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터지나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경제병리학이 진단한 세계 금융위기 가능성 신용파괴하는 금융위기 불가피 미국, 중국, 한국도 자산폭락 큰 충격 예상

1998년 IMF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최용식 21세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에도 금융위기 발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1998년 IMF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최용식 21세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에도 금융위기 발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무너지는 바벨탑

미국에서 실버게이트가 지난 3월8일(현지 시간) 무너지고 난 뒤, 3월9일에는 실리콘벨리가, 3월13일에는 시그니처가 연쇄적으로 도산했다. 실버게이트가 도산했을 때만 하더라도 미국정부는 시스템 위기로는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도 묻지 않았음에도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 뒤 실리콘벨리와 시그니처가 연이어 파산하자, 미국 정부는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시스템 위기’가 이미 발생했다는 뜻이다.

시스템 위기가 발생했을 때만 예금 전액을 보장한다고 해당 법률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3월14일에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유럽 주식시장도 급락세에서 회복세로 전환했다. 미국 정부의 발표가 시스템 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막아낸 셈이다. 적절한 정책이 신속히 집행되면 아무리 심각한 금융위기라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내는 듯했다. 그래서 시스템 위기 즉, 금융위기가 완전히 잠재워진 것일까? 금융위기를 발발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신용창조의 역과정인 ‘신용파괴’의 경제원리가 작동할 가능성을 이제 완전히 차단했다고 볼 수 있을까?

위 세 은행의 자산총액은 3340억 달러로, 미국 본원통화(M0)의 약 6%에 이른다. 이런 대규모 은행자산이 당분간 묶이게 되었으니,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트리거의 역할을 할 가능성은 아직도 있다. 다만, 미국의 고금리와 강달러 정책이 다른 나라의 저축과 금융자본을 끌어들여 미국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비교적 풍부하게 쌓아놓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금융위기 가능성은 잠재워진 것일까?

아니다.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달러 가치가 혹시라도 약세로 전환하면 신용파괴원리가 본격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달러약세로 전환되는 경우에 미국에 투자된 국제금융자본이 환차손을 피해 해외로 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연준은 강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고, 이를 위해 기준금리를 더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국 국채의 가격은 더욱 떨어지게 되고, 여기에 투자한 은행들은 손실이 더 커질 것이다. 이어 미국의 국내경기도 하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은 시스템 위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 밖에 가상화폐도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한때 6만8천달러를 넘어선 적이 있는데, 이제는 2만달러 초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미 ⅓토막 난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약세를 지속한다면 여기에 물린 금융회사들은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가 그랬듯 조만간 경영수지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로써 금융시장을 본격적인 시스템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크레딧스위스 은행도 몰락했다. 부실 위험과 법률 위반 등으로 지난해 4분기에만 1천1백억 스위스프랑의 예금이 인출됐던 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42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조달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끝내 UBS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크레딧스위스 은행의 파산으로 신용파괴원리가 작동하여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시한번 고조됐다. 물론 스위스 금융당국은 크레딧스위스에 유동성을 지원한다고 발표함으로써 가능성을 낮췄지만 세계금융시장의 긴장감은 어느때보다 높다. 한마디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의 금융시장이 장기적인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미국 경제 활황의 어두운 그림자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미국은 그동안 고금리와 강달러 정책을 펼침으로써 다른 여러 나라의 국내저축과 금융자본을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했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처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이 2.1%에 달했을 정도로 국내경기가 호조를 보였고,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실버게이트, 실리콘벨리, 시그니처 등의 은행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고금리와 강달러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빠져든 셈이다.

미국의 고금리와 강달러 정책은 전형적인 “내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이다. 다른 나라들은 국내저축과 금융자본이 미국으로 이탈하자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다. 그 피해를 가장 크게 당한 것은 우리나라다. 지난해 4분기의 성장률이 연률로 -1.5%를 기록해 축소재생산에 빠져들고 말았다. 반면에 미국은 지난해 4분기에 2.7%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희생 위에 미국은 호황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해를 당한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제3세계를 중심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 중이던 60개 가까운 나라가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거나 이미 외환위기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제 “내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은 부메랑이 되어 미국에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다른 어느 때 못지않게 커져 있었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경제가 비교적 호조를 보였던 개도국에서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2010년대 중반부터 거품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은 대체적으로 2~3배, 많게는 4~5배가 올랐고, 주가지수도 평균적으로 3~4배가 상승했다. 이것은 미래 수요가 현재로 시간이동을 하여 빚어진 일이었다. 이제는 수요가 공동화하는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가격이 하락을 시작했으며, 조만간 폭락으로 돌아설 상황으로 발전해 있다. 금융위기가 벌어질 여건은 이미 충분히 조성된 것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중국

