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협상땐 이란처럼 ‘협상 문턱’ 높여야

미국은 회담을 강요했고, 이란은 개최 조건부터 내세웠다 북한도 이같은 협상으로 성과거둬 시간은 이란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 미국의 강압적 대칭협상 미국은 봉쇄를 유지한 채 모든 쟁점을 회담장 안으로 끌어들여 ‘일괄 타결’을 강요하며, 협상 실패의 책임을 이란에 전가하고 군사적 시간을 벌려 한다.
  • 이란의 비대칭 맞대응 이란은 미국이 짠 판에 들어가는 대신 ‘선(先) 봉쇄 해제’라는 조건을 세우고, 해상 전술과 다극화 질서를 활용해 회담장 밖에서 협상력을 키우고 있다.
  • 패러다임의 전환 하노이 이후 북한이 증명했듯, 회담 부재는 약화가 아닌 ‘자주 역량 강화’의 시간이며, 결국 미국 패권의 소모가 깊어질수록 승기는 이란으로 기울 것이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대한 외교압박을 높이는 만큼 시사점을 준다.

미국-이란 1차 협상은 어떤 형식이었나

지난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의 1차 고위급 협상이 열렸다. 회담은 오래 이어졌지만 합의 없이 끝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결렬이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협상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가려 했는가였다.

미국은 핵 문제, 해협 문제, 안보 보장, 전후 질서 문제를 모두 회담장 안으로 끌어들여 한꺼번에 정리하려 했다. 먼저 회담을 열고, 그 안에서 모든 쟁점을 묶어 처리하려는 방식이었다. 겉으로 보면 합리적인 대화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이 정한 틀 안으로 이란을 넣으려는 구조였다.

문제는 회담장 밖의 움직임이었다. 회담장 안에서는 합의를 말하면서도, 회담장 밖에서는 봉쇄와 압박을 유지했다. 이란 쪽은 미국이 협상 도중 목표를 계속 바꾸고 있다고 봤다. 그래서 1차 협상은 첫 접촉인 동시에, 미국이 어떤 회담 구조를 강요하려 하는지 드러난 자리였다.

왜 2차 협상은 열리지 않나

4월 21일 미국은 휴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연장은 봉쇄 해제와 함께 나온 연장이 아니었다. 미국은 이란의 제안을 기다린다고 하면서도 봉쇄를 유지했다. 후속 고위급 대면도 열지 않았다.

4월 23일에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를 부설하는 이란 무장 고속정은 사살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장기 합의를 원한다며 대화의 문을 닫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화를 말하면서도 압박을 전혀 낮추지 않았다.

이란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봉쇄가 끝나야 다음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새 회담 참여 여부도 국익과 안전이 보장되는 조건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래서 2차 협상이 멈춘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은 봉쇄를 유지한 채 회담을 열려 했고, 이란은 그런 형식이라면 회담장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멈춘 것은 대화 자체가 아니다. 미국이 강요한 회담 형식이 멈춘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미국이 대화를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선택지가 없어서만이 아니다. 미국에게 대화는 실패해도 정치적으로 손해가 적은 카드다.

대화를 계속 말하는 동안 미국은 “우리는 인내했고, 우리는 합의를 원했고, 우리는 끝까지 문을 열어두었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 그러면 협상이 열리지 않거나 합의가 실패해도 그 책임을 이란의 완고함과 비협조성으로 돌리기 쉽다.

동시에 봉쇄를 유지한 채 군사적 선택과 정치적 시간을 함께 벌 수도 있다. 트럼프가 압박을 높이면서도 장기 합의를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왜 ‘대칭협상’을 고집하는가

미국의 협상전술은 ‘대칭협상’이고, 그것은 곧 ‘조건강요형’ 강압전술이다. 미국은 회담장 안으로 모든 문제를 끌어들여 한꺼번에 정리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이란이 회담장 밖에서 따로 세우려는 요구들까지 모두 회담장 안의 ‘흥정거리’로 바뀐다.

