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미션 임파서블’

[서진희의 글로벌 회색코뿔소] 3개월간 글로벌 시장에 무슨 일? 미국 미션에 오판까지..영국 ‘휘청’ 기술+금융세계, 위기는 곧바로 감염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주역,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전재무장관. 사진=AFP/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주역,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전재무장관. 사진=AFP/연합뉴스

새로운 ‘미션’

지난 8월말 미국의 평화로운 휴양지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된 미연준의 잭슨홀 미팅 이후 전세계 금융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제롬 파월 미연준 의장은 8월 26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다시 한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로 시작해 ‘단 한번의 월간 물가 지표의 개선만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중략...) 지금은 멈추거나 쉬어 갈 때가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잭슨홀 미팅 이후 9월 FOMC에서도 미연준은 기준금리를 75bp인상했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경기 후퇴 또는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라면 이를 용인할 수도 있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이같이 연준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시장 참여자의 반응으로 주식, 상품(commodity), 크레딧 등 위험자산은 물론 국채 및 외환시장까지 전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표1 2022년 미국 주식시장 – S&P500 and NASDAQ index]

(출처: yahoo Finance)

시장이 원했던 미션 ‘피보팅’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8월 중순부터 9월말까지 -14%, -22%로 큰 폭으로 떨어졌고, 특히 나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였습니다. 통상 주식시장은 경기사이클 등 매크로 요인과 개별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잭슨홀 미팅을 통해 확인된 연준의 정책방향은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정사실화 되었고 이에 따라 경기 침체 또는 후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다른 한 편으로 개별종목 밸류에이션 계산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높여서 밸류에이션 값을 낮추게 됩니다. 따라서 주식시장 투자자라면 경기침체 확률을 높이고 주식 가치를 낮추는 금리인상이 마냥 반가울 리 만은 없습니다.

잠시 잭슨홀 미팅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6월말 이후 주식시장의 재상승을 이끌었던 주요 요인은 연준의 피보팅(pivoting)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금융권에선 다소 생소한 피보팅(pivoting)은 스포츠에서 많이 쓰는 표현으로 몸의 중심축을 한쪽 발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며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동작을 일컫습니다. 올해 상반기 금리상승에 무게를 둔 연준의 정책적 행보가 경기침체라는 악재를 만나 금리상승의 반대쪽, 즉 금리상승 속도를 둔화시키거나 상승을 멈추는 쪽으로 정책 행보를 옮길 것이라는 의미로 피보팅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에서 이 피보팅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외부환경이나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기존 사업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금융시장이 기대한 ‘연준의 피보팅’은 연준이 기존 인플레이션 타겟인 2%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 보다 높은 수준(예를 들어 4~5%)에서 물가가 안정된다면 급격한 경기침체를 방관하기 보다는 경기 연착륙을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시행한 ‘조건없이 무제한적인’ 통화확대 정책의 연장으로, 현재 8%대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 CPI 상승률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이 소폭 하락하는 수준을 당분간 감내(?)하는 것이 경착륙이나 경기침체보다 오히려 낫지 않겠냐는 낙관론적 희망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잭슨홀 미팅 이후 연준의 피보팅에 대한 기대감은 단번에 사라졌고, 한여름을 달궜던 주식시장 랠리 대비 180도 달라진 투자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미션’을 불가능하게 만든 상황들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3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년에는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보다) 다소 높지만 안정된’ 수준을 향할 것이며, 연준 역시 2% 물가 목표를 고집하는 대신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고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 역시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개인소비와 기업이익 역시 이러한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를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높아진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계속 자극하면서 실제 인플레이션의 하락까지 더디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즉 (연준의 예상과는 반대로) 미국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실제 물가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의 막바지에 들어서며 구직자 우위의 고용시장이 지속되며 평균 임금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와 서비스 가격의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에 이어 물가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표2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와 PCE(개인소비지출) 구성비]
(출처: 브루킹스연구소)

잠시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미연준의 정책 목표는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의 달성입니다. 흔히 이중 책무(Dual Mandates)라고 불리는 두가지 목표를 위해 연준은 금리라는 수단을 사용합니다. 과연 금리를 올리면 물가를 잡을 수 있을까요?

이번 인플레이션의 특징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풀린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지난 20여년 간 지속적으로 생산단가를 낮춰가며 최장기 저물가시대를 견인해 온 글로벌 생산망과 물류네트워크의 훼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급격한 위축,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곡물 가격 폭등 등 주로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인상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때문에 수요 측면의 해결책입니다. 이런 이유로 금리인상은 이번 인플레이션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이슈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라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강력한 수단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한국은행법 제1조 제1항’에서 “(전략)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라는 표현으로 통화정책의 목적이 물가안정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미션’ 이행의 부작용

이렇듯 연준이 쏘아 올린 ‘지속적이고 강한 금리인상’이라는 화살은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리스크가 타국으로 급속히 전염되고 있습니다. 특히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미국 이외 국가들은 미국보다 더 높이, 더 빠르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이머징마켓은 물론 유럽 등 선진국까지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사안입니다.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본과 중국까지도 자국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연준의 빅스텝 금리인상에 맞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고, 달러원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다양한 직간접 수단으로 외환시장에도 개입하고 있습니다.

