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사회적경제야

[지용승의 ‘국가의 그릇’에 대해] 촛불혁명에도 많은 사회문제 ‘미해결’ 사람중심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자본주의 4.0시대에 필요한 사회적경제

영국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래픽.
영국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래픽.

우리사회에 던져진 질문들은?

2016~2017년 대한민국에서는 촛불혁명이 일어나고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치열한 통합의 과정을 거쳤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부동산 가격 폭등, 청년실업 증가,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 불안한 사회 안전망, 지역소멸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2022년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새 정부는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에 던져진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 사회는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불균형, 불공정, 불평등으로 사회가 상당히 불안하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말했던 ‘공동의 삶’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정글의 법칙이 엄존하는 현실은 두렵기 그지없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도덕적 윤리’는 실종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극심한 경쟁과 빈부 격차 속에 공정성마저 상실해 가는 사회에서 이제는 다른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 청년들은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한 갈망이 있다.

‘사람 중심’과 ‘자율경영’ 그리고 ‘다 같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살 만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경제는, ‘사람 중심’과 ‘자율경영’ 그리고 ‘다 같이’라는 연대의 구호가 추구하는 가치와 희망 아래 우리의 이야기들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판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 분야의 모든 경제적 활동”이라고 우리나라는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자본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지역 중심으로 그리고 가치 중심으로 세상의 중심을 바꾸며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또한 조직의 이익보다는 사람을 생각하고 이윤창출보다는 공공에 대한 가치에 더욱 무게를 두는 따뜻한 경제를 뜻한다. 이윤이 발생하면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지역공동체를 위해 기여한다거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되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일반 기업이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사회적경제 기업은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평등한 사회,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나눔이 있고, 삶의 질과 윤리를 생각하는 착한 기업, 이것이 사회적경제 기업이 걷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상화해야할 방향은

전 세계가 코로나 19(Covid-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불러온 위기 속에서 대혼란에 빠졌다. 이 위기 상황 속에서 많은 지역들에 경제적 퇴보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특히 지역사회는 지역의 공급업체와 지역 노동력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여야 한다. 코로나 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우선 고용하게 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는 곧 지역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길이다.

우리나라가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룰 문제도 사회적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들여 일궜던 사회적경제가 양적·질적 성장과 함께 환경적 토양의 온도를 올려가고 있었으나, 그만 성숙기 문턱에서 새로운 정부가 사회적경제 정책 방향을 냉혹하게 비틀어버렸다. 지난 5월에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내용은 복지부 정책에서 딱 한번 언급되고 있다. 차갑게 버려졌다.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 방향과 추진 전략을 찾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조정하기 위한 관계부처의 협의체조차도 없다. 이 정도면 사회적경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OECD 추정치에 따르면 사회적경제는 유럽연합(EU) 27개국에 걸쳐 1190만 개의 일자리로 전체 고용의 6.4%를 차지하고 GDP의 약 6~8%를 차지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사회적경제 부문의 일자리 비중이 1.1%에 그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우리나라가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인정하고 집중 육성한다면 이와 관련된 고용률을 EU 나라들처럼 5% 정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일자리 비중 5%를 2021년 말 기준 대한민국 취업자 숫자에 적용하면 약150만 명이 된다. 사회적경제 부문에서 일자리 150만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허망한 일자리 약속 경쟁 그만하고,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시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공유한 바 있다.

“사회적경제 부문의 일자리는 일하는 이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수행하는 일의 사회적 공공성이 매우 큰 이 양질의 대량 일자리를 놔두고 모든 정당, 후보들이 지키지 못할 시장 일자리 공약만 남발하고 있는 현실이 저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의 예산삭감...시대역행적 행정

용 의원은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지난 2021년 4월 재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 사회적경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을 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시민들의 연대 속에서 성장해 왔던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조직의 양적·질적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오 시장은 사회적경제의 진리를 외면하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공공구매, 판로지원, 경영환경 등의 악화로 취약계층 실업과 사회서비스 감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의 예산 삭감은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 제공,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생명줄을 끊으려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 방향이 없는 윤석열 정부도 그렇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심사숙고해서 시민들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오단이 숭실대 교수는 “사회적경제는 이미 사회적 필요에 대응하고 다양한 활동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들의 일상의 삶속에서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본주의 4.0 시대에 사회적경제는 정부와 시장의 영역이 아닌 이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이들의 협조를 통해 새로운 경제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누고 함께 한다’라는 가치와 ‘이익보다는 사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언뜻 보면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바보 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무엇이 더 소중한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해답을 사회적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글쓴이

지용승 우석대 교수

지용승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사회적경제와 ESG가 어떻게 작동되며 지역발전에 기여하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우석대 교양학부 공공서비스트랙 교수로 재직하면서 석·박사 과정의 사회적경제와 ESG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지역이 묻고 사회적경제가 답하다>(좋은땅. 2021)가 있다. 최근 연구 ‘The Evaluation Model on an Application of SROI for Sustainable Social Enterprises’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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