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사태가 암호화폐 시장에 던진 화두

[제임스의 블록체인 이야기] 중앙이냐 탈중앙이냐 그것이 문제다 암호화폐는 탈중앙인데, 거래소는 중앙? ‘탈중앙’으로 투명성, 개방성 지켜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또 흔들리는 암호화폐 신뢰도

세계 4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급락하는 등 주요 암호화폐가 줄줄이 맥을 못추고 있다.

루나 사태에 이은 FTX 사건으로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FTX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가 바로 암호화폐 업계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화를 앞장서서 공개적으로 주장하던 젊은 청년 샘 뱅크먼-프리드(30)여서 그 충격은 더하다. 이번 사태 전까지만 해도 뱅크먼-프리드는 암호화폐 업계를 선도할 기린아로 촉망받았다.

FTX창업주 샘 뱅크먼-프리드.
FTX창업주 샘 뱅크먼-프리드.

세간의 인식대로 ‘FTX 사태= 암호화폐의 문제’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반대다.

FTX 사태는 오히려 탈중앙의 철학으로 투명성과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암호화폐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모든 거래는 은행 등 중개자 없이 개방된 인터넷 세상에서 P2P거래로 이뤄진다. 이른바 온체인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거래가 투명하다. 누구나 다 이 온체인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개방성도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 아닌, 거래소의 문제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FTX는 이번 사태로 그동안 불투명성과 폐쇄성의 끝판왕을 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FTX는 고객이 맡긴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고객 계좌에 손을 안대겠다고 약속했지만, 고객이 맡긴 암호화폐를 인출해 투자하다가 손실이 났고, 손실이 나자 또 이를 메꾸기 위해 다시 고객이 예탁한 암호화폐를 점점 더 많이 빼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FTX의 계열사로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알라메다의 투자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기사를 블록체인 매체 코인데스크가 지난 2일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이 매체는 알라메다 내부 자료를 입수, 이 회사가 보유한 146억 달러의 자산중 무려 58억 달러가 FTX 거래소 토큰인 FTT와 담보 등으로 엮여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FTX가 자사 토큰인 FTT를 지나치게 발행했고, 이 불안한 FTT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혹이 일던 터에 이 같은 보도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FTX에 맡긴 돈을 찾으려는 이른바 ‘뱅크런’ 사태로 이어졌다.

온체인 분석업체 코인메트릭스의 루카스 누지 분석가는 알라메다의 투자 손실이 커지자, FTX가 손실을 메꾸기 위해 계속해서 FTX 자금을 알라메다로 이전했다며, 관련 온체인 증거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코인데스크의 보도로 촉발된 뱅크런 사태로 고객들의 인출이 쇄도하면서 FTX에서 3일 만에 6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온체인 분석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FTX의 비트코인 잔고는 결국 1개만 남았다. FTX는 내어줄 암호화폐가 바닥나자, 인출 중단을 공지했다. 참고로 현재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거래소에는 50만개 넘는 비트코인 잔고가 있다.

거래소에 통제권을 넘겨버리면

FTX 사태는 한마디로 암호화폐의 ‘탈중앙’이 아닌 ‘중앙’이 숙명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불투명성과 임의 조작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탈중앙의 성격을 가진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곳일 뿐, 운영 자체는 중앙에서, 다시 말해 뱅크먼-프리드 등 몇몇이 좌지우지한 것이다. 고객 돈을 임의로 빼내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자, 이를 감당못하고 파산했던 증권사 등 일반 금융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

주식이나 법정화폐를 운용하는 증권사나 은행처럼 암호화폐를 다루는 암호화폐 거래소도 운영방식은 똑같이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한다. 중앙에서 통제한다는 것은, 그 중앙(대표)이 잘 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 중앙이 중대하게 잘못하면 파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암호화폐는 탈중앙인데, 암호화폐 거래소는 중앙인 것이다. 혹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 이를 이해하려면 블록체인의 온체인 거래 개념을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 거래는 중앙(암호화폐 거래소)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거래는 인터넷상에 투명하게 기록된다. 하지만 중앙으로 넘어오는 순간부터 블록체인 온체인 거래는 사라지고, 모든 것은 중앙의 서버가 관리하는 조작과 통제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다시 말해 중앙에서는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중앙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보자. 우리가 암호화폐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업비트나 FTX 등 암호화폐 거래소로 옮길 때까지는 탈중앙 거래로 기록에 남는다. 하지만 이들 거래소로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통제권은 업비트 등이 전적으로 갖게 된다.