결국 상대적으로 경제상황이 가장 나은 미국이 선택한 완벽한 이중 책무의 달성–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을 위해 전세계는 다시 한번 금리와 환율 변동성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표 미국달러지수 추이: 2017.10~2022.9]

(source: 인베스팅닷컴)

우방 ‘영국’의 오판

이렇게 전세계로 확산된 리스크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책의 실패를 압축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황이 최근 영국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지난 9월 6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가격 상승에 대해 정부의 유류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고 최근 경기둔화 사이클에 들어선 영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70년대말 이후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9월 23일 전격적으로 발표합니다.

총 450억 파운드(한화 72조원) 규모의 이 감세안에는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추고, 최고세율은 45%에서 40%로 인하하는 것은 물론 애초에 19%에서 25%로 올릴 예정이었던 법인세 인상 계획까지 철회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Bank of England)이 2022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였고 특히 8월부터는 50bps 인상의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EU등과 함께 인플레이션 억제와 유동성 흡수에 앞장서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의 행보와 정반대인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이 영란은행과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것은 물론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너무 간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표 영국 BoE 기준금리 추이]

출처: BoE 웹사이트)

[표 영국 10년 국채(Gilt) 금리] 9/27 – 4.51%, 1/4-1.087%

(출처: Toulett Prebon)

위의 표에서 보듯, 감세안이 발표되자마자 영국의 10년 국채금리(Gilt 10Y)는 2.5%에서 4.5%로 200bps 수직 상승했고, 미 달러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2000년대 최대폭으로 하락하며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대비 1대 1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는 감세안 발표 직전 대비 30%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감세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발표된 감세안에는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 부족분과 보조금 지급분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없다. 결국 재정 부족분을 국채 추가발행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채시장에서의 발행물량 부담은 물론이고, 영국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및 고금리 국채이자 부담으로 재정건전성 악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내러티브가 확산되며 국채 10년물 금리가 5일 만에 2% 이상 상승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를 연초부터 꾸준히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이와 정반대로 재정확대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한쪽에서는 유동성을 흡수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기이한 상황을 연출한 셈이 되었습니다.

[표 영국파운드화 vs. 미국달러화]

(출처: yahoo Finance)

[표 영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율, 2015=100으로 환산]

(출처: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UK)

흔들리는 영국이라는 ‘신용’

감세안을 발표한 9월 23일부터 9월 30일까지 1주일 동안 영국의 금융시장은 국채10년 금리 207bps 상승, 환가치 30% 하락, 주가 10% 하락하였고,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9월말 기준 10.1%를 기록하며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였습니다. 영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다시 영국을 넘어 EU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며 전세계 주가, 금리 및 외환시장에 공포를 확산시켰습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 발표 10일만인 10월 3일 소득세 감세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금융시장의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에 다시 한 번 10월 14일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법인세는 계획대로 25%까지 인상할 것임을 발표하면서 기존 감세안의 주요내용을 모두 파기하는 초강수를 두었으나, 결국 취임 44일만인 10월 20일 총리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트러스 총리가 퇴임 전 임명한 제레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은 감세정책의 완전 철폐에 더하여 영국의 기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200억 파운드 규모의 부자증세를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10월 23일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재정안정성을 강화되고 추가적인 유동성 흡수 효과까지 기대되면서 영국 금융시장은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감세안 철폐와 총리 사임에 더해 9월 마지막 주부터 2주 동안 영란은행은 자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650억 파운드(한화 103조원) 규모의 국채매입프로그램을 긴급 발동시키며 채권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웠지만, 여전히 시장은 영란은행의 추가 안정조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0월 21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기존 ‘Aa3’로 유지하지만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9월 23일 감세안이 발표된 이후 4주동안 영국은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럼에도 영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조금의 판단미스도 위험한 ‘미션’

미국이 시작한 금리인상에서 파생된 금융시장 리스크는 달러화 강세를 통해 미국 이외 국가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습니다. 미국 이외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더욱 강한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간의 정치적 혹은 정책적 판단 미스만으로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영국에서 일어난 ‘감세안 발표-금융시장 혼란-정치권력 교체’는 정치와 경제(금융)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금융위기를 만들고 잠재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입니다.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연결된 세상에서, 위기는 곧바로 전염되고 어떤 시장 참여자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글쓴이

서진희 NH아문디 자산운용 부문장

서진희 NH아문디 자산운용 글로벌투자부문 부문장은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외국계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아 해외 투자상품을 운용한 경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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