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통행과 기후위기, ‘탈탄소의 날’ 만들어야
[박근태의 ‘자동차와 사회’] 아직 마차시대 전통에 매인 영국 스웨덴은 치밀한 준비후 전환 새 교통시스템 위한 ‘탈탄소의 날’ 필요
최근 다녀온 유럽 여행의 첫 방문지는 영국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영국은 자동차가 좌측으로 통행하고 자동차의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Right Hand Drive, RHD. 이하 우운전) 나라다. ‘우운전’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회사를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는 계륵과 같다. 좌측통행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안 만들 수 없지만, 좌운전(Left Hand Drive, LHD) 차량에 비해 판매대수가 적고 추가 개발 비용과 생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테슬라가 모델 S와 모델 X의 우운전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한 방침이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마차시대 전통을 계속 유지해 온 영국
그런데 영국에서는 왜 좌측통행과 우운전이 표준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지배적인 교통수단은 말과 마차였고, 말과 마차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좌측통행이 보편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른손잡이이고,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는 오른발잡이라서, 말의 왼쪽에 서서 오른발을 차올리며 타는 것이 편하다. 왼쪽 허리에 칼을 찬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길 왼쪽에 말을 세우고 이렇게 말에 탄 후 바로 출발하면 자연스럽게 좌측통행이 된다.
말을 타고 전투를 할 때도 오른손에 무기를 들고 우측으로 다가오는 상대를 공격해야하기 때문에 좌측통행이 되었다. 전투가 아니더라도 오른손잡이들은 왼쪽 허리에 찬 칼이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도, 마주 오는 상대로부터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도 좌측통행이 유리했다. 군대도 곧바로 공격이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좌측통행을 했다.
이런 좌측통행은 아주 오래전에 자리 잡혀 고대 로마제국에서도 좌측통행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1300년경 교황 보니파스 8세(Boniface Ⅷ)는 교황령을 통해 로마로 향하는 순례자들에게 교통 혼잡을 피하도록 좌측통행을 선포했다.
이렇게 말과 마차의 시대에는 좌측통행이 보편적이었다. 영국은 1765년 ‘런던 브리지 법’으로 런던 브리지를 통과할 때 좌측통행을 의무화한 것을 시작으로, 1835년 영국과 아일랜드의 모든 도로에서 좌측통행을 의무화했고, 이후 식민지에도 적용했다. 좌측통행을 할 때는 마주 오는 마차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도, 다수인 오른손잡이가 채찍질을 쉽게 하기 위해서도 마부가 오른쪽에 앉는 것이 유리했다.
영국에서는 ‘좌측통행 우운전’이라는 마차시대 전통을 이어받아 자동차도 좌측통행 우운전이 표준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은 마차의 전통이 ‘말 없는 마차’까지 이어진 정상 사례이고, 오히려 ‘우측통행 좌운전’ 국가들이 특이 사례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다른 국가들은 정상궤도에서 이탈하게 되었을까?
혁명과 전쟁으로 기존 질서를 전복한 프랑스
유럽 대륙에서 우측통행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 우측통행이 보편화된 것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의 결과였다. 본래 프랑스에서도 귀족들은 마차를 타고 좌측통행을 했으나, 평민들은 우측통행을 했다. 통행방향에도 계급 분리가 있었던 것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고 급진파 자코뱅당이 정권을 잡자 기존 상류층의 마차 질서에 반기를 들며 파리 시내에서 우측통행 운동을 일으켰고, 귀족들이 민중들의 반감에 겁을 먹고 우측통행을 함으로써 우측통행이 일반화되었다. 이후 1794년 프랑스 정부는 우측통행을 공식화했다.
이어 나폴레옹이 정복 전쟁에서 좌측통행과 이에 기반한 기존 전술을 뒤집어 우측통행과 이에 기반한 전술로, 우측 대신에 좌측으로 공격하여 적을 혼란시켜 전투마다 승리했고, 이에 따라 우측통행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정복지와 식민지에서도 실시되었다. 영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자동차가 본격 등장하기 전에 기존 질서를 전복해 마차가 우측통행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자동차는 이를 이어받아 우측통행하게 된 것이다.
유럽과 다른 마차시대 전통을 이어 받은 미국
초기 정착 시기부터 식민지 미국에서는 우측통행이 지배적이었다. 소 떼, 기수, 선두 말 조련사, 보행자까지 모두 오른쪽으로 갔다. 서부개척시대 오른손잡이 총잡이들은 유럽의 기사들과 달리 칼이 아닌 총을,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허리에 찼다. 당연히 적을 왼쪽에 두는 우측통행이 유리했다.
