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속 ‘최고의 명소’들은 어디?

007 촬영팀이 꼽은 최고의 촬영지는 촬영지 되려 각국 로비도 치열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아틀랜틱 오션로드. 사진=구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아틀랜틱 오션로드. 사진=구글

[노우진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 영화도 책도 세상에서 검증된 것을 찾는 편인데,유독 개봉되자 말자 보는 작품들이 있다. 007이나 본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물 또는 정치관련 영화다. 무엇보다 첩보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계적 명소들을 장면 장면마다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리와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에겐 딱이다.

​007 시리즈 촬영지로 선정되면 촬영팀과 편집팀 등의 방문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관광산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영국의 가디언지(Guardian)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이번 007 영화 ‘No Time To Die’ 촬영지 리스트에 들어가기 위해 세금 감면을 포함해 5백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이탈리아나 페로제도, 스코틀랜드 등에서도 촬영지가 되기 위한 로비가 치열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 본드의 행적을 따라가 보자~

노르웨이: 니트델, 아틀랜틱 오션로드

영화의 첫 장면. 울창한 침엽수림과 얼어 붙은 호수를 보고 북유럽의 어디라고 생각했다. 필자가 유럽인이었다면 마들렌이 그녀의 엄마와 나누는 대화가 노르웨이어인줄 알았겠지만^^

니트델 인근 랑방호수. 사진=구글
니트델 인근 랑방호수. 사진=구글

제임스 본드의 애인인 마들렌 스완(Madeleine Swann)이 어린 소녀로 나온 장면에서 그 집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북쪽 약 25km 떨어진 니트델(Nittedal)에 있는 랑반(Langvann) 호수 위에 있었다. 이 집은 얼음 위에 지어진 세트장이다. 지난 3월 초에 촬영했는데 당시 날이 따뜻해져 얼음이 녹기 전에 촬영하느라고 제작진이 애를 태워야 했다. 이 호수는 유명 관광지여서라기 보다는 세트장을 짓기 위한 물류비용 등을 고려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중반 마들렌이 사라진 후 본드는 노르웨이에 있는 마들렌의 집을 찾아 간다. 그곳에 악당 샤핀과 그 부하들이 쫓아온다. 차량 추격씬이 있었던 곳은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런던 인근의 윈즈그레이트공원이다. 마들렌과 딸 마틸다, 본드가 집을 나오다 샤핀(Bassie Safin) 조직원들과 조우한 다리는 노르웨이 대서양 해안을 잇는 아틀랜틱 오션로드(Atlantic Ocean Road)에 있다.

이 곳은 노르웨이 64번 도로로 몰데(Molde)와 크리스티안순(Kristiansund)를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 있다. 영화에서는 집을 나와 아틀랜틱 오션로드를 바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거리는 540km나 떨어져 있다.

필자는 노르웨이를 두 번 갔었는데 첫 번째는 출장, 두 번째는 가족여행이었다. 두 번 모두 오슬로, 플롬(Flåm)과 송네 피요르드, 베르겐을 갔다. 송네피요르드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피요로드다. 피요르드는 노르웨이어로 ‘내륙깊이 들어온 만’이라는 뜻이다.

2010년 여행때는 가이드와 함께라서 뮈르달(Myrdal)에서 폴롬까지 가는 20km 기차여행을, 이어 폴롬에서 구드방겐(Gudvangen)까지는 피요르드를 감상하는 유람선 여행을 택했다. 2017년 갔을 때는 폴롬 인근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루를 묵고 스테가스테인(Stegastein) 전망대를 들른 것이 인상적이었다.

베르겐은 디즈니 에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무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노르웨이 국민주의 음악가 에드바드 그리그(Edvard Grieg)의 생가를 방문했었다. 2017년 여행에서는 베르겐을 한 눈에 내려 볼 수 있는 플뢰엔(Fløibanen) 전망대에 올랐다. 플롬도 베르겐도 두 번의 여행에서 다른 곳을 보고 온 셈이다.

2010년 여행 때 가이드가 “노르웨이에서는 재산에 따라 벌금이 달리 나온다”고 말했다. 자신도 과속으로 단속을 당해 벌금 30만원을 물었다며 조심해서 차를 몬 것이 기억난다. 노르웨이에 다시 간다면 게리랑게르 피요르드(Geiranger Fjords)와 아틀랜틱 오션로드를 엮어서 가보고 싶다.

