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에 바람직한 자동차 세제 개편

[박근태의 ‘자동차와 사회’] ‘증세’만 생각하지 말고 기후위기 대응하고 바람직한 교통정책의 공론화 계기로 삼아야 자동차 가격을 과세 표준으로 삼되 환경오염·사회적 비용 근거한 환경세 강화를

주행 중인 현대기아차의 고급승용차.
주행 중인 현대기아차의 고급승용차.

우리 정부가 내년 말 법 개정을 목표로 승용차 자동차세 과세 기준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8월 대통령실이 개최한 제4차 「국민참여토론」에서 투표참여자 중 86%가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대다수 국민정서는 한마디로 ‘고가(高價) 차량에 대해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동차세를 ‘재산세’로 보는 시각이다.

그동안 차량 가격과 부과되는 자동차세 사이에 괴리가 점점 더 커지면서 현행 자동차세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어 왔다.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온 고가 수입차와 국산차의 과세 형평성 문제에, 다운사이징 기술(엔진 배기량은 줄이되 출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기술)이 적용된 고급 차량과 일반 차량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더해졌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에 부응해 엔진 자체가 없는 전기자동차가 확산되면서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이런 형평성 논란과 함께 내연기관차 비중이 줄어들면 주요 지방세의 하나인 자동차세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도 정부가 자동차세 과세 기준 개편 작업에 나선 주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자동차 보유세 세수의 97.2%를 차지하는 비영업용 승용자동차를 중심으로 현행 자동차 세제와 문제점, 주요 주장, 그리고 바람직한 자동차 세제 개편 방안을 제시해본다.

현행 자동차 세제의 구조는

현재 자동차 소유자는 차량 구매, 등록, 보유 단계에서 다양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우선 차량을 구매할 때 개별소비세(승용차: 공장도 가격의 5%, 승합/화물은 면제)와 교육세(개별소비세액의 30%), 그리고 부가가치세((공장도 가격+개별소비세+교육세)의 10%)를 부담한다. 다음으로 차량을 등록할 때 취득세(경차 외 비영업용 승용차: (공장도가격+개별소비세+교육세)의 7%)를 내야한다. 지역별, 일자별 상이한 공채를 제외하더라도 차량 구매와 등록 단계에서 내야하는 세금이 차량 공장도 가격의 24.6%에 이르러,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또 자동차를 보유하는 동안 내야하는 소유분 자동차세는 비영업용 내연승용차에 대해서는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되고(~1000cc 이하: 80원/cc, ~1600cc 이하: 140원/cc, 1600cc 초과~: 200원/cc), 엔진이 없는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해서는 10만원이 정액으로 부과되며, 지방교육세로 소유분 자동차세액의 30%가 추가 부과된다.

현행 자동차 세제에서 구매와 등록 단계에서는 자동차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며, 보유세만 엔진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엔진 배기량이 클수록 비싼 차이고, 연비가 떨어지며, 환경오염 유발이 크다는 단순한 가정이 성립한다면, 현행 보유세 제도는 재산세 성격과 환경세 성격을 집약한, 그리고 과표 기준이 단순한 합리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기본 가정이 타당하지 않다. 고가 수입차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엔진 배기량은 작으나 연비도 나쁘고 환경오염이 덜 하지도 않은 ‘경차’에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비판 또한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자동차세 과세의 목적과 근거가 분명해야

바람직한 자동차 세제 개편을 위해서는 자동차세 과세의 목적과 근거가 분명해야 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자동차세에 대한 정부 입장은 ‘자동차 소유에 따른 재산세적 성격 및 도로 손상, 교통 혼잡 유발 등 사회적 비용 발생에 따른 원인자 부담적 성격의 조세’라는 것이다(행정안전부, 2023.09.20.). 이에 대해 정부의 의도는 결국 증세이며, 조세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사후 정당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김찬호, 2023.09.03).

재산세와 사회적 비용 발생에 따른 부담은 완전히 다른 성격이고, 사회적 비용으로 환경오염은 제외되고 도로 손상과 교통 혼잡 유발 등만 언급된다는 점에서 이런 비판은 타당하다.

먼저,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차량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을 경우 재산세적 성격이 강화되며, 이는 무엇보다 국민 정서에 부합한다. 그리고 차량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증세’로 이어진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면서, 저항 없이 증세를 달성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친환경차가 순수내연기관차에 비해 고가이며, 노후차일수록 가격은 낮지만 환경오염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정책기조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반면, 차량 가격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과세할 경우 환경세 성격은 강화되나, 순수내연기관차에 비해 더 비싼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의 세금이 낮아져 국민 정서에 반하고, 무엇보다 전기자동차 비중의 확대로 인한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 그리고 자동차가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사회적 부담이 이산화탄소 배출만이 아닌데, 미세먼지 배출과 도로 손상 등 다른 요소들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도 약점이다.

