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음식문화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이시랑의 음식 이야기] 불과 소금이 이끈 음식문화 진화 신석기 혁명으로 농업시대가 도래 한반도에서 진화한 된장과 김치

신석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식물 재배가 시작됐다.
신석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식물 재배가 시작됐다.

들어가기 전에

지금부터 약 3~4만 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마침내 현생 인류가 등장했다. 그들은 불과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추운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기란 수월치 않았다. 밤에는 동굴에서 불을 피워 추위를 녹였다. 낮에는 짐승을 사냥하거나 물고기를 잡았다. 당연히 날(生)로 먹었다. 그러다 보니 디스토마 등 각종 병원균에 감염되어 병들거나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먹어야 사니까.

그들은 우연히 어쩌다가 불에 고기를 구우면 더 맛있어지고 병에도 자유로워짐을 터득했다. 제1차 음식문화의 진화이다. 또 어쩌다가 고기에 소금을 넣었더니 고기맛이 훨씬 풍미가 생겼다. 그들은 신이 났고 행복했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 하여 고기에 염장을 했더니, 어랏! 보존기간이 늘어났다. 가히 혁명적인 제2차 음식문화의 진화가 도래한 것이다.

신석기 시대, 혁명이 일어나고 계급사회가 시작되다

신석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들은 식물재배법을 터득하였고 곡물을 수확하는 농경을 하게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다. ‘간석기’라 하여 돌을 갈아서 만든 도구를 이용해 곡물을 빻아서 먹기 시작했다. 또한 돼지와 양 등의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 고기와 모피 등을 얻는 목축업도 행하였다. 제3차 음식문화의 진화가 도래한 것이다. 신석기 시대의 이러한 변화를 18세기의 산업 혁명에 비겨 ‘신석기 혁명’이라 한다. 이와 같은 농경과 목축 생활은 기원전 7000년쯤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이 무렵부터 풍성한 음식문화를 갖추기 시작하였고, 음식문화의 진화는 가속도를 얻기 시작했다.

청국장으로 만든 찌개.
청국장으로 만든 찌개.

청국장의 탄생비화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주자가 있다. 바로 된장이다. 된장은 온갖 음식에서 감칠맛을 내고 잡내를 잡는 소스(Source) 역할을 한다. 나물을 무칠 때 넣기도 하고, 생선탕이나 고기를 잴 때 쓰기도 한다.

청국장은 바실러스균이 풍부해 천연 유산균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도 이와 유사한 ‘낫또’라는 음식이 있다. 한때 청국장과 낫또의 원조 논쟁이 뜨거운 적이 있었다. 과연 청국장과 낫또 중에 어느 쪽이 원조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아니다.

청국장의 원조는 몽골이다. 청국장은 13세기 징기즈칸이 유라시아를 누비며 제국을 건설할 때, 우연히 ‘진화’한 음식이다. 몽골군은 기마부대다. 기마부대는 속도전이 생명이다. 시속 60km의 속도로 달리며 진군하는 기마군을 어찌 보급부대가 식량을 싣고 따라갈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여 몽골군은 말 등에 콩 두 말 정도를 자루에 담아 양쪽으로 나눠 싣고 유라시아로 몇날며칠을 달렸다. 사람도 땀을 흘리지만 말도 땀을 흘린다. 말이 달리다 보니 체온이 증가한다. 그 땀과 체온이 결합하여 콩이라는 식량을 변질시켰다. 적확히 말하면 발효가 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청국장’이다.

아시다시피 한반도도 몽골군의 침략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금도 몽골의 언어와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그 잔재가 남아있는 곳이 제주도이다.

현대 몽골인의 모습. 몽골 조상인 징기즈칸과 그 부하들은 13세기 빠른 기동력으로 유라시아를 휩쓸었다.
현대 몽골인의 모습. 몽골 조상인 징기즈칸과 그 부하들은 13세기 빠른 기동력으로 유라시아를 휩쓸었다.

그 첫째가 말이다. ‘말을 키우려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을 키우려면 한양으로 보내라’는 속담도 여기서 나왔다. 몽골군은 바다로 갇혀있는 제주도를 전략적으로 목축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언어이다. 우리나라에서 17세기까지 사용하던 방언의 잔재가 남아 있는 곳이 딱 두군데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강릉 방언이고 또 하나가 제주 방언이다. 우리가 강릉 방언과 제주 방언을 못 알아듣는 이유이다.

셋째가 된장문화와 청국장문화이다. 제주도 음식에는 간장을 거의 사용하질 않는다. 주로 된장이나 청국장을 많이 사용한다. 제주도의 향토음식 ‘몸국’도 된장으로 맛을 내는 음식이다.

그렇다면 된장과 간장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금부터는 필자의 뇌피셜이다. 몽골군으로부터 청국장 문화를 받아들인 우리 민족은 장문화를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발효음식의 우수성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하여 콩 재배를 늘리기 시작했다. 왜? 감칠맛과 잡내 제거에 우수하니까. 하여 이른바 장담기를 했다.

콩을 불려서 삶고, 아랫목에 이불을 덮고 재우니 청국장이 된다. 또, 메주를 만들어 처마 밑에 걸어두었다가 길일을 잡아 항아리에 담그니 메주물이 된다. 메주를 건져 으깬 다음 다른 항아리에 담그면 된장이 되고, 따로 메주물을 숙성시키니 간장이 되었다.

한때 일본에서는 된장과 간장이 자기들이 원조라고 주장한 적이 있으나, 이는 억지이다. 지정학적으로 불가능하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때 피랍된 조선인들에 의해 전파된 것이라고 학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아무튼 청국장의 원조는 몽골이지만, 이를 토대로 진화한 음식이 된장과 간장인 것은 분명하다. 몽골에는 된장과 간장이 없다는 것만 봐도 된장과 간장은 한반도에서 진화한 음식임이 분명하다.

덧붙여: 다음 회에는 <김치의 원조와 진화>와 <짜장면의 원조와 진화>에 대해 나눠서 다루고자 한다.

글쓴이

이시랑 요리연구가

이시랑 요리연구가는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이다. 연세대 경영학 석사, 서울대 종교철학 석사를 취득했고,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종교철학 박사과정을 지냈다. 요리연구가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맛을 통해 위안을 얻고, 음식을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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