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불편한 윤석열 사저 입주민들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윤석열과 지지자들 파면 1주일만에 퇴거...”새로운 길 찾겠다” 서초동 사저 주민들 첫날부터 불편 호소 지지자들, 입주민에 “빨갱이” 외치기도 민주 “누가 보면 명예 퇴임하는 줄”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위반한 이유로 파면당한 윤석열 전대통령이 마치 퇴임하는 대통령처럼 행세를 하며 대통령관저를 떠나고 있다. 옆에는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건희 여사. 이들 부부는 머지않아 주가조자혐의, 선거개입 등의 혐의로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위반한 이유로 파면당한 윤석열 전대통령이 마치 퇴임하는 대통령처럼 행세를 하며 대통령관저를 떠나고 있다. 옆에는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건희 여사. 이들 부부는 머지않아 주가조자혐의, 선거개입 등의 혐의로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등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일주일만인 11일 오후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했다.

윤 전 대통령이 탄 경호차는 오후 5시 8분께 한남동 관저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경호는 이뤄졌지만, 기존보다 경호 차량 행렬은 간소화됐다.

노타이 정장 차림의 윤 전 대통령은 검은색 카니발에서 내려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관저를 나설 때 차량에서 내려 대학 점퍼를 입고 미리 기다리던 남녀 대학생 10여명에게 다가가 포옹하거나 악수를 나눴다. 이후 경찰 바리케이드 쪽으로 다가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건넸다. 경찰 비공식 추산 1천500명이 한남동 일대에 모였다.

그는 한남동 관저를 떠나기 전 변호인단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송 나온 직원들에게도 “우리가 국가 발전을 위해, 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비상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앞으로도 국민의힘 경선을 비롯해 조기 대선 국면 등에서 지지층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는 등 ‘관저 정치’에 이어 ‘사저 정치’를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눈물을 흘리는 일부 지지자도 있었다. 그는 지지자가 건넨 것으로 보이는 ‘메이크 코리아 그레이트 어게인’(Make Korea Great Again)이라는 영문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악수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윤 어게인”, “사기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숫자 ‘1’을 의미하는 듯 여러 차례 오른손 검지를 들어 보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상현·김석기·강명구·강승규·박상웅·임종득 의원이 관저 앞에 나와 윤 전 대통령을 마중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윤 의원과 함께 보수 단체가 진행한 집회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약 6분간 지지자들과 인사한 뒤 5시 14분께 별다른 발언 없이 카니발에 탑승해 한남동을 떠났다. 옆자리에 앉은 김건희 여사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지지자들 사이를 서행했고, 윤 전 대통령은 차창을 내리고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거나 손을 흔들었다.

윤 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은 오후 5시 33분께 서초 사저인 아크로비스타 정문에 도착했다. 일대에도 경찰 비공식 추산 400여명 지지자가 모였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차량에서 내리자 한 지지자가 꽃다발을 건넸다. 모여있는 일부 주민과 지지자들에게 악수하며 윤 전 대통령은 사저로 들어섰다. 김 여사도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며 윤 전 대통령 뒤를 따랐다.

약 40명 규모로 꾸려진 사저 경호팀도 긴장한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윤 전 대통령은 최대 10년까지 경호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사저가 단독주택이 아닌 주상복합인 만큼 윤 전 대통령이 들어선 후에도 아크로비스타 일대에는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지지자는 아파트 정문에 남아 “부정선거를 규탄한다”, “윤석열 파이팅” 등을 외쳤다.

경찰이 기동대를 동원해 유튜버나 지지자들의 정문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일반 주민과 시민들이 잠시 통행이 제한되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일대에도 지지자들이 모여 윤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차량이 1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 앞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차량이 1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 앞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몰려든 지지자에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으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크로비스타는 단독주택이 아닌 주상복합으로 757세대가 살고 있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짐을 실어 나르는 가운데 단지 곳곳에 배치된 대통령경호처 직원들도 긴장한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일부 지지자는 주민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저녁까지 남은 한 지지자는 단지 내에서 “대통령님 평생 지지하겠다”고 외쳤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러 나가려던 한 주민은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하더라도 나가서 하세요”라고 항의했다. 주변 경찰을 향해서도 “빨리 내보내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격앙된 지지자들은 해당 주민을 둘러싸고 “빨갱이”라고 외쳤다. 결국 경호처 직원들이 제지에 나서며 지지자들을 단지 밖으로 모두 내보냈다. 한 경호관은 지지자를 향해 “이렇게 운집하면 주민들이 못 들어와요. 나가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아크로비스타 단지 내로 들어온 지지자들. 사진= 촬영 이영섭/ 연합뉴스
아크로비스타 단지 내로 들어온 지지자들. 사진= 촬영 이영섭/ 연합뉴스

100여명의 지지자는 아크로비스타 정문 앞과 맞은편 인도 등에서 시위를 이어갔다.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나왔다가 정문 앞에 모인 지지자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또 다른 지지자들은 한 언론사 취재진을 둘러싸고 태극기를 휘두르며 “좌파 언론 꺼져라”라고 욕설했다. 결국 취재진은 경찰 보호를 받으며 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과 국회, 헌법에 의해 파면된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었다”며 “누가 보면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대통령인 줄 알겠다”고 비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파면된 내란 수괴 주제에 뻔뻔하게 상왕 노릇을 하려 든 윤석열의 후안무치에 분노하고 있다”며 “지금 윤석열이 해야 할 일은 자숙하고 참회하며 겸허히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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