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룰라 뜨거운 형제애...3대 협력방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소년공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강조하며 우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정치의 길에 들어선 이후 저와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여정, 인생 역정이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는 말로 만찬사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어린 시절 소년공 경험을 설명하고는 “몸으로 배운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열망의 원동력이 됐다”며 “이렇게 비슷한 삶의 궤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룰라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오랜 동지를, 또 친구를 만난 것처럼 참으로 반가웠다”고 강조했다.
만찬사에서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을 브라질 공식 언어인 포르투갈어로 친구라는 뜻의 ‘아미고’(amigo)로 지칭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도 답사에서 “귀하의 인생 경로를 알고 나서부터 우리가 형제처럼 느껴진다”며 어린 시절의 경제적 어려움, 일하다 입은 상처, 출생신고를 늦게 한 점과 공정성에 관한 정치적 신념을 두 사람 사이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룰라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태권도, 2002 월드컵, 홍익인간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도 드러냈다.
양국 정상은 만찬사·답사를 마친 뒤 서로 맞춘 듯 양국의 건배사인 ‘건배’와 ‘사우지’(Saude)를 순서만 바꿔 말하기도 했다.
만찬에는 이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룰라 대통령의 배우자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가 함께 맞춤 한복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복 가게에서 함께 구입한 옷감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만찬에는 양국 정부 인사들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노동계·학계·문화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 방명록에 “브라질과 한국이 양국 사회의 번영을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대통령께서 브라질을 방문해, 보내주신 환대에 보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확대회담을 시작하면서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얼굴이 나온 책자를 건네며 “먼저 사인을 해달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적은 뒤 통역관에게 “크게 읽어달라”고 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이 대통령은 오후 8시께에는 유튜브 채널에 ‘소년공이 대통령이 되어 만났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소년 시절의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껴안고, 이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날 청와대에서 포옹하는 모습으로 전환되는 영상이다. 인공지능(AI) 편집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청와대에서 맞는 첫 국빈으로 가장 성대한 규모의 공식 환영식을 개최했다”며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 시처럼 70여명의 취타대와 전통의장대가 브라질 대통령 내외의 차량을 호위해 진입했다”고 밝혔다.
다시우바 여사는 서울 모처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만난 영상을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다시우바 여사는 백 대표와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의 계정을 태그한 뒤 “브라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백 대표는 브라질 측의 초청을 받아 이날 국빈 만찬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과 브라질 경제계는 첨단 제조, 전략 광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3대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브라질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브라질 수출투자진흥청(ApexBrasil)과 공동으로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양국 정부 인사와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브라질 경제사절단은 약 300명 규모로 조르지 비아나 수출투자진흥청 회장, 세계 3대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의 프란시스쿠 고메스 네투 회장, 중남미 최대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마그다 샹브리아르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행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3부 폐회식부터 참석해 룰라 대통령의 기조연설과 김 장관의 축사를 경청했다.
양국 경제계는 이날 헬스·라이프스타일·창의산업, 농식품 산업, 첨단제조·전략광물·AI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헬스·라이프스타일·창의산업 세션에서는 남미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문화 협력 방안이 논의됐고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과 K-뷰티 산업 간 협력 가능성이 모색됐다.
알렉산드리 파질랴 브라질 보건부 장관은 보건 협력 MOU를 소개한 뒤 “혁신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 천연 원료가 넘치는 브라질이 파트너가 되면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브라질로 오시면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받고 아마존 원료와 브라질 내수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 산업 세션에서는 안정적인 농축산물 공급국인 브라질과 가공·유통·브랜드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 간 협력 모델이 제시됐다.
첨단제조·전략광물·AI 세션에서는 브라질의 자원과 한국의 산업 역량을 결합해 기존 제조 협력을 첨단 산업 협력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아이톤 쿠소 현대차 중남미권역본부장은 스마트 팩토리 전략과 관련해 “AI는 인간의 일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것이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협력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러한 경제협력 방안을 룰라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한경협-수출투자진흥청 간 양해각서(MOU)를 포함해 총 6건의 MOU를 체결했다.
나머지 MOU 5건은 바이오, 의약, 진단키트 등 분야에서 체결된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팜, 젠바디, 녹십자MS, 옵토레인 등이 참여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한국과 브라질 간 교역 규모는 110억달러로 두 나라가 가진 잠재력에 비해 너무 작은 액수”라며 경제 협력 확대와 경제인들의 협력을 당부했다.
특히 “브라질은 대한민국의 소고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품질 높은 브라질 소고기는 한국 불고기에 잘 어울린다. 브라질 소고기로 만든 불고기가 식탁에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브라질은 광물을 소유하고 있다”며 “고도의 지식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협조는 브라질에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한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서 “1960년대에는 한국의 총생산액이 브라질의 절반도 안 됐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개인 GDP는 브라질의 3배”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브라질은 한국의 남미 최대 경제협력 파트너”라며 “브라질은 핵심 광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한국은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양국 간 협력 분야는 무한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 심화하고 있는데 공동 대응한다면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TA) 대화가 재개돼 양국 간 무역투자가 확대되고 안정적인 통상 환경이 갖춰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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