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에 위기가 올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대화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전국무총리. 사진= 연합뉴스
국무회의에서 대화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전국무총리. 사진= 연합뉴스
  • 선명성에 함몰된 검찰개혁의 위험성 여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본격화하고 있으나, 이는 검찰개혁을 형사사법 제도의 정교한 설계가 아닌 ‘수사·기소 분리’라는 정치적 명분과 선명성 확보의 수단으로만 접근하는 위험한 행보이다.
  • 현장 혼란과 국민 피해가 초래할 정치적 부담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부실·편향 수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핵심 장치임에도, 이를 무력화하면 수사 지연과 실체적 진실 발견 실패라는 현장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그로 인한 억울한 피해와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현 정부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 실무와 국민 이익 중심의 제도 설계로의 회귀 지금 여당의 개혁 방향은 국민의 권익보다 정치적 신념을 증명하는 무대로 변질되어 민주당 정부의 강력한 정치적 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입법의 기준을 ‘국민 이익과 제도 설계’에 두는 냉정한 성찰과 실무적 재검토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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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한 수순으로 가는 ‘검찰 개혁’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부터 당분간 검찰개혁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최근 여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행 후 저의 첫 번째 글은 현 상황을 우려하는 내용입니다.-필자주

나의 불길한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나는 검찰개혁과 향후 정국 시나리오에 관해 불길한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요지는 분명했다. 검찰개혁은 정치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 제도의 문제이며, 국민에게 실제로 어떤 이익과 어떤 피해를 가져오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3월15일 칼럼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검찰개혁과 향후 정국 시나리오-)

특히 검사의 보완수사권 문제는 그 핵심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때 내가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거의 예정된 수순처럼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김민석 전 총리는 정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여기에 새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서영교 의원이 선출되었다. 민주당 내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가장 강하게, 가장 선명하게 주장해 온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이 두 장면은 우연히 겹친 것이 아니다. 여당이 이제 보완수사권 폐지를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채비를 마쳤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는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 지금과 같은 기조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한다면, 그 순간부터 민주당 정부의 위기는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국민의힘 당은 파탄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미 지난 3월에 이렇게 썼다. 국민의힘이 지금 검찰개혁 문제에 관해 조용하다고 해서, 그것을 무기력이나 묵인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오히려 정치의 시간표를 읽는 쪽이라면, 지금은 여당이 가장 강한 개혁안을 밀어붙이도록 두고 기다리는 편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하며 결사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결국 적절한 시점에서 물러서며 “여당의 단독 처리”라는 정치적 책임만 또렷하게 남기는 방식이 야당에는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강한 개혁안이 통과된 뒤, 현장에서 사건처리의 지연과 혼선, 억울한 피해자의 속출, 실체적 진실 발견의 실패가 누적되기 시작하면 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여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은 정확히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검찰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한 장식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사기관이 송치한 기록만으로는 부족한 사실관계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부실수사와 편향수사의 위험 앞에서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런데 지금 여당 일각에서는 ‘수사·기소 분리’를 마치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것처럼 떠받들며, 거기에 어긋나는 모든 장치를 ‘개혁의 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짙다. 나는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수사·기소의 완전분리가 목표여선 안된다

분명히 해두자. 수사·기소 분리는 형사소송법 이론의 역사 속에서 보편적 원칙으로 정립된 적이 없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검사를 수사절차에서 완전히 배제한 나라를 찾기 어렵다.

대륙법계 주요 국가들에서는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하거나 직접 수사에 관여하는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영미권 역시 공소기관이 기소 여부를 책임 있게 판단하기 위해 일정한 사실확인 기능을 갖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수사·기소 분리’는 무슨 성문법적 교리나 초역사적 원칙이 아니다. 한국에서 비대해진 검찰권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고안된 하나의 정책적·수단적 방법일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어야 한다. 검찰권 남용을 막고, 경찰과 검찰 사이의 권한 배분을 조정하며, 형사절차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논의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논의는 위험해진다.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얼마나 더 철저히 분리하느냐”만 남기 때문이다. 그러면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신념을 증명하는 무대로 전락한다.

원래는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 수단 자체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희생되는 기이한 역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당 일각의 논의가 바로 그 위험한 문턱 위에 서 있다고 본다.

피해는 힘없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실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왜 그런지 금방 알 수 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빠진 쟁점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기록만 읽어서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사실관계가 사건 곳곳에 숨어 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피의자 주장과의 모순, 객관적 자료의 누락 여부는 서류 몇 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사건에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오직 경찰에 요구만 하며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사건처리는 더 늦어지고, 책임은 더 흐려지고, 억울함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힘 있는 자가 아니라 힘없는 국민에게 먼저 돌아간다.

그런데도 여당이 이 문제를 법리와 실무의 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개혁의 선명성을 겨루는 정치투쟁의 무대로 끌고 간다면 결과는 뻔하다. 법이 통과되는 순간은 박수갈채 속에 지나갈지 모른다. 그러나 그 뒤가 문제다. 수사지연, 사실확인의 실패, 피해자 보호의 공백, 사건처리의 혼선이 현실이 되는 순간 야당과 보수언론은 총공세에 나설 것이다.

검사들은 “법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된 조치들이 내년에는 민주당 정부를 공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나는 이것이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 이것은 이미 예고된 정치적 자해다.

‘국민의 권익’ 지키는 검찰 개혁이어야

다시 말하지만,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다. 특정 진영의 열광 속에서 밀어붙이는 법안은 통과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정치적 책임이 시작된다.

국민에게 실질적 이익이 되는가, 피해자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는가, 수사기관 사이의 책임과 권한 배분이 현실적으로 작동하는가, 바로 이 질문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 역시 그 기준 아래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국민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권은 지금이라도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과연 무엇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무엇이 정치적 열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형사사법개혁인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부디 이번 입법이 특정 진영의 승리 선언이 아니라,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정교한 제도 설계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지난 3월에 했던 불길한 예측은 머지않아 너무도 정확한 현실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 글은 필자인 박찬운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허락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28 보완수사권 폐지, 국민에게 이득일까?
글쓴이

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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