봉쇄 해제, 안전 보장, 상응조치가 더 이상 회담의 전제가 아니라 회담의 안건이 되는 순간, 미국은 그것을 핵 문제나 해협 문제와 맞바꾸며 자기에게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

미국이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회담 형식과 의제를 자기 손에 쥐기 위해서다.

둘째, 봉쇄와 군사압박을 회담장 안의 협상력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셋째, 협상이 실패해도 “미국은 끝까지 대화를 시도했다”는 명분을 남겨 책임을 이란에 돌리기 위해서다.

넷째, 대화를 말하는 동안 군사적 선택과 정치적 시간을 동시에 벌기 위해서다.

이 점에서 미국의 대칭협상은 단순한 협상 기술이 아니다. 형식 선점과 압박의 제도화, 책임 전가와 시간 벌기를 함께 수행하는 강압전술이다.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발언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합의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봉쇄는 계속되고, 필요하면 추가 타격도 가능하다는 경고가 뒤따랐다.

호르무즈를 둘러싼 대결도 그냥 해협 통제 문제가 아니다. 호르무즈는 세계 석유 수송로이면서, 달러 중심의 에너지 결제 질서를 붙드는 관문이기도 하다.

미국이 해협 통제와 협상 강요를 결합하는 이유는 단순히 선박을 지나가게 하거나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석유시장과 결제질서를 다시 미국 중심으로 묶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번 대결은 해협 통제권 문제인 동시에, 달러 중심 석유질서를 둘러싼 패권 대결이다.

이란은 왜 ‘비대칭협상’으로 맞서는가

이란의 협상전술은 비대칭협상이다. 그것은 미국이 강요하는 회담 형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회담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조건을 세움으로써 주도권을 잡으려는 방식이다.

미국이 “일단 만나자”고 하면, 이란은 “먼저 봉쇄부터 풀어라”라고 한다. 미국이 회담장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려 한다면, 이란은 회담장 입구에서부터 회담의 순서와 조건을 다시 세우려 한다.

이란의 비대칭전략은 단순히 회담장에 안 들어간다는 뜻이 아니다. 해협에서는 고속정, 기뢰, 드론, 전자교란을 결합한 비대칭 해상전술로 미국에 대응하고 있다.

핵 문제에서는 고농축 우라늄과 농축시설 문제를 그대로 지렛대로 쥐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비서방 공간, 아시아의 에너지 의존 구조를 활용해 미국 봉쇄의 한계를 폭로하고 있다.

이란의 비대칭전략은 단순 방어가 아니다. 회담장 밖에서 협상력을 쌓아가는 능동적 전략이다.미국의 대칭협상은 중립적 회담이 아니라 상대에게 강요하는 협상이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그것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모든 쟁점을 회담장 안으로 끌어들여 한꺼번에 처리하는 순간, 형식 주도권은 미국 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반면 이란은 봉쇄 해제를 먼저 요구함으로써 회담장 안에서 미국이 짜놓은 의제 구조로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회담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회담의 순서와 조건을 다시 쓰려는 것이다.

압박을 유지한 채 외교를 말하는 미국의 태도는 진지한 외교가 아니라는 것이 이란의 판단이다. 봉쇄가 계속되는 한 완전한 휴전도, 해협 정상화도 어렵다는 경고 역시 같은 맥락이다.

‘벼랑끝 전술’이라는 평가는 왜 틀렸나

지금 협상을 두고 “양국 모두 벼랑끝 전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틀렸다. 이 표현은 지금 대결의 본질을 흐린다. 핵심은 양쪽이 모두 강경하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누가 협상 조건을 먼저 강요하고 있느냐, 그리고 누가 그 형식을 거부하고 있느냐에 있다.

미국은 봉쇄와 타격 위협을 유지한 채 대화를 말하고 있고, 이란은 그 형식을 거부하며 회담의 출입문을 바꾸려 하고 있다. 이 둘을 같은 이름으로 묶는 순간 회담 문제의 원인과 핵심 쟁점이 흐려진다.

미국이 지금 하는 것은 함께 벼랑끝에 서서 떨어질 위험을 나누는 전술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벼랑끝까지 몰아 떨어지게 하려는 강압이다.쉽게 말해 “같이 떨어지자”가 아니라 “너를 절벽 아래로 밀겠다”는 식이다.

