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으로 접근해 보는 중국어
[김갑수의 외국어 사통오달] 베이징어, 광둥어, 민난어, 하카어 등 발음과 성조 달라 의사소통 안돼 베이징 외의 지역서 언문일치운동 실패한 탓 한자어 문화 공유...문자로는 이해 빨라
20가지 외국어 공부한 필자
안녕하세요. 저는 어릴 때부터 외국어 공부를 좋아해서 전공도 프랑스어를 오래 공부했고 거의 반평생 이상을 외국어 공부에 빠져서 살았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와 프랑스어는 당연히 회화에 큰 어려움이 없고, 젊은 시절 중국문학에 심취해 1993년부터 공부하고 있는 중국어와, 일본인 친구가 생겨서 2007년부터 공부하고 있는 일본어 역시 큰 어려움이 없이 듣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영어는 회화를 위해 별도로 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도 대화를 꾸려 가는데 큰 지장이 없어서 주변 사람들이 무척이나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필자 본인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를 못하니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 외에도 독일어, 이태리어, 아랍어, 러시아어를 오래 공부했고, 6개월 정도로 잠깐씩 공부한 외국어들까지 합치면 거의 20개 정도의 외국어를 공부했습니다. 헌데 전 세계에 아주 많은 언어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형제 관계에 있는 언어들끼리는 서로 비슷해서, 그 중에 하나만 잘 알아도 나머지 언어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일본어를 상대적으로 쉽게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하면 유럽 대부분의 언어들은 어렵지 않고, 중국어가 가능하면 태국어나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등이 어렵지 않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중국어의 방언인 광둥어(광동어)와 대만 민난어(민남어), 그리고 하카어(객가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중국어 방언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히 이 모든 언어들이 포함된 앱을 발견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부하는 언어들이 많아서 빨리 배우는 것보다는 조금씩 배운다는 기분으로 매일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어의 다양한 방언들
광둥어는 중국 남부의 광동성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홍콩이 국제적인 도시가 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 역시 홍콩 영화나 노래 덕분에 광둥어를 접한 사람들이 아주 많고, 심지어는 광둥어를 모르면서도 유명한 노래들을 광둥 발음으로 유창하게 소화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광둥어는 베이징어(북경어)에 비해 발음이 쉽지만 표준으로 6개의 성조(입성까지 합치면 9개)가 있어, 성조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성조들을 구별할 때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베이징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한자들도 적지 않게 사용하는데, 이 점은 민난어나 하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만 민난어(이하 민난어)는 대만의 원래 한족들이 사용하는 중국어로 명대 이후 중국 푸젠성(복건성) 남부의 농민들이 대만으로 내려와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대륙하고 오래 분리돼서 발전된 탓에 지금은 푸젠성 남부의 중국어하고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민난어 역시 베이징어에 비해 발음이 쉬운 편인데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경음(ㄲ, ㄸ, ㅃ, ㅉ)과 격음(ㅋ, ㅌ, ㅍ, ㅊ)의 구별이 있고, 성조가 무척 복잡해서 원래 8성이었던 성조에서 제 6성이 사라져서 지금은 도합 7개의 성조가 존재합니다. 역시 제대로 구별하려면 상당히 오랜 훈련이 필요합니다.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는 대륙의 베이징어를 표준어로 지정해서 학교 교육은 당연히 베이징어로 하고, 그 외 언론, 방송, 여타 매체 등등에서 베이징어를 쓰도록 강요했지만, 민진당이 집권을 한 이후로는 오히려 민난어를 대만의 공식 언어로 만들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만의 역사조차도 중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대만 고유의 역사로 다시 재편하려는 움직임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의 대만 친구들 역시 학교에서는 베이징어를 배우고 말했지만, 집에서는 민난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이 모두 민난어를 사용하니 어쩔 수가 없었을 겁니다. 또한 대륙에서 내려온 집안 출신들 역시 주변 친구들이 민난어를 사용하니 자연스럽게 민난어를 배울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유태인’ 객가들이 쓰는 하카어
하카(客家)어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중국의 전란을 피해 대륙의 남쪽으로 내려온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중국어입니다. 중국의 변방으로 이주하면서 여타 중국인들을 오랑캐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고수했기 때문에 하카어라는 독립된 언어가 나온 것입니다. 현대의 하카인들은 외부 중국인들과 섞여서 살기는 하지만,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고집하고 그래서 ‘중국의 유태인’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집단생활을 하기 위해 대규모로 지은 주거지인 ‘토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카인들의 상징입니다.