18세기 말 미국에서는 넓은 대륙을 횡단하기 위해 여러 마리 말이 끄는 대형 마차가 사용되었고, 이 마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팀스터(Teamster)’라고 불렀다. 팀스터는 여러 말을 동시에 통제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맨 뒤쪽 열의 왼쪽 말에 타고 채찍으로 말들을 조정하며 대륙을 횡단했다. 좌측에 앉은 마부들은 여러모로 우측으로 통행하는 것이 편했고, 이것은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었다. 결국 미국은 1792년 펜실베이니아를 시작으로 우측통행을 법제화했다.
국민의 압도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우측통행으로 변경한 스웨덴
한 연구에 따르면 1919년에는 세계적으로 104개 국가/지역이 좌측통행이었으며 같은 수가 우측통행이었다. 그러나 점차 우측통행 국가가 늘어 현재는 165개 국가와 지역에서 차량이 우측통행을 하는 반면, 75개 국가와 지역에서 차량이 좌측통행을 한다. 우측통행을 하는 국가가 세계 육지 면적의 약 6분의 5, 인구의 약 3분의 2, 도로의 4분의 3을 차지해 우측통행이 대세가 되었다.

현대에 들어 자동차 통행방향을 바꾼 사례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마지막까지 좌측통행을 고수한 나라였다. 반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이웃 국가들은 모두 우측통행을 하고 있어 국경을 넘어 왕래할 때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승객이 좌측에서 탑승해야 하는 버스는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었지만, 약 90%의 차들은 왼쪽에 운전석이 있어 좁은 2차선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빈발했다.
1920년부터 1939년까지 매년 의회는 좌측통행을 유지할지, 우측통행으로 바꿀지 논의했지만,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1955년에 국민투표가 실시되었고 양측의 강력한 운동이 있었다. 우측통행파들은 더 안전한 추월 등과 같은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주장을 한 반면, 좌측통행파는 사람들의 오랜 습관과 감정을 이용해 “당신 어머니가 죽는 걸 보고 싶은가?”라고까지 선동했다. 결과는 압도적 다수인 82.9%의 투표자가 우측통행 실시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환을 위한 강력한 로비가 계속되었고, 결국 1963년 의회는 1967년에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스웨덴 정부는 전환을 감독할 국가우측통행위원회를 설립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심리학자의 도움을 얻어서 4년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30쪽이 넘는 홍보 책자를 발행해 가정마다 배부했다. ‘우측통행(Högertrafik)의 날(Dagen)’을 의미하는 ‘다겐 H’ 로고를 제작하고, 우유팩, 기념품, 심지어 여성용 속옷 등 다양한 곳에 다겐 H 로고를 넣었다. 스웨덴 텔레비전은 우측통행을 홍보하는 노래 콘테스트를 열었고 Rock-Boris의 노래 〈Håll dig till höger, Svensson〉(‘스벤손 씨, 오른쪽으로 가세요’)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1967년 9월 3일은 일요일이었다. 이날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공공차량을 제외한 개인 소유 차량의 통행을 금지했고, 새벽 4시 50분부터는 모든 차량의 운행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오전 5시부터 교통신호체계를 바꾸고, 좌측통행하던 차량들에게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 운행하게 했다. 오전 6시부터 모든 차량을 우측통행하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이날 시가에서는 시속 30km, 그 외 모든 도로에서 시속 50km로 최고 속도를 제한했다. 우려와 달리 큰 혼란은 없었고, 사고 또한 감소했다. 오랜 노력과 치밀한 준비 때문이었다.

‘탈탄소의 날’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 본 네 나라 중 영국과 미국은 마차시대 전통을 그대로 이어 받았으며, 프랑스는 혁명과 전쟁 시기에 전통을 전복하여 만든 새로운 질서를 이어 받았다. 반면 스웨덴은 마차시대 전통을 이어 받았으나, 혁명이나 전쟁 같은 극단적인 계기 없이 오랜 노력과 치밀한 준비를 통해 기존 질서를 바꾼 사례이다.
지난 칼럼에서 봤듯이 교통부문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실패하고 있다. 당장의 지지에 연연해 국민 정서에 영합할 게 아니라, 스웨덴처럼 정부가 주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치밀한 준비를 통해 새로운 교통시스템으로 이행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탈탄소의 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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