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김치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진화했나
[이시랑의 음식 이야기] 우리나라 김치가 ‘세계의 표준’...그렇다면? 소금물 저린 채소에서 맛의 보고가 되기까지
중국의 동북공정
중국은 지난 2002년부터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동북 공정’이란 중국의 동북 3성지역(헤이룽장 성, 지린 성, 랴오닝 성)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연구 작업이다. 문제는 동북 공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고구려를 비롯해서 고조선, 발해의 역사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현재 중국에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탈바꿈될 우려가 크다.
과거 고구려는 시대에 따라 뺏고 빼앗기면서 동북 3성 지역을 영토화했다. 어쩌다보니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국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는 ‘한국이 옛 고구려 땅을 언제 다시 돌려달라’고 할지 몰라 사전에 정지(整地)를 하는 것이 ‘동북공정’의 핵심이다. ‘고구려도, 발해도 전부 중국 역사로 만들어 버리자. 동북 3성에 있던 나라는 모두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고 무조건 우기자’가 중국의 속셈인 것이다.
중국 길림성에는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있다. 현지에서는 줄임말로 ‘연조주’라고 하는데, 연조주에서 사는 조선족들의 문화도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기며, ‘아리랑’, ‘널뛰기’ 등 세시 풍속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김치의 원조는 중국’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김치의 원조는 어디일까
‘김치’는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왔다. 침채는 ’채소를 물에 담그다‘라는 뜻이다. 즉, 소금물에 잠기도록 하는 가공 과정을 거쳐 먹는 염장 음식이다. ’침채‘가 ’딤채‘로 변했고, 다시 ’김치‘로 변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에서는 바이차이(白菜)라 하여 실제로 재래시장에 가면 ‘침채’를 판매했다. 필자가 1990년대 초반(한중수교를 맺기 전) 중국에 주재하면서 중국 전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중국에 소위 ‘김치’란 게 아예 없었고 그저 배추를 소금물에 절인 바이차이(白菜) 즉, 침채만 있었다.
사실 소금물에 절이는 염장 채소는 전 세계적으로 존재했다. 하여 침채가 어느 특정 지역의 음식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 재중교포 조선족이 살고있는 연조주에만 고춧가루와 여타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 형태가 있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에 와서 조선족들이 중국 전역에 진출하면서 김치가 널리 보급된 것이 아닌가 추론하고 있다. 게다가 한중수교 후 한국인들이 중국 전역에 진출하면서 김치문화는 진화했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 가도 김치가 있다. 일본 어디를 가도 김치가 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김치가 있다. 공통점은 우리 교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맛이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음식문화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맛의 진화는 주재료와 부재료의 총합체에 따른다. 일테면 주재료인 배추김치만 놓고 보자. 전라도와 경상도, 강원도 배추 맛이 각각 다르다. 따뜻한 남쪽에서 생산된 배추맛은 무르고 달지 않다. 하지만 해발이 높은 강원도에서 생산된 배추는 부침이 심해 조직이 단단하고 맛이 알싸하며 당도가 높다. 대개 작물은 씨를 뿌린 지 90여 일 만에 수확하는데, 여름 배추와 가을 배추는 맛과 영양이 확연히 다르다. 오죽하면 ‘가을 무는 인삼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각 지역의 배추 맛이 다른 이유는 종자와 토양, 기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역사적 환경 탓에 곳곳으로 흩어진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김치를 담궈 먹어야 했다. 종자는 있으나 토양과 기후가 다른 환경에서 배추나 무를 심어 먹거나 아니면 현지에서 자라는 비슷한 배추나 무를 가지고 그들 나름대로 김치를 담궈야 했다. 필자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를 다니며 우리 교포들이 사는 곳의 김치를 거의 다 맛보았으나 음식 맛이 달라지는 이유로, 음식은 식재료와 지역, 환경에 따라 진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김치는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앞서 밝힌 대로 김치는 원래 침채(沈菜)였다. 김치는 거기서 진화한 것이다. 소금물에 절인 채소를 먹다가 조금씩 변형한 것이다. 마늘과 고춧가루도 넣어보고, 젓갈과 파도 넣어봤다. 갖가지 향신채와 갖은 양념도 넣어봤다. 그렇게 음식은 오랜 세월 동안 실패와 경험을 통해 맛의 진화가 이뤄진 것이다.
팔도 김치 특색이 다른 이유는?