내 계좌에 있는 것은 숫자다

혹자는 업비트에도 내 계좌가 있으니까, 내가 내 암호화폐를 관리 통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업비트에 있는 내 계좌의 비트코인은 숫자에 불과하다. 진짜 비트코인이 아니다.

내가 내 암호화폐 지갑에 비트코인을 갖고 있을 때는 진짜 비트코인이 맞지만, 내 지갑에서 업비트로 보낸 이후의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이 아니다. 그냥 숫자다. 이 대목에서 이게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업비트에는 각종 암호화폐를 사고 팔기 위해 수많은 고객들이 가져다 놓은 수 천 개에서 수 백만 개의 비트코인, 파일코인, 솔라나, 이더리움 등이 존재한다. 존재하는 것까지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고객들이 암호화폐를 사고 팔 때 암호화폐는 거래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으로 이더리움을 매수했을 경우에 내 업비트 계좌에서 비트코인 숫자가 줄어들고, 이더리움 숫자가 늘어나는 표시의 변동은 있지만, 실제 업비트에 존재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거래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예를 들어, 철수가 국민은행 인터넷 뱅킹으로 영희에게 100만원을 송금했을 때, 실제 종이 돈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영희 계좌에 숫자 100만이 더해지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이처럼 중앙에서 통제 조작하는 것은 은행이나 암호화폐 거래소나 매 한가지다.

이러다 보니 고객이 거래소에 맡겨놓은 암호화폐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손을 대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십상이다. FTX 사태의 경우에 FTX의 투자 자회사인 알라메다의 투자 손실이 커지자, 이를 메꾸기 위해 FTX가 고객이 맡긴 암호화폐를 알라메다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그레이드중” 거래소 공지가 뜨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다 보면 특정 암호화폐를 인출하려고 할 때, 거래소측에서 ‘업그레이드 중이다’, ‘IT 서비스 점검 중이다’라는 문구가 뜨면서 인출이 현재 불가하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진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중일 수도 있겠지만, 고객이 맡겨 놓은 특정 암호화폐를 다른 투자 용도로 쓰다 보니 잔고가 없어서 내어줄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를 있는 그대로 암호화폐 잔고가 없어서 인출할 수가 없다고 말하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니까 IT 점검 중이라는 말로 둘러대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최소 수 십억 원에서 수 백억 원, 많게는 수 천억 원의 암호화폐 자산가들은 통상 업비트 같은 중앙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맡기지 않는다. 법정통화로 환전이 필요할 때 잠시 업비트를 활용해 법정통화로 환전하는 환전소 기능으로만 이용할 뿐이다.

중앙 거래소의 이 같은 중앙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유니스왑, 펜케이크스왑 같은 탈중앙 거래소가 생겼다. 이들 탈중앙 거래소는 말 그대로 중앙이 없고, 고객과 고객간의 거래를 연결만 해주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고객의 암호화폐 지갑을 연결만 해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암호화폐가 중앙으로 넘어가는 구조 자체가 없다.

FTX 사태는 우리에게 ‘탈중앙’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글쓴이

제임스 리 블록데일리 대표

제임스 리는 서울경제신문 기자로 25년간 경제, 금융 분야 등을 취재했다. 블록체인 혁명이 인간의 삶을 바꿔나갈 것으로 보고, 인류와 소통하고자 블록체인 매체 '블록데일리'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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