은 없었다. 프리랜서 작가란 타이틀로 한라일보 정기칼럼 <김양훈의 한라시론>을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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