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중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

[IT업계 직장인이 본 문정권 5년] 삼일절· 광복절 기념식 본방사수하긴 처음 홍범도 장군 유해수송, ‘보수의 품격’ 보여줘 남북정상 내외, 백두산 천지연서 손 맞잡아 “문 대통령은 ‘개혁의 기준’을 세운 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기쁜 마음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기쁜 마음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한민국의 제 19대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5월9일 공식 퇴임합니다.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선거당선후 곧바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그가 이룩한 성과는 무엇이고, 완수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며, 잘못한 부문은 또 무엇인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더칼럼니스트>의 전문가 필진은 물론, 페이스북 등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민초’들도 참여해 다양한 시선과 눈높이로 지난 5년을 돌아보며 추억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나는 IT 제조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내 손으로 뽑은 분이니 다음주 퇴임을 앞두고 그 분을 떠나보내는 내 개인적 소회를 전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전임자의 뒤치닥거리와 후임자의 앞치닥거리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재임 중에는 지구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경험하지도 못했을 최악의 역병 창궐에 맞서 국가방역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임기의 절반을 매달렸다.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사망자를 최소화 하는데 여타 선진국 보다 비교 자체가 안되는 월등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5년간의 평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라 밖으로는 트럼프, 아베, 푸틴, 시진핑에 김정은까지 누구하나 예외없이 예측 불가한 초강성의 보스들 틈에서 살얼음 같은 평화의 길을 이끌어 국민들로 하여금 전쟁 걱정없이 살 수 있게 해줬다. 비록 개성공단 가동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 그토록 바라던 결실을 이루진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신 말대로 지난 5년간의 평화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게 아니다.

​그런 와중에도 조용히 티 안나게 국방력 강화에 힘쓰고 ​군수품 세일즈에도 실력을 발휘하며 최초의 ‘밀덕’ 대통령이라 불리기도 했다. 국산 전투기 후방석에 문대통령이 직접 탑승, 비행 후 행사장에 착륙하던 장면과 홍범도 장군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올 때 대한민국 영공에서 우리 공군기들이 호위하던 장면은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진정한 ‘보수의 품격’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 가슴 뜨거운 명장면이라 하겠다.

2021년 8월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시고 오는 공군 특별수송기가 대한민국 영공 KADIZ에 진입하자 F-35A 등 6대의 공군전투기가 수송기의 곁을 엄호했다.
2021년 8월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시고 오는 공군 특별수송기가 대한민국 영공 KADIZ에 진입하자 F-35A 등 6대의 공군전투기가 수송기의 곁을 엄호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언론이 외면하는 와중에도 굵직한 외교성과로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높이고, 판데믹의 와중에도 국가경제를 눈부시게 선방해 글로벌 경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게 했다. ​주52시간제를 과감히 도입한 덕에 평범한 회사원인 나는 직장생활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삶에도 가히 ‘혁명적 변화’를 맛보았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부도난 국가를 인계받은 김대중 대통령과 재임중 내내 조롱과 마타도어에 시달리다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노무현 대통령에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 세 분의 대통령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통령들은 참으로 편하게(?) 청와대 라이프를 영위하신 것 아닌가(하나회 숙청, 금융실명제 도입의 김영삼 대통령과 북방외교의 치적을 남긴 노태우 대통령은 노고를 인정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명박, 박근혜 시절과 비교해 보면 문재인 정권에게 들이댔던 체크리스트의 평가항목엔 유난히 과거에 없던 것들이 많이 추가되었다는 점은 지지여부를 떠나서 인정하자. 물론 국민의 눈높이가 올라간 측면도 있을테지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민주당 정권은 대선에 패배한 시한부 정권이 되었다. 저쪽(국민의 힘 당선자측)은 어차피 며칠만 지나면 자기들 세상이 될테지만, ​승자로서 세련된 겸손과 배려는 온데간데 없다. ​당선자는 난데없이 용산행을 들고 나와 당장 방 빼라며 ​눈을 부라리고, 청와대에서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고집을 부린다. 임기 시작 전부터 국민에게 피곤과 짜증을 선물하고 있다.

시도하기도 전에 폐기되거나 후퇴하는 선거 공약들은 립서비스 선물처럼 돼버렸다.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인수위원장은 다짜고짜 문 정부의 외교와 방역이 실패했다며 열성을 다해 폄훼하고 있다. 국민의 힘 당 대표는 장애인을 조롱하며 여전히 혐오 정서를 본인 관심끌기와 존재가치 증명에 활용중이다. 국민의 힘 의원들은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일진 놀이’에 여념이 없다. ​

문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 정당할까

나는 언론 미디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언론은 퇴임하는 ‘대통령 디스 놀이’에 은근슬쩍 올라타, 문 정권의 정책들이 모두 ‘대국민 사기행각’이고 ‘쑈’였다는 당선자의 주장을 그대로 전파 재생산하는데 정신이 없다. 아무리 선거유세 중에 했던 과장된 발언이라 해도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발언이었는데, 선거가 끝나고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김정숙 여사에 대한 ‘이멜다 이미지 덮어 씌우기’하는 작업은, 자신들이 마땅히 내세울만한 콘텐츠가 없음을 반증한다는 걸 그들만 모르는걸까.