또, 차량 가격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달리 차량 중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기본적으로 동력 기관 종류에 중립적이다. 중량이 무거울수록 도로에 더 큰 부담을 줘 도로 파손을 많이 유발하고, 따라서 지방정부가 감당하는 도로 유지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중량 기준은 타당성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큰 차일수록 중량이 무겁고, 고가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이 도로 유지비용만이 아니고, 배터리 무게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 차량 대비 중량이 무거운 친환경차(2022년 9월 등록통계 기준 중량이 15% 더 높음)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교통정책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대안 지표들이 장단점을 갖고 있어 하나의 지표가 온전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상의 지표들, 특히 차량 가격은 주행 거리가 길수록 환경오염과 사회적 비용을 많이 발생시킨다는 자동차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재산세와 환경세를 조합하고, 자동차세에 주행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주민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주민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람직한 자동차 세제 개편 방안

자동차세 부과의 목적은 안정적인 조세 확보와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이어야 한다. 자동차세가 지방세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따라서 조세 안정을 위해 납세 능력과 세수 규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과 탄소배출량이 많은 교통부문에서 기후 위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재산세 성격과 환경세 성격을 혼합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정부의 주장과 달리, 재산세 성격이 아니라 환경세 성격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재산세 측면에서는 자동차 가격이 과세 표준이 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국민정서에도 부합한다. 환경세 측면에서는 생애주기 전체 동안 자동차가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사회적 비용을 명확히 하고, 이에 근거해 합당한 과세를 해야 한다.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개인 교통 이용을 지양한다는 교통 정책에도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논의에서는 이 부분이 너무 부족하다. 따라서 주행세 개념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특히 그렇다. 이상 논의한 바에 근거하면 바람직한 자동차 세제 개편 방안은 다음과 같다.

구매세는 현행처럼 자동차 가격을 과세 표준으로 하되, 취득세에는 자동차 생산단계까지 발생시킨 환경 부담을 반영해야 한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 본 것처럼 자동차 생산단계까지는 고전압 배터리로 인해 전기자동차가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이 내연기관차가 발생시키는 환경오염보다 더 크다. 따라서 취득 단계에서는 이를 세금에 반영해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합리적 수준으로 장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동차 보유 단계에서는 자동차 보유에 따른 보유세와 사용에 따른 주행세를 분리해야 한다. 자동차 가격은 보유세에 반영하고, 자동차가 주행 단계에서 발생시키는 환경오염과 사회적 비용은 주행에 비례하므로 주행세에 반영해야 한다. 전기자동차가 주행 단계에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지난 칼럼 참조)은 전기자동차가 직접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기자동차가 사용하는 전기를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친환경 발전을 할수록 줄어들 것이므로 자동차 주행세가 아니라 전기자동차 충전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내연기관차는 주행 단계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발생시키므로 주행세에 직접 반영해야 한다(대신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주행분 자동차세는 폐지). 미세먼지 배출과 도로 훼손은 모든 차량에 공통이며, 기본적으로 중량에 비례하므로 이를 감안해 모든 차종의 주행세에 반영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간략히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이왕 시작한 자동차 세제 개편 작업을 손쉬운 증세 수단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바람직한 교통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의 계기로 삼고, 기후위기 시대 자동차세의 목적과 부과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김필헌. 2023. “최근 자동차세 개편 논의에 대한 소고”. Tax Issue Paper 제105호. 한국지방세연구원.

김찬호. 2023.09.03.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된 자동차세 개편”. 경향신문. https://m.khan.co.kr/economy/auto/article/202309030830011

박근태. 2023. “전기車는 충분히 친환경적이지 않다.”. 더칼럼니스트.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2379

박용필. 2023.09.20. “‘배기량’ 아닌 ‘찻값’ 기준으로 세금 매긴다?···정부, 자동차세 과세 기준 개편 착수”. 경향신문. https://m.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09201201001

오나래. 2020. “주행분 자동차세의 합리적 개선방향”. KILF REPORT Vol. 100. 한국지방세연구원.

행정안전부. 2023.09.20. “자동차세 과세기준 개편 착수한다!”.

글쓴이

박근태 자동차 칼럼니스트

박근태는 ‘전기자동차가 다시 왔다?!’의 저자다. 20년 넘게 자동차회사 연구소에서 자동차 개발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로봇 태권 V’보다 노동조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남양본부장,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노사관계학(석사)과 경영학(박사)을 공부했고, 독립연구자로 자동차산업과 노동, 노사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