​이탈리아: 사프리, 마테라, 그라비나인풀리아

이 영화 도입부에 본드와 마들렌이 드라이브를 하는 곳은 따뜻한 날씨와 산비탈의 풍경으로 봐서 스페인인가 짐작했다. 그러다 동방정교회풍의 건축물들이 보여서 그리스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 나중에는 이탈리아인 줄 깨달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탈리아 촬영지는 사파리, 마테라, 그라비나 인 풀리아로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샤프리 해안도로. 사진= 구글
이탈리아 남부의 샤프리 해안도로. 사진= 구글

본드와 마들렌이 요트를 타던 곳은 사프리 (Sapri) 남쪽 해변이다. 사프리는 나폴리(Napoli)에서 200km 정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나폴리와 사프리 사이에는 카프리섬과 폼페이 유적지 외에도 세계 10대 관광지중 1위로 꼽히기도 한 아말피(Amalfi)와 포지타노(Positano) 등이 있다. 마들렌이 자기의 행적을 적에게 알려줬다고 오해한 본드는 사프리 기차역에서 마들렌을 떠나보낸다.

'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촬영지이기도 한 마테라. 사진= 구글
‘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촬영지이기도 한 마테라. 사진= 구글

본드와 마들렌이 묵었던 호텔은 마테라(Materra)에 있다. 마테라는 절벽 사이 사이 동굴들에 주민들이 살면서 마을을 형성한 곳이다. 동굴 주거지(사씨: Sassi)는 2000년 이상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어 199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산비탈에 있는 사씨는 로마시대 기독교가 핍박받을 때 신자들이 숨어 지내던 곳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보듯 마테라는 야경이 더 아름답다. 2004년 제작된 멜 깁슨의 ‘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촬영지이기도 하다.

'성 조지' 축제로도 유명한 그라비나 인 풀리아. 사진= 구글
‘성 조지’ 축제로도 유명한 그라비나 인 풀리아. 사진= 구글

본드가 새 출발을 위해 옛 연인인 베스퍼 린드(Vesper Lynd)의 묘지를 찾아 가는데 처음에는 마테라인 줄 알았다. 묘지에서 폭탄이 터지고 오토바이 추격씬이 있었던 그 곳은 마테라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그라비나 인 풀리아(Gravina in Puglia)이다. 본드가 로마시대 건축양식의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라비나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밀, 올리브, 와인의 산지며 전통있는 ‘성 조지’축제로 유명하다.

우리는 이탈리아 하면 로마, 베니스, 밀라노, 피렌체, 나폴리 등을 주로 떠올린다. 이탈리아는 두 번 갔었지만 남부 지역중에는 아말피와 포지타노까지 가 봤다. 선배 부부가 유럽에서 한 달 살고 싶다고 추천해 달라고 해서 시칠리아를 권한 적이 있다. 필자도 기회가 되면 마테라, 그라비나 인 풀리아 등과 같은 이탈리아 남부 도시들과 지중해의 보석이라 할 수 있는 시칠리아, 몰타 등을 방문해보고 싶다.

​영국: 해머스미스 다리, 윈즈그레이트 공원

해머스미스 다리. 사진=구글
해머스미스 다리. 사진=구글

영국은 런던이 주무대다. 본드가 M과 템즈강가에서 만나는 곳이 해머스미스 다리(Hammersmith Bridge)다. 런던 첼시(Chelsea)와 풀럼(Fulham) 서쪽에 있다. 런던의 세종로라 할 수 있는 화이트홀(Whitehall)에 있는 국방부 건물도 영화에 비친다.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Pinewood Studios)는 산티아고데쿠바의 실내 촬영 등을 맡았다. 윈저궁 남쪽에 있는 원저그레이트공원(Windsor Great Park)과 그 인근 버터스팁(Buttersteep) 지역 숲도 노르웨이 차량추적씬에 이용되었다. 이 화이트홀을 제외한 해머스미스 다리와 원즈그레이트 공원 등을 모두 런던의 서부에 위치하고 있다.

만약 런던에서 일주일 이상 머물 수 있다면 윈저궁과 윈즈그레이트 공원을 꼭 들르보시기를 권한다. 윈즈궁은 2018년 해리왕자와 매건의 결혼식이 열렸던 곳으로 현재 런던의 버킹검 궁전, 에든버러의 훌리루드하우스 궁전과 함께 영국 왕실의 공식 주거지 중의 한 곳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평소 주말에 머무를 때는 왕실 깃발이 펄럭인다. 윈즈그레이트 공원은 산책코스로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스코틀랜드: 케인곰스 국립공원

스코틀랜드의 케인곰스 국립공원. 사진=구글
스코틀랜드의 케인곰스 국립공원. 사진=구글

영화에서 차량과 오토바이 추격전은 스코틀랜드 케인곰스(Cairngorms) 국립공원과 로크 라간(Loch Laggan) 등에서 촬영했다. 케인곰스는 영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국립공원이다. 로크 라간은 포트 윌리엄(Fort William) 북동쪽에 위치한 호수이다. 로크는 스코틀랜드 말로 호수라는 뜻이다.

