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장 “펑펑”...숨진 이들 대부분 외국인

23명 실종자중 시신 20명이상 외국인 배터리공장, 물 퍼부어도 쉽게 안꺼져 몸에 해로운 불산가스 배출돼 인근 비상

불타고 있는 화성시 아리셀 공장. 사진=독자제공/연합뉴스
불타고 있는 화성시 아리셀 공장. 사진=독자제공/연합뉴스

발견된 시신 23명 중 20명 이상 외국인

“갑자기 마을에 뿌연 연기가 퍼져 깜짝 놀랐어요. 급히 뛰어 나와보니 타는 냄새가 나길래 큰불이 났구나 싶었죠.”

24일 오전 화재로 사상자와 고립자가 속출한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 앞. 인근 공장에서 근무하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A(37) 씨는 먼발치에서 화재 현장을 지켜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공장 내부에서 근무를 하다가 갑자기 주변이 연기로 뒤덮이길래 ‘무슨 일이지?’ 하고 밖에 나왔다”며 “살펴보니 바로 옆 공장에 불이 나 일단 동료들과 같이 외부로 대피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에 따르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시신 20여구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 3동에 대한 내부 수색을 시작한 이후 소사한 상태의 시신 20구 이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이들은 대부분 연락이 두절된 상태의 ‘실종자’로 알려졌던 근로자 23명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음과 함께 위험 가스 배출

이날 화재 현장은 회색 연기로 뒤덮인 가운데 소방관들은 사방에서 펌프차로 물줄기를 쏘아 올리며 진압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불이 난 공장 외벽은 시커멓게 그을리고 열기를 못 이긴 자재들이 흉측하게 녹아내려 폐허를 방불케 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이따금 ‘펑’하는 폭음이 이어졌고, 주변에는 진화 과정에서 떨어져 내린 크고 작은 부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공장에서 발생한 연기는 반경 수㎞ 내의 공장과 주택 등을 모조리 뒤덮어 화재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한 치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화재 현장 근처를 지나가는 인근 공장 근무자들과 주민들도 조금이나마 연기를 덜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쓰거나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급히 발길을 옮겼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의 폭발 위험을 우려해 화재 현장으로부터 수m 떨어진 곳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취재진의 진입을 막고 있는 상태이다.

통제 구역 바깥에서 시뻘건 불길이 눈에 띄는 상황은 아니지만, 불이 난 공장이 유해화학물질(리튬)을 취급하는 곳이었던 만큼 완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현장으로 추정되는 이 공장 3동 2층에만 3만5천개의 리튬 배터리가 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배터리가 연달아 터지고 있어 내부 진입은 어려운 상태이며, 불길을 잡는 대로 인명 구조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보관공장에서 불 나

이날 화재가 난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은 일반철골 구조의 11개 건물로 이뤄졌다. 공장 건물은 전곡해양산단 북동쪽 5천915㎡ 부지 내에 따닥따닥 붙어 있다.

11개 동 가운데 2, 4, 5, 6, 7동 건물은 2017년 10월에 건축됐고, 이날 불이 난 3동을 포함해 1, 8, 9, 10동은 2018년 4월에 건립됐다. 11동 일부(기계실)는 2020년 7월 증축됐다. 건축면적은 3천299㎡, 연면적은 5천530㎡에 달한다.

이 공장에서는 주로 일차전지인 리튬 배터리를 제조하고 보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에도 3동 2층 안에는 배터리 3만5천개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리셀이 유해화학물질 취업 업체이다 보니 공장 운영 허가나 정기 안전 점검 권한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에 있다. 화성시는 최근 있었던 안전 점검 내역을 한강유역청 측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날 화재는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 내 2층짜리 건물인 3동 2층에서 리튬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급속도로 확산해 발생했다.

당시 3동에서 일한 근무자는 총 67명으로, 화재 당시 1층에서 15명이, 2층에서 52명이 각각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23명이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한 채 건물 내부에 고립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다행히 불은 다른 건물로 옮겨붙진 않았으나 3동 내부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들이 많아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를 발령하고, 현재까지 진화 중이다.

아리엘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2020년 5월에 출범했다. 상시 근로자 수는 60여 명으로 알려졌다. 아리셀은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판매하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주로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 쓰이는 스마트미터기 등을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차전지 제조 업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차전지 제조 업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물 퍼부어도 쉽게 꺼지지 않는 배터리 화재

이번 사고로 리튬 전지의 화재 위험성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 전자기기와 전기설비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거의 리튬이온 방식이다. 전기차는 물론이고 휴대전화와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문제는 배터리 화재는 진화가 매우 어렵고, 내부에서 계속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되는데,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과열되면서 화재와 폭발이 일어난다.

이 밖에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불이 나면 다량의 불산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진화 인력의 건물 내부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1대에서 난 불도 3시간 동안 물을 부어야 꺼지는데, 공장에 얼마만큼의 리튬 전지가 있는지는 몰라도 진화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화재가 장시간 이어질 경우 건물이 붕괴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후 5시12분 현재까지 상황을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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