언론은 검찰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소위 ‘검수완박’ 이라는 못된 프레임과 ‘거대야당의 횡포’ 이미지만 줄기차게 부각시켰을 뿐이었다. 검찰이 왜 신뢰를 잃고 이 지경이 되었는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기사나 칼럼은 찾아보기 힘든 우리 언론의 현주소 그대로였다.

​한편 진보진영에서도 혹자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기대에 못미쳤다 하고, 혹자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하고, 또다른 혹자는 자영업자 손실 보상이 부족했다고 비판한다. 또 일부의 사람들은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속시원히 마무리 못했다고 한탄하며, 일부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책임을 내세우고, 또 일부는 조국과 추미애를 희생시키고 구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마다 생각하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 순서에 따라 문 대통령을 촛불 민심을 배반한 의지박약의 무능력자라고 비판을 넘어 비난과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게다가 언제나 똑똑하신 척, 세상의 이치를 다 꿰고 있는 척 하는 모두까기 빨간펜 선생님들은 양비론의 뒤에 숨어서 민주당의 뻘짓(?)에 사사건건 회초리를 들어, 수구언론의 아무말대잔치에 갖가지 재료를 기꺼이 공급해줬다. 그들 외에도 문재인을 지지한다며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괴변의 정념으로 똘똘 뭉친 사실상의 윤석열 지지자들 무리도 ​여론을 어지럽혔고, 오직 ‘이재명만 아니면 윤석열이든 허경영이든 누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한맺힌 분들도 있었다.

​이렇게 지지고 볶고 아우성치면서 가는 게 대한민국의 운명인가? 그래서 다이나믹 코리아인가. 문재인 정권에서 사라졌던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다시 살아날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안타깝고 심난하지만 ‘존버’ 하는 수 밖에.

​문 대통령에게 ​아쉽고 실망스러운 점이 왜 없겠느냐만, 공이든 과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한결같이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환경 속에서 ‘과’라고 해봤자 일부 정책에 한해 그야말로 결과론적인 실패와 몇가지 미완의 공약 정도일 뿐, 많은 일들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문정권은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혹은 친인척 비리가 없는 최초의 정권이기도 하다. 물론 새로 들어설 정권은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전임정권 흠집내기로 위기를 벗어나려 들 건 충분히 예상가능하고, 그런 유혹을 떨쳐낼 의지가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나뿐일까.

​정권은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는 법. 세계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어낸 영웅 처칠도 종전 후 정권 연장에 실패했다.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께는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감사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낼 생각이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다. 이 분의 성정상 청와대 계시는 동안 단 하루도 발 뻗고 잠든 적 없다에 내가 애지중지하는 자전거 한 대 걸 수 있다.

‘문재인의 사명’은 개혁의 기준 세우는 것

​내게 문재인 정부는 삼일절, 광복절 기념식 생중계를 처음으로 본방사수하며 꼬박꼬박 시청하게 만들었던 정부였다. ​문 대통령은 개혁의 완수가 아니라 기준을 세운 분이라는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나고 보니 그게 ‘문재인의 사명’이었다. ​앞으로 그 기준에 못미치는 모든 정치행위는 정당성을 얻기 힘들 것이다. 서너 발 떨어져서 보면 느리지만 조금씩이나마 진보해 가는 게 대한민국 21세기 전반부의 운명인가 보다.

​손석희 씨가 진행하는 특별대담에서 문대통령이 불편해 할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그의 강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손 씨도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진가를 제대로 보진 못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대담 방송을 보면서 문 대통령에게 이 시궁창 같은 우리나라의 정치/언론 환경이 얼마나 지긋지긋 했을지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차기 정권을 걱정하는 마음도.​

촛불이 불러 낸 문재인. 이제 좀 내려놓고 자유롭게 사시길 바란다. 히말라야 트래킹도 댕겨 오시고. 언제 또 무슨 일로 불려 나올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문대통령 재임 기간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만 꼽으라면 역시 이 사진이다. 백두산 천지연 앞에 선 남북 정상 내외분의 기념 사진.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상징이 아닐까.

글쓴이

서천산 인플루언서

필자인 서천산은 페이스북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IT업계 종사자다. 직장과 무관한 입장인 만큼 필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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