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만 왜 대폭락했나
한국 12.06%·일본 3.61%·대만 4.35% 하락 중동산 원유 의존도 높아 직격탄 AI 랠리 급등후 차익실현에 강달러까지
한국 증시의 낙폭은 과도한 것이었다. 에너지 수급도 당장 차질이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강달러도 일본과 한국 모두에게 나타났을 뿐이다. 단지 인공지능(AI) 호재가 너무 오랜동안 한국 증시를 달군데 대한 반작용일 뿐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4일(이하 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2.06%, 코스닥은 14.00% 각각 급락한 채 마감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코스피는 전날에 이어 폭락을 거듭해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연이틀 발동됐고, 코스닥도 이날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한국 증시를 지탱하던 대형주들이 대거 추락하면서 코스피의 이틀간 낙폭이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의 안형진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움직임이 너무 극단적이라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고, 시장 분석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3.61% 하락 마감했고 대만 자취안 지수도 4.35%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한국시간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2.82%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1.12%), 선전종합지수(-0.67%)도 하락세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장보다 4.66% 떨어졌다.
이번 급락세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 증시가 중동 사태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원유 수입국은 유가 급등과 환율 변동성 확대에 민감해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펀드들의 비중 축소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메이뱅크 증권의 타렉 호르샤니 프라임 브로커리지 총괄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한국은 인공지능(AI) 및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힘입어 50% 가깝게 급등한 상태라 투자 포지션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며 “이번 급락은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적 하락이 아니라 포지션 청산과 리스크 축소 과정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리서치 업체 번스타인의 루팔 아가왈 아시아 퀀트 전략가도 “아시아 경제권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 등 주요 시장은 공습 직전까지 매우 가파른 상승 모멘텀을 보여 지정학적 악재에 하락 압력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고 기업 펀더멘탈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려면 전쟁에서의 긴장 완화 국면이나 최소한 추가 확전이 없는 교착 상태가 나타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달 28일 이란을 전격 공습한 뒤 나흘째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 등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 공격을 가하며 결사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이번 군사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며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란이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3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가 각각 0.94%와 1.02% 하락 마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 비즈니스 서밋 연설에서 이번 중동 사태의 여파를 시장이 충분히 소화하는 데 몇 주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국이 유독 이토록 참혹하게 무너졌는지, ‘한국형 퍼펙트 스톰’이 왜 일어났는지를 간단히 설명하면 세 가지다.
첫째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이유로 에너지 의존도가 크다는 것이 꼽힌다.
두번째는 과도했던 ‘AI 랠리’의 역풍으로 인한 차익 실현 욕구다. 올해 초부터 2월까지 코스피는 약 48% 가까이 폭등하며 아시아 증시 중 성과가 압도적이었다.
세번째는 원화 가치의 급격한 붕괴다. 이날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에겐 ‘주가 하락 + 환차손’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의 ‘현금 인출기(ATM)’ 현상이 나타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