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채상병 특검법에 끝내 거부권 행사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해병특검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돼 7일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취임 후 6번째,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정 실장은 거부권 행사 배경으로 세 가지 사유를 들었다. 그는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삼권분립 원칙하에서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고, 특검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서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권분립 원칙상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별검사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며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두 번째 이유로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검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현재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수처는 지난 정부서 민주당이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 일방적으로 설치한 수사기관”이라며 “지금 공수처 수사를 못 믿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은 “특검법안은 특별검사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번 특검법안에서는 대한변협 회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을 고르고 대통령은 2명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토록 했다”며 “이는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으로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 결과가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모델은 없으며, 이는 사법 시스템의 기본에 관한 문제이고 상식에 관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은 이미 수사를 지켜보고 봐주기 의혹이 있거나 납득이 안 될 경우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밝혔다”며 “채 상병의 안타까운 사망이 더 이상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국회의 신중한 재의를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거부권 행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7개 정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울러 오는 2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도 함께 개최하는 등 범야권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의결을 추진할 생각이다.
재의결 투표가 부결돼 특검법안이 폐기되더라도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같은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다면 민주당은 모든 방안을 강구해 윤석열 정권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특검법안 수용을 압박하기도 했으나, 윤 대통령은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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