세계적으로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중국경제다. 중국 정부와 국제경제기관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망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 실물부문만 보면 리오프닝, 경제활동의 정상화, 코로나 사태의 진정, 석유 등 주요 자원가격의 하향 안정 등 긍정적인 변수들이 제법 많으나, 통화금융부문에서는 부정적인 경제변수가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붕괴가 심각하다. 이미 2019년에 KBS가 “차이나 쇼크, 빈집 6천5백만 채의 비밀”이라는 특집방송을 했을 정도이다. 이때부터 신용파괴원리가 작동을 시작하여 금융위기를 본격적으로 진행시켰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은 강력한 통제경제 체제라서 신용파괴원리의 작동을 차단하고 있을 뿐이다. 비유하자면, 금융위기라는 홍수를 거대한 댐을 쌓아서 피해를 차단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댐 위로 물이 넘치고 있어서 조만간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펼치면서 관련 국가들에 9천7백억 달러의 상업차관을 제공했고, 7천억달러의 통화스와프까지 체결해줬는데, 이 국가들이 외환위기에 빠져들었거나 직면해 있다. 무려 1조7천억 달러의 부실채권을 중국이 떠안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토지사용권 매각으로 재정을 충당해오던 지방정부들 역시 부동산시장의 붕괴로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들었다. 지방채 소화를 위해 설립한 지방금융공사들은 당장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터질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었다면, 앞에서도 이미 밝힌 것처럼 ‘트리거의 역할을 할 무엇인가’가 터지면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역사적 경험이다. 물론 트리거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이 지나치게 커져 있으면, 수요의 시간이동에 따른 수요의 공동화로 거품이 조만간 꺼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신용파괴원리가 작동하면서 금융위기는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비교적 긴 시간이 흘러야 한다. 그 사이에 트리거가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 트리거의 역할을 할 것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 현재로서는 미국의 실버게이트, 실리콘벨리, 시그니처 등의 연쇄도산이 트리거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은 예금의 전액 보장 등 미국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신속하게 취함으로써 신용파괴원리가 작동하는 것을 차단해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낮아지거나 달러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 금융위기가 다시 진행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 따라서 금리 동향과 달러의 가치변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므로 기준금리를 더 올리기가 어려워질 것이고, 그러면 강달러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그렇다.

파산 선언을 하기 직전, 실리콘밸리은행 본사앞에 고객들이 예금을 찾으려 줄을 서고 있다. 사진= UPI/ 연합뉴스
파산 선언을 하기 직전, 실리콘밸리은행 본사앞에 고객들이 예금을 찾으려 줄을 서고 있다. 사진= UPI/ 연합뉴스

금융위기 피할 수 없어...대책을 마련하라

대책은 전혀 없는 것일까? 또 향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경제는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이 물음에 정확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병리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감각적으로 혹은 선험적으로 경제위기나 경제파국을 감지해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재능은 보통 사람에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보통사람들은 경제위기나 경제파국을 미리 포착하여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경제위기나 경제파국을 미리 포착할 과학적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즉, 경제위기나 경제파국과 같은 경제질병이 어떤 원인으로, 어떤 전개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가 등의 경제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경제병리학의 일반적 경제원리인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경제위기는 금융위기를 경유한다. 둘째, 금융위기는 부동산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 부터 벌어진다. 셋째, 금융위기는 광기, 패닉, 붕괴 등의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넷째, 광기는 미래 수요가 현재로 이동하여 가격을 급등시키면서 발생한다. 다섯째, 수요의 시간이동에 따른 수요의 공동화가 패닉을 일으킨다. 여섯째, 패닉이 가격을 폭락시키면 신용파괴원리가 작동하면서 붕괴가 일어난다. 일곱째, 붕괴가 일어나면 분업 촉진, 규모의 경제, 통화의 신용창조, 국제교역의 비교우위 등의 순기능이 역으로 작동한다. 여덟째, 아무리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치더라도 적절한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면 그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금융위기는 전염성이 뛰어나므로,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정책적인 공조가 필수적이다.

위와 같은 경제병리학의 일반적 경제원리로 진단해보면,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는 장차 어디로 흘러갈까? 독자 여러분이 스스로 그 답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은 참여정부 시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활약하며 ‘재야의 경제교사’로 이름을 떨쳤다. KBS-TV 및 EBS-TV 명사초청 경제학 특강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날카로운 경제진단과 시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제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저서는 최근 출간해 화제가 된 <경제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를 비롯, <환율전쟁>, <돈 버는 경제학>, <거짓말 경제학>, <대한민국 생존의 경제학>, <대한민국 생존의 속도>, <일본경제 뛰어넘기 프로젝트, 꿈은 이루어진다>, <경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경제병리학>, <대통령을 위한 경제학>, <DJ에게 배워라>,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 <예측이 가능한 경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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