황해도와 평안도 김치는 왜 슴슴할까? 경상도 김치는 왜 짜고 맵기만 하고 감칠맛이 없을까? 강원도와 함경도 김치는 감칠맛은 있으나 왜 짜지 않을까? 전라도 김치는 감칠맛이 폭발하나 간은 적당하고 맛이 있는 이유는 뭘까? 필자가 오랫동안 연구한 바로는 지정학적 위치와 기후 영향 탓으로 이들이 다르게 진화한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일테면 이북 지역은 위도가 높아 이남보다는 기온이 낮다. 그러니 소금을 많이 칠 필요가 없다. 하여 김치가 슴슴한 것이다. 한편 고춧가루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전형적인 절임배추 형식인 침채이다. 이북지역은 소금이 귀해 값이 비싼 것도 한몫 거들었다.
이남으로 내려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남쪽은 따뜻한 기온 탓에 염도를 높여야 했기 때문에 이북에 비해 김치가 짜다. 다시 경상도와 전라도로 나눌 수 있는데, 전라도 김치에는 젓갈이 많이 들어가므로 감칠맛이 폭발한다. 반해 경상도는 젓갈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짜기만 하고 감칠맛이 적은 편이다.
7번 국도를 타고 북상하다가 울진군 쯤 지나면 양상이 달라진다. 여기서부터는 강원도 땅이다.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을 따라 올라가는데, 이 지역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 전라도처럼 발효된 젓갈을 넣는 게 아니라 생선 자체를 질금가루(표준어는 엿기름)에 버무려 넣어서 김치와 함께 발효시키는 게 특징이다. 이 특색이 7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면서 통천/ 봉천/ 원산/ 문천/ 함흥/ 단천으로 이어진다. 단 이남에는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는 반면, 북상할수록 고춧가루를 적게 넣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황해도나 평안도, 함경도 김치는 왜 고춧가루가 아예 안 들어가거나 비교적 적게 들어가는 걸까? 추운 지역이라 고추 생산이 잘 안되는게 가장 큰 이유다.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김치는 ‘좀 산다’하는 집에서만 담궜다.
김치에 고춧가루가 들어가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언제부터 고추가 들어왔을까? 문헌에 따르면 임진왜란 이후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작 4백년 남짓된 셈이다. 고추의 원산지는 멕시코다. 그러다가 1493년 콜럼버스 일행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해 이 고추를 유럽에 전했다.다시 1542년 인도에 전파되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고, 비슷한 시기에 여타 아시아에도 전해졌다.
일본 문헌인 『초목육부 경종법(草木六部耕種法)』에 “고추는 1542년에 포르투갈 사람이 일본에 전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일본에는 최소한 1542년 이전에 전래된 듯하다.
중국 문헌에는 1765년에 만들어진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에 “고추가 요즈음 재배되어 이것이 시장에 많이 모여든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일본과 중국에는 대략 16세기 중반쯤 고추가 전래된 듯하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아마도 임진왜란 이후 전래된 듯하다. 미루어보건대 고추는 임진왜란 시기에 중국과 일본 양쪽에서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치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원조 논쟁이 뜨거워졌다. 선수를 친 것은 일본이었다. ‘기무치’의 원조는 일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김치의 원조가 자국이라고 우기고 있다. 김치의 원조는 어디일까?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김치가 ‘세계의 표준’이라면 ‘김치’는 한국이 원조가 아닐까, ‘침채(沈菜)’가 아니라. 다시 말하지만 침채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존재했다.
덧붙여: 첫회에 이어 ‘음식문화는 어떻게 진화했을까’에 대해 다뤄 봤습니다. 계속 이 테마만 다루면 독자분들께서 지루해하실 것 같아서 간헐적으로 이 테마를 다루기로 하고, 다음 회부터는 실용적인 [음식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일테면 워킹맘들과 혼밥족이 꼭 알아야 할, 알고 있으면 편하고 좋은, <요리 메커니즘>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어떤 분야나 메커니즘이 존재합니다. 그 메커니즘만 이해하면 ‘요리!’ 그거 별거 아닙니다. 요리 아주 쉽습니다. 맨땅에 헤딩하지 마시고, 메커니즘을 이해하시면 당신도 중급 수준의 요리사가 될 수 있습니다.
혹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실전 요리 비법이나 계절별 레시피, 초간단 밑반찬 만드는 법,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 선별법과 장기간 보존법, 육류별 부위 용도와 부위별로 쓰는 요리법, 계절별 제철 생선 정보와 제철 채소, 음식궁합과 체질별로 먹는 음식, 체질별로 피해할 음식과 알고 먹으면 보약이 되는 음식, 다이어트 음식, 왕초보도 30분이면 만들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