스코틀랜드가 촬영지로 된 이유는 피요르드와 지형이 비슷해서인데, 단 산 정상부분은 컴퓨터 그래픽(VFX: Visual Effects)을 사용해 보다 노르웨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를 일주일 여행하면서 스코틀랜드가 노르웨이 피요르드 지형과 스위스 산악지형을 합쳐 놓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이 영화에서는 스코틀랜드의 노르웨이풍 자연환경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메이카: 포트 안토니오

본드가 은퇴후 지내던 포트 안토니오 숙소. 사진=영화속 장면
본드가 은퇴후 지내던 포트 안토니오 숙소. 사진=영화속 장면

제임스가 CIA 요원 펠릭스와 MI 6 요원 노미를 만난 곳은 서인도제도의 어떤 곳 같았는데 영화 끝 부분 엔딩 자막을 보니 자메이카였다. 007의 원저자인 이안 플레밍(Ian Fleming)은 자메이카 골든아이(Goldeneye)에서 살면서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첩보 시리즈를 만들었다. 첫 번째 007 영화인 ‘살인번호(Doctor No)’에서 자메이카가 촬영지로 활용됐다. 이번 촬영지는 쿠바를 마주 보고 있는 자메이카 북부해안 도시 포트 안토니오(Port Antonio)였다. 촬영팀은 포트 안토니오 해변에 세트장을 지었는데, 그곳까지 차로 갈 수 있는 길이 없어 랜드로버를 바지선으로 운반해 촬영했다고 한다.

​매력적인 CIA 여성요원 팔로마와 작전을 수행한 곳은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로 상정되어 있다. 자메이카의 포트 안토니오와 마주보고 있는 쿠바의 항구도시로 수도 아바나에서 870km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스펙터 그룹의 파티 촬영은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Pinewood Studios) 에서 이루어졌다.

​페로제도: 칼로시 섬

칼로시 섬. 사진=구글
칼로시 섬. 사진=구글

영화의 막바지에서 본드는 우리를 페로 제도(Faroe Islands)로 데리고 간다. 악당 샤핀이 세균무기를 제조하고 있는 곳으로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영토분쟁이 있는 쿠릴열도중 한 곳이 상정됐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일본계인 것이 쿠릴열도로 상정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촬영지인 페로 제도는 아이슬랜드, 영국, 노르웨이 중간지점에 있는 곳이다. 일본의 잠수함 기지는 영상효과를 살린 것으로 영화의 촬영지 칼로시 섬(Kalosy island)은 4분의 3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되었다. 이 처리를 위해 영상편집팀만 6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페로 제도는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수도는 토로스하운(Torshavn)이다. 16세기 덴마크 왕이 페로제도를 영국에 매각하려 했으나 거절당한 역사가 있다. 하이킹과 승마하는 이들의 파라다이스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25편 007시리즈중 이탈리아만 8번 촬영

​25편이나 되는 007 시리즈에서 새로운 촬영지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그 중 8편의 본드 시리즈의 배경이 됐다. 런던이 나오지 않는다면 본드 영화가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시리즈에 런던이 나온다. 런던은 MI 6 본부가 있는 곳이니 그렇다치고. 자메이카는 첫번째 시리즈인 살인번호(Doctor No) 등에 이어 세번째 촬영지가 됐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안도로중 하나인 아틀랜틱 오션 로드를 선보였다.

​007 촬영팀은 이탈리아에서의 촬영은 꿈같은 일이었다며, 이번 영화에서 한 장소만을 꼽으라면 이탈리아라고 했다. 유럽여행을 할 때 이탈리아의 로마를 마지막에 들르라는 말이 있다. 로마를 보고 나면 다른 도시들의 성당이나 유적들이 눈에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제 11월이면 ‘위드 코로나’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하와이로 비행을 재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탈리아 남부 어느 작은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찾아 헤매이는 나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설렌다.

글쓴이

노우진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

노우진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은 미국 유학생활과 영국 연수시절 경험으로 세계가 점점 하나의 지구촌으로 변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새소년에 연재된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을 재밌게 읽으며 세계 지리에 관심을 키웠고, 아직도 세계일주하는 꿈을 종종 꾼다. 미국 40개주와 영국 남서쪽 랜즈엔드(Land’s End)에서 스코틀랜드 인버네스까지 구석구석을 다녔다. 2018년 영국에서 서쪽으로 돌아 32일 간 세계일주를 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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