하카어는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어느 하카어가 표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통상 대만 하카어, 필리핀 하카어, 홍콩 하카어 등등으로 분류하며 배우는 사람들이 적어서 교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로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다만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앱에 등록된 하카어를 살펴보면 하카어 역시 발음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6개의 성조가 있지만 대부분 1성에서 4성까지 가장 많이 나옵니다. 대만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만의 하카인들 역시 여전히 다른 중국인들을 오랑캐로 보는 시선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문자로 이해되는데 소통은 안되는 방언들
이 방언들은 베이징어와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질 않고, 각 방언들끼리도 역시 전혀 의사소통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 언어들을 다른 언어로 봐야 한다는 학자들도 있지만 저는 모두 같은 중국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 방언들은 모두가 한자로 표기를 하고 있거니와, 베이징어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리 어렵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베이징어뿐만 아니라 사실 이 중에 한 방언만 알아도 다른 방언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배울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자로 쓰인 문장만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한자들의 발음과 성조가 너무 달라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뿐입니다.
또한 이 방언 속에서 자란 사람이라 해도 학교에 들어가 정식 교육을 받으면 모두 베이징 표준어로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베이징어를 읽고 쓰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말이 통하지 않는 홍콩과 대만이 인쇄물을 공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구어가 서로 통하지 않는 것은 북경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언문일치 운동이 다른 지역에서는 성공을 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큽니다. 거기다 베이징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이 주류 지식인 계층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교육이나 활자매체는 베이징어로, 생활은 현지 방언으로 하는 생활형태가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즉 베이징 이외의 지방에서는 언문일치 운동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입니다.
저 역시 대만과 홍콩을 비롯해 중화권에 많은 화교 친구들이 있지만, 문자를 주고받을 때는 의사소통에 거의 문제가 없습니다. 다들 똑같은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직접 대화를 할 때는 발음이나 표현의 편차가 너무 커서 서로 머쓱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대만인들의 베이징어조차도 알아듣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화북인들이나 동북인들의 베이징어하고는 너무 다릅니다.
한국어 발음과는 맞지 않는 중국어
「옥수수」라는 단어로 이 언어들의 차이를 소개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아주 간단한 단어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각 방언에 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또 얼마나 한자라는 표의문자로 단단하게 결속돼 있는지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한국인조차도 한자만 알면 그 의미를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옥수수는 베이징어로는 ‘옥미(玉米)’라고 합니다. 즉 구슬 같은 쌀이라는 의미입니다. 광둥어로는 ‘속미(粟米)’, 즉 조 같은 쌀이라는 의미입니다. 민난어로는 번맥(番麥)이라고 하는데, 중국어에서 번(番)은 외국이라는 의미이니 즉 외국에서 들어온 보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하카어로는 ‘포속(包粟)’, 즉 껍데기가 있는 조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베이징어를 비롯한 중국의 방언들은 발음과 성조가 너무 달라서 서로 의사소통은 되지 않지만, 한자라는 표의문자를 기반으로 일정한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언어들입니다. 물론 같은 중국인들끼리도 낯선 방언을 배우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한자와 그 한자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여타 외국인들이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위에 소개한 중국어들은 모두 자음의 유성음(b, d, g, z)과 무성음(p, t, k, tz)이 확실하게 구별되는 언어들이라서, 이 자음들의 구별이 중요하지 않은 한국어 발음으로 하면 원어민들이 거의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 언어들을 공부할 때 이런 자음들은 한국어가 아닌 영어나 일본어의 발음을 기준으로 배워야 정확한 발음을 습득할 수가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