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연말...179명 숭고한 영혼, 하늘나라로

탑승자 181명 중 사망 176명·실종 3명 ‘메이데이’신호 보낸 조종사, 필사의 노력 랜딩기어 고장후 동체착륙하다 외벽에 충돌 새떼 탓인지, 짧은 활주로 탓인지 규명돼야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폭발, 176명이 숨지고 3명은 실종된 최악의 항공기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6시 10분 기준 무안공항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 176명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생존자는 수색 초기 기체 후미에서 구조된 객실승무원 2명이며, 사망자 176명 외 나머지 탑승자 3명은 현재 실종자로 분류됐다. 구조 당국은 실종자 3명을 찾기위해 야간에도 수색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승객중 한국인은 173명, 태국인 2명이다.

이 비행기에는 승객 175명, 객실승무원 4명, 조종자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 2명 외 수색 현장에서 생존자가 더는 나오지 않으면서 이 사고는 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형 참사로 남게 됐다.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중 269명이 사망한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225명 사망)에 이어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3번째로 남게 됐다.

29일 오전 발생한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 폭발하는 대형 참사 현장.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9일 오전 발생한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 폭발하는 대형 참사 현장.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메이데이 신호보내며 ‘필사의노력’ 시도한 듯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날 사고는 관제탑의 조류 충돌 경고로부터 1분 후 비행기로부터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이 나왔다. 이후 급하게 고도를 높였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한 뒤 약 4분 만에 활주로 외벽과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데이(Mayday)는 항공기가 심각한 비상상황을 알릴 때 사용하는 국제무선조난 신호로, 최고 수준의 조난 상황이 발생할 때 신호로 보낸다.

항공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을 맡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과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날 오전 8시 54분께 사고기인 제주항공 7C2216편(B737-800 기종)의 착륙을 허가했다.

사고기는 1차로 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접근하던 중 8시 54분께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받았다. 이는 대개 규모가 큰 새떼나 덩치가 큰 새가 항공기 근처에서 포착됐을 때 내려진다.

이후 사고 기장은 기체에 이상을 포착하고 약 2분 뒤인 8시 59분께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사고기는 오전 9시께에는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어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국토부는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줬고, 조종사가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고기는 새와 충돌하면서 엔진에 이상이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국토부는 “통상적으로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고장과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며 “랜딩기어가 고장나도 착륙 시에는 자동으로 펴지거나,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45)의 경우 6천823시간, 부기장(35)의 경우 1천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모두 한국 국적이다.두 조종사는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부터 현 직책을 맡아 B737-800 기종만 6천96시간, 1천339시간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상황을 재구성한 그래프. 사진= 연합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상황을 재구성한 그래프. 사진= 연합뉴스

“짧은 활주로 사고원인 아냐”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2가지 블랙박스 가운데 비행기록장치의 수거를 마쳤다고 밝혔다. 나머지 음성기록장치는 추가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사고 전후 상황과 원인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짧은 활주로’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천800m이지만, 내년까지 진행 예정이던 활주로 연장 공사 관계로 약 300m가량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총 길이가 약 2천500m인 셈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천500∼1천600m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 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사고를 낸 제주항공 7C2216편은 라이언에어가 최초로 운항한 뒤 2017년 제주항공에 임대된 기종이라고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항공 데이터업체 시리움의 자료를 인용해 사고기(보잉 737-800 모델)를 유럽 항공사 라이언에어가 최초 운항했으며 지난 2017년 민항기 리스업체인 SMBC 에비에이션캐피털에서 제주항공에 임대됐다고 전했다.

이날 무안공항에서 착륙 도중 참사를 당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기령이 15년으로 파악됐다.

시리움에 따르면 보잉 737-800을 운항하는 전 세계 항공사는 현재 약 200곳이다. 한국에서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대한항공의 5개사다.

보잉 737-800은 주로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 인기가 있는 기종으로, 보잉은 1998년 이후 이 기종을 약 5천대를 인도했다고 NYT는 전했다.

사고 기종인 737-800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착륙장치)는 매우 잘 설계됐지만 유지관리가 부실할 경우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잉 737계열의 안전 문제를 연구해온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나즈메딘 메슈카티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정비는 실제 항공 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슈카티 교수와 다른 항공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에 대해 성급히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비행기 사고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며 심층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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