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괴산에 빠져들거라...올갱이국 맛은 어떠니?

[노우진의 지리와 문화] 문경새재-문경-괴산 둘러보기

괴산전통시장 입구. 사진=노우진
괴산전통시장 입구. 사진=노우진

[노우진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 2021년 여름 즈음에 괴산에 네차례나 들렀다. 회사 선배가 괴산에다 조립식 주택을 지어 찾게 된 것이다.

괴산은 필자에게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거쳐가는 곳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집이 광주인 동료는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기에 괴산으로 올 일이 없었다며 이런 곳이 있었냐고 할 정도였다.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화양구곡과 선유동계곡을 갔다 온게 다였다. 서울에서 괴산까지 차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문경새재 제3관 조령관

괴산으로 간다면 문경새재로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새재는 조령(鳥嶺)의 다른 이름으로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을 잇는 고개다. 새재는 새도 쉬어가는 고개라서 붙여졌다.

수안보에서 고사리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이화여대 고사리수련관이 있고 더 올라오면 수련관 별관이 있다. 이곳에는 김옥길 전 이화여대 총장의 동상과 머물던 처소가 있다. 김옥길 총장은 김동길 박사의 누나로서 문교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예전에 김옥길 총장이 충북 괴산 어디에 머물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여기인 줄은 몰랐다. 이곳은 숙박도 가능하다.

조령산 자연휴양림 입구. 사진=노우진
조령산 자연휴양림 입구. 사진=노우진

문경새재로 가려면 조령산 자연휴양림을 지나가야 한다. 식당가를 벗어나면 조령산 자연휴양림 입구다. 어디서 이렇게 큰 자연석을 구했을까 싶은 비석이 사람들을 맞는다. 오른편은 자연휴양림 숙소동으로 가는 길이고 위로 곧게 뻗은 길이 조령으로 가는 숲길이다. 연풍새재길이라고도 한다.

비석에서부터 조령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는 1.5km로 30분 거리다. 넓은 숲길을 걸어 올라가면 힐링되는 느낌이다. 조령관까지 올랐다 고사리 마을로 다시 내려왔다. 문경새재길은 보통 문경에서 올라와 조령관을 보고 다시 내려가지만 새재 마루인 조령관에 가기 위해서는 괴산에서 올라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문경에서 바라본 제3관문. 사진=노우진
문경에서 바라본 제3관문. 사진=노우진

조령관을 넘으면 경북 문경이다. 조령관에서 제2관문인 조곡관과 제1관문인 주흘관까지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지정되어 있다. 삼국시대에는 주흘산 동쪽의 하늘재가 주요 통행로였으나 고려초부터 조령이 중요한 교통로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한양과 영남을 잇는 주요 고개는 문경새재(642m)를 중심으로 남으로는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추풍령(221m),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는 이화령(548m), 동쪽으로는 경북 풍기와 충북 단양 사이의 죽령(689m) 등이 있다. 울고 넘는다는 박달재(453m)는 조령에서 멀지 않은데 이는 충주와 제천사이의 고갯길이다.

소백산맥 주요고개
소백산맥 주요고개

조선시대 영남 유생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갈때는 조령으로 많이 왔다고 한다.
속설에는 전라도 유생들도 일부러 이곳을 거쳐 올라갔었다고 한다. 추풍령(秋風嶺)으로 가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竹嶺)은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있어서다. 문경새재의 문경(聞慶)이 ‘기쁜 소식을 듣는다’의 뜻이니 길을 돌아서라도 이곳을 넘기를 바란 것 같다.

​마스크 쓴 채 괴산장날 가보기

가는 날의 끝자리가 3일 또는 8일 이라면 괴산읍에 있는 괴산전통시장에 들러 보시기를 권한다. 장날은 차를 대기가 어렵다. 골목길 빈곳을 찾아 주차해야 한다.

괴산집을 쓰라고 내준 선배가 괴산 장날에 가면 통닭 튀겨 주는 가게에 가서 먹어보라고 했었다. 치킨집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도로변에 통닭집 가게에 긴줄이 늘어서있었다.

통닭집 이름이 ‘그냥치킨’ 이다. 지나가는 행인이 “치킨이 치킨이지 뭐가 다른가”하는 말이 들렸다. 줄서서 무엇을 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기도 하지만 긴줄을 보니 통닭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쪽으로 가니 땅콩파는 매대가 보였다. 여행가면 그곳 현지에서 뭔가를 팔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땅콩 가격을 물으니 한 되에 5천원. 오른편 작게 담긴 것이 국내산, 그 아래 양이 많고 색이 옅은 것이 중국산이라고 한다. 사겠다고 했더니 수복히 담고 더 넣어준다.

