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도 움직이나…반도체 호조에 기대감
이형일 “잠재성장률 하락추세 멈춰...반응 임박” 올해 성장률 3.4~3.6% 가능…IMF, 잠재성장률 2.14% 추산 정부, 내년부터 경제전망 연 3회 발표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도 강조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3%대 중반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잠재성장률도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성장률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능력도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새로운 외부 변수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올해 성장률은 3%대 중반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범위로는 3.4~3.6%를 제시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7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3.0%보다 0.4~0.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IMF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올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에서 3.7%로 상향 조정했다.
이 부총리는 수출과 설비투자의 흐름이 전망 상향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1.8%, 2분기 0.6%로 올라갔고, 3분기에도 수출이나 설비투자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3분기까지 괜찮으면 성장률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성장률 개선이 잠재성장률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지 않으면서 지속할 수 있는 성장 속도를 뜻한다. 당장의 수출 증가나 경기 회복만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노동과 자본 투입, 생산성 등 경제의 구조적 여건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IMF는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94%에서 올해 2.14%, 내년 2.20%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성장세와 성장 구성을 보면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벗어나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어찌 보면 임박했다고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주목한 요인은 설비투자와 반도체다. 이 부총리는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높은 반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설비투자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가 단순히 생산시설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첨단 장비 도입과 기술 혁신,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경제가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규모도 커질 수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산업 전반의 기술과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경우 잠재성장률 개선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투자 확대가 일부 수출 산업에 집중되거나 일시적인 호황에 그친다면 경제 전체의 장기 성장 능력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산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이 부총리는 서남권·충청권·영남권으로 나뉜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영남권 사업을 재정경제부가 맡고 있다며 앞으로 부총리 주재 태스크포스(TF)로 전환해 추진 상황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경제전망 발표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연말과 이듬해 6~7월 두 차례 발표하던 경제전망을 내년부터 연 세 차례로 늘릴 계획이다. 경제 여건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전망을 더 자주 갱신하고, 추가 대책이 필요한 분야에는 별도 대책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이 부총리는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에 대해서는 글로벌 금리 상승 우려와 AI·반도체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등이 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을 들어 한국 경제의 기초 여건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의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선진국 수준의 안전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30원 안팎으로 하락한 데 대해서는 경제의 기초 여건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양극화 완화와 일자리 대책도 과제로 제시했다. 이 부총리는 일자리가 여러 양극화 문제를 연결하는 사안이라며 관계부처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전망이 상향되는 것과 잠재성장률이 반등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올해의 높은 성장세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인 결과를 넘어 설비투자와 생산성 향상,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반등 전망이 실제 경제의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의 투자 흐름과 생산성 변화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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