봉쇄를 유지한 채 회담을 말하고, 회담이 안 되면 추가 타격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이 바로 그렇다. 한쪽이 먼저 상대를 절벽 끝으로 밀어놓고, 그 상태에서 협상을 말하는 장면에 가깝다. 누가 먼저 절벽 끝으로 몰린 상태에서 그런 회담 형식을 받아들이려 하겠나.

반면 이란은 회담장 안의 일괄타결에 응하는 대신, 회담 개최 조건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봉쇄가 유지되는 한 회담장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다. 이란은 미국이 회담장 안으로 강제로 끌고 가려는 구조를 회담장 밖의 조건으로 막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국 모두 벼랑끝 전술”이라는 평가는 현상을 협소하게 묘사할 뿐, 누가 협상 형식을 강요하고 누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지라는 본질을 설명하지 못한다.

시간은 누구에게 더 불리한가

이런 형식 거부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하노이 조미회담(북미회담) 결렬 이후 조선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필자는 북한을 조선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의 뜻을 존중해 그대로 표현합니다-편집자주) 하노이 이후 미국은 조선과의 대화를 다시 열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올해 2월에도 미국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회담이 다시 열리지 않는 현실 자체가 곧 조선의 불리함을 뜻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선은 회담 부재를 자기 약화의 징표가 아니라, 다른 질서 속에서 자기 힘을 키우는 시간으로 다뤘다. 그 점은 2026년 2월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조선은 “앞으로도 자주력량은 계속 강해질 것이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이 더욱 추동되고 그 중심에 자기 국가가 서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회담이 다시 열리지 않아도 조선은 더 강해지고 더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은 회담의 개최 유무가 아니다. 핵심은 회담 부재를 자기 약화가 아니라 자기 강화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가에 있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강요하는 대칭협상 형식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것이 곧 이란의 불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회담이 열리지 않을수록 미국은 석유시장과 해협을 원하는 방식으로 장악하지 못한 채 봉쇄 비용, 전쟁 비용, 국내 경제정치 부담을 계속 떠안게 된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강요하는 형식을 거부함으로써 중동의 자율권 확대와 탈미 흐름 속에서 다극세계를 열고 자기 위치를 더 강화할 수 있다.

2차 협상이 열리지 않는 국면은 미국에게 더 답답하고 더 불리하며, 이란에게는 미국식 통제 질서 바깥에서 버티고 반격하며 전진할 시간을 넓혀준다.

대화가 아니라 강압전쟁의 연장이다

이번 협상은 공존과 평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다. 미국이 봉쇄와 군사위협, 협상 강요를 결합해 상대의 굴복을 끌어내려는 강압전쟁의 연장이다. 미국은 대화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봉쇄와 외교적 압박을 결합한 다른 형식으로 바꾸고 있을 뿐이다.

회담장 안에서는 일괄타결을 내세우고, 회담장 밖에서는 봉쇄와 타격 위협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몰아붙인다. 따라서 미국이 말하는 협상은 외교 절차가 아니라, 전쟁을 관리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강압 장치다.

반면 이란의 비대칭전략은 그 강요된 형식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미국이 설계한 전쟁 관리 방식 자체를 흔드는 대응이다. 조선이 이미 보여준 것처럼 미국과의 회담이 다시 열리지 않아도 자주력량은 강화될 수 있고 다극화 세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란 역시 미국이 강요하는 형식을 거부한 채 그 길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미국이 대칭협상전략으로 협상 형식을 강요하는 동안, 중동의 탈미(脫美)와 다극화는 더 빨라지고 미국 패권의 소모는 더 깊어진다. 시간은 이란 편이다.

이 글은 재미교포 칼럼니스트 윤현일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41 ‘너를 절벽 아래로 밀겠다’는 미국의 벼랑끝 협상전술은 계속 통할까?
글쓴이

윤현일 재미 칼럼니스트

글쓴이 윤현일 님은 35년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금은 은퇴후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리아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심있어 틈틈히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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