괴산전통시장에서 땅콩 파는 이는 젊지만 햇빛에 그을린 얼굴이었다. 가판대 주인은 내일 하루 쉬고 진천장(5일, 10일), 증평장(1일, 6일) 등 장날을 찾아 다닌다고 했다. 충북 일대 장날을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분들을 장돌뱅이라고 불렀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는 허생원이 봉평장, 대화장 등을 돌면서 장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7년 케냐의 나이로비를 여행한 적이 있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옆 전통시장에서 토속품을 사려고 흥정을 하는데 노인 한 분이 “너희는 부자나라에서 와서 왜 깎으려 하느냐. 조금 비싸도 사주면 안되냐”고 하셨다. 어느 곳을 가든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이 되고 싶었던 나는 그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 후로 여행가서 굳이 가격을 깎으려고 하지 않게 됐다. 대신 ‘조금 더 주세요’는 어떨까 생각중이다^^

괴산의 토속음식인 올갱기국. 사진=노우진
괴산의 토속음식인 올갱기국. 사진=노우진

괴산에 왔으니 올갱이국을 먹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괴산 내려오기전 찾아본 올갱이국집은 할머니네맛식당, 주차장식당, 서울식당 세곳이었는데 찾아간 서울식당은 45년 전통으로 올갱이국만 팔았다. 애초에 가보려고 했던 곳은 괴산 전통 올갱이국으로 알려진 주차장식당이었는데 가다보니 서울식당 앞이다. 여행에서 계획이 어긋나는 것은 디폴트다. 지치기도 하고 배도 고파 안으로 들어갔다.

괴산이 대학옥수수로 유명해서인지 밥에 옥수수가 몇알 들어있다. 올갱이국은 된장으로 맛을 내어 담백했는데 동행한 아내는 슴슴하다고 한다.

괴산시장에서 올갱이국이 아닌 다른 것을 드시고 싶다면 버섯전골은 다래정, 한우불고기는 바우정, 민물 매운탕은 오십년할머니집이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음식점이다.

청년 6명이 세운 뭐하농하우스 카페

뭐하농하우스 전경. 사진=노우진
뭐하농하우스 전경. 사진=노우진

괴산군 감물면 충민로 694-5를 입력할 것도 없이 뭐하농카페를 치니 내비게이션에 그대로 나온다. 괴산 산자락을 돌아돌아 찾아갔다. 이 구석진 곳에 의외로 차가 많다. SNS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하농하우스는 청년 6명이 괴산에서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이를 재료로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다. 2020년 오픈했다. 커피를 제외하고는 직접 만든 재료를 사용한다고 했다.

실내는 카운터와 몇 개의 테이블이 있다. 야외정원으로 나가니 조금 더워 안으로 들어왔는데 빈 좌석이 없다. 뭐하농하우스에서는 ‘괴산 두달살기 청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었다. 올해 7월에서 8월까지 2기 25명을 모집중이었다.

민트 라테, 매실 샹그리아, 감자 아이스크림를 주문했는데, 감자 아이스크림은 여름 시즌 한정이었다. 표고 샌드위치나 닭가슴살 샐러드도 독특했다.

괴산 대표 명소는 산막이옛길

뭐하농 하우스에서 산막이옛길입구까지는 13km, 차로 20분 거리다. 괴산 여행간다 했더니 산막이옛길 가냐고 청주 사는 선배가 물었었다. 산막이옛길은 괴산을 대표하는 명소중 하나다. 지금은 둘레길이 많이 생겼지만 한때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둘레길로 알려져 있다. 산막이옛길은 괴산댐을 끼고 있다. 괴산댐은 1957년 순수 국내기술진으로 최초로 만든 댐이라고 한다.

산막이옛길 주차장 입구. 사진= 노우진
산막이옛길 주차장 입구. 사진= 노우진

산막이옛길 주차료는 3천원. 산막이옛길은 주차장에서 산막이마을까지 4km, 걸어서편도 1시간 거리다. 대부분 나무 데크로 되어 있는데, 돌아올 때는 산막이마을 선착장에서 산막이옛길 주차장이 있는 차돌바위선착장까지 유람선을 타고 나가는 것이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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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이옛길은 충청도양반길 제1길로 이어지는데 제1길에는 선조때 여의정을 지낸 소재 노수신이 귀향와 머문 수월정이 있다. 충청도양반길 제1길은 연하협구름다리까지 이어지며 이 다리를 건너면 충청도양반길 제2길이다. 갈론계곡이 인근에 있다. 연하협다리로 가려면 괴산댐 왼편으로 나있는 길로 들어가면 된다.

시원하게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는 수옥폭포. 사진= 노우진
시원하게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는 수옥폭포. 사진= 노우진

괴산군 연풍군 조령산 자연휴양림 아래 계곡에는 높이 약 20m의 3단 폭포인 수옥폭포가 시원한 자태를 드러낸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서 잠시 피신했었다고 전해진다. 드라마 ‘다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흥천사와 원풍저수지를 지나 그 아래편쪽으로 수옥폭포로 이어지는 나무데크가 보인다. 폭포 옆으로 난 나무데크에서 바라보는 물길이 세차다. 대부분 소담소담 카페쪽에서 폭포쪽으로 가서 보는데 원풍저수지에서 폭포로 내려가는 나무데크 길이 경치가 좋다.

가을에는 문광저수지를 둘러보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 같다. 산막이옛길이 사계절 아름다운 길이라고는 하지만 가을에는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저수지에 더 마음이 간다. 뭐하농하우스에서 약 15km, 차로 20분 거리다.

글쓴이

노우진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

노우진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은 미국 유학생활과 영국 연수시절 경험으로 세계가 점점 하나의 지구촌으로 변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새소년에 연재된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을 재밌게 읽으며 세계 지리에 관심을 키웠고, 아직도 세계일주하는 꿈을 종종 꾼다. 미국 40개주와 영국 남서쪽 랜즈엔드(Land’s End)에서 스코틀랜드 인버네스까지 구석구석을 다녔다. 2018년 영국에서 서쪽으로 돌아 32일 간 세계일주를 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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