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감원장은 라임펀드 사태 책임 인정할까
[박민재의 금융과 법] 라임펀드 사태, 판매회사들에만 책임 씌워 규제 완화하고 감독 부실했던 감독당국 새 금감원장, 감독 잘못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오랫동안 공석중이던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정통 금융관료가 취임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뚝심을 발휘한 정은보 협상대사다. 그러나 감독원장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뚝심을 발휘한다고 해결될 사안들만 있는게 아니다. 그 반대로 고개숙이고 사과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대표적으로 라임 펀드사태를 풀어갔던 방식이다.
‘잘해도 너무 잘한다’는 칭찬 일색의 호평을 받아 왔던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고, 펀드 돌려막기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19년 7월경이었다. 이어 모-자펀드 구조로 규제를 피하고, 펀드 돌려막기와 폰지 사기를 저질렀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일부 판매회사들은 펀드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급기야 라임자산운용은 모펀드 3개와 자펀드 149개에 대해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어림잡은 피해 규모는 약 1조6천억원, 피해자 수는 4000여명에 달했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뒤늦게 조사 및 수사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설, 부실 수사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설’은 제대로 확인도 없이 묻혀버렸다. 그리고 지난 7월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이 사모펀드 제도 운영 및 상시 감시, 사모펀드 판매·설정·운용에 대한 검사·감독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총체적으로 금융감독의 부실이 초래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라임 펀드 판매회사에게 전적 책임 물어
감사원의 감사결과와는 달리 책임은 엉뚱한 사람들이 지고 있다.
앞서 4000여명에 이르는 라임 피해자들의 일부는 금융감독원에 피해회복을 위한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지난해 6월 30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무역금융펀드의 판매회사인 우리은행 등이 판매 시점에 이미 최대 98%가량 손해가 난 상품을 알고도 판매했으므로, 피해자들은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할 수 있다고 봐 판매회사가 손실액을 전액 배상하라는 획기적인 결정을 했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판매회사 및 임직원들에 대해 제재를 내렸다. 지난해 12월 30일 KB증권에 대해 사후정산 방식을 전제로 우선적으로 60~70%의 배상책임을 결정했다. 그 이후 계속해 60%에서 78%에 이르는 손해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또 최근에 금감원은 대신증권에 대해서는 특정 지점(반포WM센터)에서 집중적으로 판매가 이뤄졌고, 당시의 지점장에 대해 사기적 부정거래의 죄책이 인정된 점 등을 고려해 80%의 배상비율을 결정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은 투자자 보호 조치 없는 사모펀드 규제 완화, 펀드의 설계·구조상의 문제, 판매상의 문제, 운용상의 문제 및 경영진의 부도덕, 관리·감독상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런데도 판매회사에게만 절반 이상, 아니 대부분의 책임을 지운 것이다. 판매회사만 잘못의 크기에 비해 과한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피해자들은 “전액배상” 요구
이 결정에 대해 라임 피해자들은 피해자들대로 반발하고 있다. 민법상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또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인정된 만큼 100%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투자를 위해 어렵게 모은 돈을 금융기관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낙담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그러나 형법상 사기죄가 아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함)상의 사기적 부정거래가 인정된 경우에는 계약 취소는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주식 등 거래의 공정성과 신뢰성 및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를 해치는 부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말하는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도4843 판결). 자본시장법 제178조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자본시장법 제443조).
그러나 민법상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가 인정되려면 기망행위가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상품의 선전 광고에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할 것이나,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이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를 기망행위라고 할 수 없다”라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55618 판결 등)
이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민법상 사기는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 사기로 인해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3조)에 처하며, 그 외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47조).
자본시장법상 처벌에 비해 형법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처벌은 이처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한편 자본시장법 제179조는 “제178조를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 자가 그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 등에 대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계약취소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의 법리에 의해 전액배상이 가능하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과실상계 등 책임이 제한되어 전액 배상이 어려울 수 있다. 한마디로 100%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이기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사후정산방식의 문제점
금감원의 판단이 잘못된 부분은 또 있다.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환매연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양 당사자가 합의하는 경우 사후정산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었다. 그 골자는 우선 미상환액을 손해액으로 간주해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비율을 적용해 배상하고, 추후 상환액이 발생하는 경우 판매회사는 상환금에서 초과지급 배상금을 차감한 잔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손해가 확정되기까지 4~5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우선 피해자들에게는 최소한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후정산방식은 당사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그 근거 규정이 없다.
「금융분쟁조정세칙」은 종국적이고 확정적인 조정을 상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한 경우 당해 조정안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제29조). 당연히 집행력도 생긴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얼마를 추가로 집행할 수 있는지 펀드 청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 그리고 펀드 청산 후 추가 상환금이 발생했는데도 판매회사가 임의지급하지 않을 경우, 그 청구 및 집행 방법과 절차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말로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또 다시 분쟁조정이나 재판 등 쟁송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소홀 등에 대한 화살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판매회사 CEO에 대한 제재를 강행하고, 판매회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성급하게 사후정산방식을 도입한 모양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판매회사들 역시 우선 CEO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고,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금융당국의 조정안을 수락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신임 금감원장은 이같은 감독당국의 잘못을 바로 잡는 것으로 새 임기를 시작하는 게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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