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데이터를 경영하고 있습니까
[조선규의 Special Report]
- 표준 인프라의 중요성 중국은 2026년에 30여 개의 국가표준을 수립하여 데이터를 시장에서 거래·평가·융자할 수 있는 ‘실수 융합(실물+데이터)’ 인프라를 완성해가고 있다.
- 한국 제도의 한계 한국은 데이터를 ‘보호와 활용’의 대상으로만 보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데이터의 권리 구조·회계 질서·금융 연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프레임이 부족한 실정이다.
- 데이터 경영으로의 전환 AI 시대의 주권은 알고리즘이 아닌 데이터의 권리 질서에서 나오며, 이를 위해 가치평가 표준화와 회계·공시 원칙 마련 등 7대 국가 로드맵을 서둘러야 한다.
①에 이어 계속
중국, 데이터 국가표준을 준비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은 2026년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국 관련 공식 보도와 신화사 보도를 보면, 중국은 2026년에 30여 개 이상의 데이터 분야 국가표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표준 몇 개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표준은 곧 시장의 언어이고, 제도의 인터페이스이며, 산업 간 연결 규칙입니다. 표준이 정리될수록 데이터의 거래 가능성, 상호운용성, 평가 가능성, 금융 활용 가능성도 함께 올라갑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데이터를 ‘경제의 중요 자원’이라고 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실제 시장에서 돌아가도록 하는 표준 인프라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냉정하게 구분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 데이터거래소가 제시한 RDA(Real Data Assets) 같은 개념은 매우 중요한 신호이지만, 이미 완성된 국가 인프라라고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공식 자료를 보면 이는 거래소가 새롭게 제시한 프레임이자 실수 융합(實數 融合, 실물경제와 데이터의 결합)을 향한 제안에 가깝습니다.
마찬가지로 2030년 데이터 거래시장 규모가 7,159억 위안, 데이터 자산 입표 시장이 8,278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는 수치는 정책 확정치라기보다 연구 전망치입니다. 그렇지만 이 점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제도, 거래소의 실험, 시장의 전망이 서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습니까. 한국 역시 데이터 경제의 중요성을 모르는 나라는 아닙니다.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은 데이터의 생산, 거래, 활용 촉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데이터로부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제도는 전반적으로 데이터의 활용 촉진과 거래 기반 조성에 더 무게가 실려 있고, 중국처럼 데이터의 권리 구조, 회계 질서, 금융 연계, 수익 배분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프레임으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아직은 그것을 ‘보호하면서 활용하는 대상’으로 더 많이 다루고 있고, ‘제도적으로 자산화·자본화하는 대상’으로 다루는 수준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측면에서도 한국의 중심축은 분명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소개 페이지는 ‘이 법의 목적을 개인정보의 유출·오용·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정보주체의 권리와 이익을 증진하는’ 데 두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방향입니다.
다만 이러한 법체계는 기본적으로 ‘누구의 데이터인가’라는 재산권 질서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법이라기보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라는 보호와 통제의 질서에 가깝습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데이터 산업의 진흥과 개인정보 보호가 각각 발전해 왔지만, 데이터의 권리 구조와 가치 배분, 회계와 금융을 연결하는 일관된 체계는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과제가 분명해집니다. 이제 우리는 데이터를 단지 ‘AI의 연료’ 라고만 부를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장부에 어떻게 올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앞으로 필요한 정책은 많지만, 저는 특히 다음의 일곱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곱가지 정책 제안을 합니다
첫째, 한국도 데이터의 법적 지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소유권만을 단일하게 주장하기보다, 보유·가공·활용·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책임을 나누어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데이터 가치평가 기준을 산업별로 표준화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평가할 수 없다면, 자산화는 공허한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데이터의 회계처리와 공시 원칙에 관한 별도의 정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기업가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면, 이를 경영과 금융의 언어로 연결하는 기준도 준비되어야 합니다.
넷째,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을 ‘제로섬’으로 보지 않는 기술·제도 결합이 필요합니다. 안전한 결합·익명화·비노출형 분석 인프라 없이는 데이터 시장도 커질 수 없습니다.
다섯째,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를 연결하는 신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리수이 사례가 보여주듯,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는 개별 기업 안이 아니라 연결 구조 속에서 더 크게 실현됩니다.
여섯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데이터를 통해 신용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금융 실험’을 확대해야 합니다. 데이터 경제가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는 순간, 사회 전체의 생산성 혁신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곱째, 한국도 데이터 표준과 권리, 거래, 평가를 연결하는 ‘국가적 로드맵’을 서둘러야 합니다. 표준이 없으면 시장은 커지지 않고, 시장이 없으면 데이터는 끝내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만 남게 됩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합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쓰고 있습니까, 아니면 데이터를 경영하고 있습니까.
지금 한국의 많은 기업과 기관은 데이터를 열심히 수집하고 분석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누가 데이터를 더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데이터의 권리 구조를 설계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고, 거래하고, 금융과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중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경고는 중국이 앞서간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경고는, 데이터를 도구로만 보는 나라와 데이터를 ‘자산 질서’로 편입시키는 나라의 격차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기감이 아니라, 차분하고 정밀한 전환입니다. 데이터는 이미 생산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것을 어떤 제도 위에 올릴 것인지, 그리고 그 가치가 누구에게 귀속되고 어떻게 분배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AI 시대의 주권은 알고리즘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 알고리즘이 기대어 서 있는 데이터의 권리와 시장의 질서에서 생깁니다. 한국이 늦지 않으려면, 이제는 데이터 활용을 넘어 ‘데이터 경영’의 언어를 갖추어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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